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떤 골목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지하털 역과 번화가 상권에서 약간 떨어진 뒷골목이었습니다. 인적이 드물더군요. 날이 어두워진 상태라 스산함마저 들었습니다. 날도 차가워진 상태로 을씨년스런 기운이 감돌 정도였지요.

그 골목길에는 3층 규모의 건물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 건물은 주로 수산물 도매를 비롯해 식당들이 몇개 들어와 있더군요. 그런데 눈에 번쩍 띄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수막에 적혀있는 내용이 특이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박놀부 파격세일, 바지락 칼국수 10년전 가격으로. 7000원 --> 5500원. 경제가 풀릴 때까지. 무기한 행사"

얼마나 장사가 안되었으면 저렇게 가격할인을 할까 생각이 앞섰습니다. 정말 경제 불황의 여파가 우리 생활 주변에 다가와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지요. 게다가, 박놀부라는 나름대로 오래 식당 브랜드로 자리잡은 업체가 10년전 가격으로 가격을 낮출 정도라면 다른 음식점은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경제가 풀릴 때까지 무기한 행사라는 내용도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표현이었지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내용이었지요.

             바지락 칼국수 식당은 경제가 풀릴 때까지 10년전 가격으로 할인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 곳 바지락 칼국수 가격의 할인폭을 계산해보니 무려 21% 이상이나 되었습니다. 실제로 10년전 가격이 5500원이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지락 칼국수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주변 경쟁 식당들의 가격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식당도 경제불황의 그늘 앞에 할인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식당들이 대폭 할인 경쟁에 나선 사례는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아파트 주변의 음식점을 찾았는데 갑자기 이벤트 안내문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붙어있지 않았는데 최근에 할인에 들어간 모양이었습니다. 그 내용도 눈길을 잡았습니다.

"이벤트(EVENT) 기간~ 사장 마음대로. 비빔국수 6000 -->
4천원"

                     기존 6000원이었던 비빔국수가 4000원으로 무려 33% 가격할인을 했다

이 곳 식당은 한방 보쌈과 비빔국수가 전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비빔국수 가격을 6000원에서 4000원으로 대폭 낮춘 것입니다. 가격 할인율이 무려 33%나 됩니다. 그야말로 파격적이라 할 수 있지요. 할인 이벤트 기간도 '사장 마음대로'라고 했으니 무기한 진행한다고 봐야 하겠지요. 한방보쌈의 경우도 소주 1병이 서비스로 나왔습니다. 소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서비스 한 병이 크게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가격 할인 경쟁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겠지요. 여러 생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내리는 곳도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느낌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식당을 비롯한 자영업을 하는 사장 입장에서는 눈물겨운 상황일 것입니다. 물가가 오른데다 음식 소비자 가격을 내린다는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렇게 되면 음식 재료나 양념을 줄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세계 경제도 불황에 빠질 전망이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경제도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는 물론 국가 부채가 IMF 경제 위기 상황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 4%대 저성장에다가 물가마저 폭등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는 줄어들고 청년실업은 사회문제화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부 대학 등록금은 무려 1000만원 넘어서고 있습니다.

참으로 암울한 일들이 가득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747 공약을 내세운 바 있었습니다. 임기 내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7대 경제강국 도약 등을 이루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경제대통령을 뽑았다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이제는 경제 불황의 여파에 대비해 스스로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제한적입니다. 물가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황이지요.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거에도 경제 불황의 시절을 슬기롭게 이겨냈듯이 언젠가 다시 희망의 날들이 다가올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가져야 하겠지요. 음식점들의 눈물겨운 가격할인의 현장을 보면서 여러가지 상념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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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