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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내린 함박 눈이 탐스럽게 쌓여있는 초겨울 아침. 어머니는 그 날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잠에서 깨셨습니다.

일찍부터 마당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어미 개 '백구'와 그가 낳은 강아지 4마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강아지들이 어미 개도 살리고 멧돼지도 잡은 실제 고향마을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오늘은 3월 3일, 소위 '삼겹살 먹는 날(삼겹살데이)'이라고도 합니다. 요즘 데이 이벤트가 많이 상업적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도하지 않다면 순수한 의미에서 한번쯤 우리 주변의 삼겹살집을 한번쯤 방문해 모처럼 외식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주말에 멧돼지 고기집을 가서 가족들과 외식을 했습니다. 그 집은 과수원에 있는 고기집으로 마당도 넓고 실제로 멧돼지도 키웁니다. 날씨가 풀리는 계절에는 잔디밭에서 과수원의 풍경을 즐기면서 멧돼지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좋습니다. 주말 멧돼지 고기집에서는 돼지갈비만 먹었습니다. 그 집에 사육하는 멧돼지만 보면 강아지가 잡은 멧돼지가 생각나곤 합니다.


[과수원집 멧돼지 우리 사진]


그러면, 다시 강아지와 멧돼지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이틀이나 지났는데 마당에 어미 개 '백구'와 강아지들이 보이지 않자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혹시라도 백구와 강아지들이 산 속에서 얼어죽은 것이 아닐까, 아니면 개 도둑놈이 모조리 잡아가서 팔아넘긴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셨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식사를 준비한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넌즈시 부탁을 했습니다.
"백구와 강아지들이 이틀째 집에 오지 않는데 뭔가 사고가 생긴 것 같아요. 어제 강아지들이 눈이 오자 좋아하더니 눈이 덮인 산으로 올라갑디다. 식사 후 산등성이로 한번 갔다 왔으면 좋겠구만."

아버지는 얼굴을 한번 찡그립니다. 하지만 어제부터 걱정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계속 지켜봤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겨울 잠바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겨울 산이지만 가시덤불도 많아 낫도 들고 산으로 올랐습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한참을 아버지는 걸었습니다. 작은 산을 몇개를 넘었습니다. 개 발자국을 찾으면서 능선을 타고 거의 1시간을 걸었습니다. 산능선을 타고 걷는 길은 바람도 많이 불고 눈까지 발목을 잡아 걷기도 힘이 듭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가도 백구와 강아지들을 찾기는 틀렸다고 판단하고 그만 돌아가려 했습니다.


[사진 로이터 : 눈밭의 강아지]


그런데 멀리서 강아지들이 낑낑 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서려는 발길을 멈추고 다시 강아지들의 소리가 들린 곳을 향했습니다. 조금을 걷자 산비탈, 커다란 참나무 아래 강아지들이 옹기종기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앉아있는 것입니다.

강아지들이 어미 개 백구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다가서자 강아지들이 팔짝팔짝 좋아합니다. 백구는 올가미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다행히도 백구는 살아있었습니다. 백구는 영리했습니다. 올가미에 걸리자 백구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백구는 움직일수록 올가미가 자신의 목을 조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강아지들도 어미를 두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눈이 내린 날 백구와 강아지들은 산등성이를 넘어가면서 신나게 놀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백구가 사냥꾼이 참나무에 매둔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백구 곁에서 강아지 4남매는 이틀을 보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모든 상황을 알아채고 백구를 올가미에서 풀어주었습니다.

백구와 강아지들은 신나서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들이 산쪽을 향해 멍멍 하며 짖습니다. 백구도 큰 소리로 짖습니다. 아버지는 강아지들이 짖는 방향을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산비탈 위쪽의 참나무 밑에 커다란 멧돼지 한마리가 올가미에 걸려 죽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멧돼지를 만져봤습니다. 아직 온기가 조금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죽은지 얼마 안된 듯 했습니다.


[사진 백억선 : 동아국제사진전 공모작]


아버지는 커다랗고 무거운 멧돼지를 산에서 끌고 겨우겨우 평지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불러 멧돼지를 집까지 이동한 다음에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산에서 올가미에 걸린 멧돼지를 한 마리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해서 전화했다마시...불법 사냥꾼들이 많은 갑서.."

"우선은 멧돼지는 반씩 나눠서 반은 이장님이 알아서 처리하고, 반은 경찰에서 처리하는 걸로 합시다. 그리고 불법 올가미와 사냥꾼은 경찰에서 수사하는 것으로 아시고..."

아버지는 시골 이장님이셨습니다. 시골 마을은 몇가구도 살지않는 산골 오지였습니다. 작은 산골 마을에 모처럼 멧돼지 굽는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영리한 백구와 강아지들 덕분에 아버지는 인심좋은 이장님이 되셨습니다. 강아지들이 어미 개를 살리고 멧돼지도 잡은데 이어 아버지를 마을의 멋진 이장님으로 만든 셈입니다.


제가 어떻게 그 사실들을 소상히 잘 아느냐구요?

그 때 제가 대학생이었는데 어머니께서 시골에 한번 내려오라고 해서 당시에 내려갔습니다. 알고보니,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멧돼지 고기를 나눠드리고, 멧돼지 고기 일부는 자식을 위해 남겨두셨습니다. 당시 먹은 멧돼지 고기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야생 멧돼지 고기는 초겨울에 먹는 맛이 최고의 일품이라고 합니다. 가을철에 영양분을 많이 공급해 겨울을 나기 때문이랍니다.

이제는 백구와 강아지들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이 어미 개 백구를 살리고 멧돼지를 잡은 전설같은 일화는 시골 마을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산골마을에는 가을에 멧돼지가 밭에 내려와 농사를 망치기도 하고 겨울에 마을로 내려오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2년마다 한번씩 특정기간 동안 멧돼지 사냥을 허가해 주기도 합니다.

(멧사냥 카페 : 사냥견의 멧돼지 사냥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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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