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에 잠시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는 텃밭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한다고 해서 저와 아내 단 둘이 함께 갔습니다. 비가 자주 왔던 터라 텃밭의 상태도 점검하고 김장 무와 배추를 추가로 심어 둘 요량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의 채소재배기인 셈입니다.

먼저 무와 배추밭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배추밭 한 가운데 고랑을 만든 땅이 움푹 패여 있었습니다. 단순히 폭우로 인해 파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삽으로 땅덩어리를 판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생각했습니다. 여러차례 삽질로 거의 한 고랑의 흙을 파간 것이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망연자실해 있는데 아내가 저에게 소리쳤습니다.
아내 : "여기 심어둔 상추가 없어졌어."
탐진 : "뭐라고? 상추가 없어지다니. 비 때문에 녹아내린 것 아닌가?"

저는 상추를 심어둔 곳으로 가봤습니다.
탐진 : "정말이네. 상추를 아예 파간 것이네. 이런 상추 도둑이 다 있나."
아내 : "어린 모종 상추를 누가 왜 훔쳐가지?"

탐진 : "그건 저기 흙을 파간 것과 연관이 있어 보여."
아내 : "굳이 어린 상추를 가져가봐야 소용없을텐데..."
 
탐진 : "어린 모종 상추와 땅을 파가서 함께 심어서 키우겠다는 것이겠지."
아내 : "세상에, 이런 도둑이 다 있다니. 땅주인집에 신고해 볼까?"

저와 아내는 가까운 곳에서 고깃집을 하는 주인집에 가봤습니다. 주인집은 고깃집을 하면서 주변에 갖고 있던 땅 중 일부를 주말농장으로 분양을 해왔습니다. 주인집에 갔다가 고깃집에서 일하며 농장을 관리하는 조선족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텃밭의 도둑 이야기를 했더니 아저씨는 자기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답니다. 땅이 파여있어 처음엔 제가 그런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텃밭에 심을 상추 모종(왼쪽)과 김장 배추 모종이 자라고 있는 텃밭의 모습(오른쪽)

그런데 텃밭에 채소 도둑이 가끔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아저씨도 채소를 심었다가 도둑을 맞은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지 짐작가는 사람이 있지만 확신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늦가을에는 간혹 배추 도둑도 발생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아저씨에게 주말농장 관리를 잘하라고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조선족 아저씨가 타향에 와서 고생하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더 뭐라고 해봐야 의미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남의 자식과 같은 채소를 도둑질하는 심보를 가진 자에 대해서는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아내는 요즘 상추, 시금치 등 채소값이 금값이라 이런 도둑이 발생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시금치 한 단에 5천원, 배추 한포기 8천원이라고 했습니다. 상추도 한 끼 고기 식사를 하려면 1만원 어치는 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채소 도둑이 생기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추 도둑질을 할 생각을 하는 자가 있다니 허탈했습니다.

그 다음 날, 서울에 다녀오다가 채소 모종과 농작물 씨를 파는 가게에 들렀습니다. 아줌마에게 상추 도둑을 맞았다고 했더니 어이없어 하며 웃었습니다. 아줌마도 최근 비도 많이 와서 울상이었습니다. 모종을 팔았다가 밭에서 죽었다며 항의하는 사람도 많고 모종 가격도 크게 올라 장사도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추 모종을 다시 샀습니다. 모종 가격도 2~3배는 오른 것 같았습니다. 그 전에는 덤으로 모종을 한 개라도 더 주었지만 아줌마의 인심도 이젠 에누리가 없었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고구마 줄기의 모습(왼쪽)과 텃밭 가운데 고랑의 흙을 삽으로 파간 흔적이 역력한 곳 

채소 인심이 팍팍해진 셈입니다. 하기사 생각해보니 저도 고깃집에 갔다가 상추 더 달라는 말은 못하겠더군요. 얼마 전에 회식이 있어 유명한 한우 꽃등심 고깃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1인분에 몇만원 했지만 상추는 맞배기 수준으로 조금 나왔습니다. 종업원에게 상추 좀 더 달라고 했더니 살짝 눈치를 주었습니다. 옆에 있던 동료는 요즘은 상추 더 달라고 하면 차라리 고기를 더 주는 음식점이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채소값이 폭등한 것일까요? 대개는 태풍과 집중호우 등 날씨가 원인이라 합니다. 기후변화 이상기온이 채소농가에 피해를 입혀 채소값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날씨 때문이라면 매년 채소값 폭등이 발생해야 합니다. 올해는 시금치 710%, 상추 1000%, 마늘 300% 등 채소값이 급격하게 폭등해 예년에 비해 다소 달라진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는 봄에도 채소값이 폭등한 데 이어 가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에 따른 채소 농가의 감소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실시되면서 주변 둔치가 축소되면서 채소재배 면적이 20% 감소해 채소값 폭등을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농산물 운반업자들에 따르면 전국 채소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낙동강 주변 둔치가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채소 농가가 크게 줄어 출하량이 줄며 채소값 폭등을 발생시켰다고도 합니다.


가을 김장 무를 기르기 위한 무씨(왼쪽과) 탐스럽게 익어가는 누런 호박(오른쪽)이 대조를 이룬다

실제로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위해 국유지와 공유지인 하천 둔치에서 농사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농사가 금지된 하천 경작지는 6197만㎡(1877만평)에 이르며, 농민은 2만4000여 명에 달합니다. 국토해양부가 조사한 '지자체 하천 점용 경작지 현황, 사업구간내 사유지' 자료에 의하면, 낙동강 유역 2871만㎡의 하천둔치(농민 1만3624명)에 경작이 금지되었습니다. 한 순간에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농민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4대강 사업은 환경파괴는 물론 농민들과 도시 서민들에게도 동시에 큰 시련을 주는 셈입니다.

결국 채소값 폭등에 일정 부분 4대강 사업이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따라서 채소값 폭등 이유는 태풍과 집중호우를 비롯한 날씨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따른 채소 농가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채소값 폭등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채소값 폭등은 서민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최근 갈치나 조기 등 어류 가격도 몇배가 상승한 상태라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식탁 문제는 심각할 지경입니다. 

채소값 폭등 때문에 텃밭 채소 도둑까지 걱정해야 할 각박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상승으로 도시 서민 식탁은 초라해져만 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도권 집중호우로 서민의 보금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진정 서민 정책을 비롯한 국민들의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서민복지 예산 축소해 22조원 국민혈세 낭비하고 환경파괴하는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현대식 도시인 서울의 공화문이 인공하천 청계천 홍수와 범람으로 물난리가 나는 현실은 암담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부모 세대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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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