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없는 시절을 아시나요? 요즘 현대사회에서 전화기나 휴대폰이 없다면 하루도 견디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어느새 우리는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나 가족의 휴대폰 번호를 모두 기억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저장된 이름의 전화번호 버튼을 누르면 되니까요.

만약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자신의 모든 정보가 한 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문명의 이기에 종속된 듯한 삶입니다. 그런데, 전화도 휴대폰도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친구들과 만났을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은 어쩌면 우리가 평소 잊고 지냈던 소중한 시절을 추억하게 해주기 위한 특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가 살던 시골 마을에는 전화기도 없었습니다. 1960~70년대, 산골마을은 모두 초가집이었습니다. 산을 하나 넘을 때마다 나타나는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었지요. 친구들과 주로 만나는 곳은 개울가에 우치한 순자네 집 앞이었습니다. 거기서 자치기, 술래잡기 등을 하며 놀았지요. 친구들이 보고 싶어 그 곳에 가면 어김없이 그들이 나타나곤 했지요. 신기하게 아무 연락도 없이 서로 텔레파시가 통했던 셈이지요. 1970년대 말, 이장 집에 마을의 유일한 통신수단 전화기 한 대가 들어왔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은 친구와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1980년대 초반. 서울에서의 중학교 시절, 각각 반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당시 까만 교복(제복)에 가방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지요. 영화 '친구'의 한 장면과 다른 바 없었습니다. 학교 수업에 끝나면 친구들과 학교 앞 공터에 모여 찜뽕 놀이를 했습니다. 찜뽕은 야구와 비슷하지만 공이 물렁물렁했고 방망이는 플라스틱 소재였고 글러브는 없었지요. 그리고 친구들과 갔던 곳은 학교 앞 떢볶이 가게였어요.

그리고 1980년대 중후반 대학 시절은 편지와 학보가 통신수단이었지요. 미팅 후 학보에 편지를 넣어 보내곤 했지요. 1990년대 중반, 삐삐가 나왔습니다. 저는 삐삐가 없었지요. 그 때 여자친구(현재 아내)와 사귈 때 였습니다. 여친과 데이트는 약속과 믿음 뿐이었지요. 약속 시간에 늦어 여친이 집으로 가버리면 무조건 집앞으로 달려가 공중전화를 걸었습니다. 요즘은 공중전화도 거의 없더군요.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은 휴대폰없던 시절 추억의 기다림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PCS폰에 이어 휴대폰이 등장했습니다. 빠른 통신수단이었지요. 그렇지만 소중한 인간미넘치는 추억들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도 많았던 셈이지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마음 졸이던 사람들. 친구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애타던 추억들. 사람들이 사라진 곳에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인스턴트같은 생활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김태호PD는 어떻게 가을의 영상미와 감성을 자극했나?

무한도전 김태호PD는 그 소중한 추억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입니다. 국내 최초 초능력 버라이티라는 수식어가 필요없이 그냥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프로그램이지요. 그래서 김태호PD는 가을 분위기를 카메라에 듬뿍 담았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요. 영상미가 물씬 풍긴 것은 캐논 5D Mark2와 DSLR로 촬영한 때문이더군요. 가을다운 감성적 특집을 만드려는 김태호PD의 기획이지요.

 

   김태호PD는 가을 특집을 기획했지만 유재석은 러닝맨에 출연 중인 하하-송지효 스캔들을 기획했다?

더욱이 영상 화면에 흐르는 BGM(BackGround Music) 음악 선택도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The Killers 'Mr. Brightside', 델리스파이스 '차우차우', 윤도현 '너라면 좋겠어', 원더걸스 'I tried', 이문세 '소녀' 등 BGM 노래가 영상미와 더불어 추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김태호PD가 방송에 잠시 나왔는데 "가을이잖아요"라고 한 것은 바로 그 이유였지요. 그야말로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은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넘쳤습니다.

무한도전 7명의 멤버들(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길)은 갑작스런 미션에 모두 놀랐습니다. 단순히 각자 주어진 동서남북 7개의 코스를 찾아 멀리 가면 되는 줄 알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유재석(분당), 박명수(인천), 정준하(일산), 길(김포), 노홍철(의정부), 정형돈(안양), 하하(구리) 등으로 1시간만에 멀리 떠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미션은 지난 6년간 '수많은 무한도전 촬영장소 중 가장 의미있는 장소는 어디입니까?'라는 미션이었습니다.

                     무한도전 7명의 멤버들은 다시 만나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휴대폰없이 텔레파시 육감만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지에 도전이었습니다. 과연 무도 멤버들은 가장 의미있는 촬영장소에 모일 수 있을까요?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유재석은 무도 첫 촬영장소인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아나선 것을 비롯 박명수(한강 고수부지), 정준하(장충체육관), 정형돈(여의도 시민공원), 노홍철(남산), 하하(장충체육관), 길(여의도) 등을 향했습니다. 오직 직감적인 선택이었지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가장 의미있는 추억의 촬영장소는 어디일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무도 멤버들.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는 심정의 남자들. 곧 나타날 것 같은 고독의 시간 속에서 텔레파시를 보내기도 합니다. 유재석은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던 추억 속에 정형돈과 노홍철을 기다립니다. 박명수는 한강을 바라보며 가을남자가 되었습니다. 제발 나타나기만 애타게 기다리는 추억의 시간들입니다. 마침내 장충체육관 부근에서 자장면을 먹고 있던 정준하 앞에 하하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정형돈과 길이 마주칠 수 있는 장면이 노출됐습니다. 그렇게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 1부는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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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론매체는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 1부를 보면서 재미를 잃었다고 비판을 합니다. 너무 다큐예능이라고도 합니다. 감성도 인간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일 뿐입니다. 콘크리트 빌딩숲에 묻힌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애의 감정입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잠시 문명의 이기가 아닌 순수한 마음 자체로도 추억을 담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인가요.

휴대폰없는 추격 버라이어티의 변신은 결국 설레임일까?

무한도전은 그 동안 매년 무도 멤버들이 서로를 뒤쫒는 추격 버라이어티를 선보이곤 했습니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여드름 브레이크 등이 그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번 텔레파시 특집은 추격 예능을 거꾸로 기획한 셈이 됐습니다. 추격 버라이어티가 가능했던 것은 휴대폰이라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텔레파시 특집은 휴대폰없이 멤버들을 찾아야 합니다. 휴대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추격 예능이 이제는 휴대폰없이 서로를 찾아야 하는 진정 무한도전이 된 것입니다. 그것은 무도 멤버들의 정과 마음이 닿아야 가능합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난 6년간의 추억을 거슬러 함께 만날 수 있을까요?

무도 텔레파시 특집 2부는 멤버들이 만나는 장면이 소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결국 만나야 하니까요. 소중한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의미있는 장소에서 만날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리다 만날 때 감격을 생각해 보세요. 꼭 만날 것이란 믿음이 있다면 언젠가 우리는 만나게 됩니다. 김태호PD가 노린 기획의도는 바로 그것입니다.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우리 사람들은 결국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에 우리는 동네 어귀에서 만났습니다. 학교 운동장 놀이터, 가게 앞 오락기계, 철수네 집 앞, 캠페스 교정 플라타너스 나무, 도서관, 덕수궁 돌담길, 호프집, 추억의 미팅장소, 광화문 교보문고, 신촌 독수리 다방, 기차역 대합실 등등. 여러분이 만날 사람과 추억은 무엇이 있나요? 잃어버린 설레임의 추억을 찾아서 떠나는 시간여행, 무도 텔레파시 특집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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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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