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 역사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전설은 누가 뭐라 해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일밤'은 부진을 면치 못했지요. '일밤'은 버라이어티 예능의 원조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파생된 무한도전, 1박2일 등 프로그램이 오히려 대세를 장악해 버렸던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일밤'의 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일밤' 주요 코너인 '나는 가수다(나가수)'와 더불어 새롭게 시작한 '바람에 실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처음 '나가수'가 선보였을 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가수가 일밤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물론 일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중 위상도 높은 편입니다.

사실 '우리들의 일밤'으로 프로그램 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일밤은 과거의 전성기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일밤의 MBC가 예능왕국이라는 칭호를 갖게 된 일등공신이었지요. 그렇지만 MBC가 '나가수' 만으로 '일밤'이 경쟁 예능 프로그램인 KBS '해피선데이'를 이기기 힘들었지요. KBS '해피선데이'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을 주요 코너로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었으니까요.

강호동 빠진 1박2일 폐지 예정 속 임재범 앞세운 일밤의 발빠른 움직임

그러나 예능에서도 영원한 1등은 없는 법. 최근 '1박2일'은 강호동이 불미스런 상황에서 하차하면서 과거의 영광에 비해 존재감이 줄어든 것이 현실입니다. 강호동은 강력한 카스마를 바탕으로 1박2일을 최고의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리더였지요. 그 동안 토요일 예능의 지존 '무한도전'에 유재석이 있다면, 일요일 예능 1위 '1박2일'에는 강호동이 있다는 공식이 일반 대중들의 머리 속에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1박2일은 여전히 이승기, 이수근 등 5인체제가 나영석PD의 기획력과 더불어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요.

                 나가수가 일요일 화제 예능으로 자리잡은 후 일밤은 새 코너도 시너지를 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박2일은 화려한 전성기를 지나 다소 쇄락의 길에 접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1박2일은 내년 2월까지 한시적인 방송으로 폐지될 운명이니까요. 그러한 변화의 지형에서 MBC의 '일밤'과 SBS의 '런닝맨'이 기회를 노리게 된 것입니다. 일단은 '일밤'이 발빠른 기획으로 다소 우위를 점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중심에는 놀랍게도 임재범과 김영희PD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가수 임재범은 어제(2일) 첫 방송된 일밤의 새 코너 '바람에 실려'에서 맹활약을 했습니다. '바람에 실려'는 임재범이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공연을 펼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여기서 '바람에 실려'라는 프로그램명은 바람에 몸을 맡긴 듯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노래하자는 뜻을 담고 있지요. '음악의 신대륙을 발견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일종의 로드 뮤직 버라이어티라 할 수 있지요. 이날 첫 방송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나가수 하차 후 돌아온 임재범 '바람에 실려'에서 남다른 예능감 뽐내

임재범이 '나가수'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떠오른 셈입니다. 음악원정대 대장을 맡은 임재범은 작곡가 이호준과 하광훈, 배우 김영호와 이준혁, 개그맨 지상렬, 소울다이브 넋업샨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떠났습니다. 임재범 일행은 우선 30일간 미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아티스트들과 즉석 공연을 하면서 한국의 음악을 알릴 계획입니다. 실제로 이날 임재범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우연히 만난 뮤지션 벨 크웰러와 즉석에서 '스탠 바이 미'를 부르며 화음을 맞추기도 했지요.

              일밤의 새 코너 '바람에 실려'의 대장으로 출연한 임재범은 호랑이 예능감도 뽑냈다

무엇보다 임재범은 단지 노래잘하는 록커 가수를 넘어 예능감도 뛰어났다는 점입니다. 임재범은 나가수 출연 이후 '로큰롤 대디'나 '호랑이' 등 별명으로 불리며 카라스마를 발산했지요. 그런데 '바람에 실려'에서 임재범은 준비된 예능인이었습니다. 임재범은 대장을 맡은 소감을 묻자 "대장은 건강합니다"고 엉뚱한 대답을 하는가 하면, 이덕화 이대근 성대모사와 바다사자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편안하게 재미와 웃음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지요.

아직은 '바람에 실려'를 과대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은 있습니다. 너무 임재범의 단독 플레이에 의존한 측면도 있기는 합니다. 앞으로 임재범의 예능감을 살리고 출연 멤버들이 각자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임재범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기대하지 않은 수확이 있었기에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날 임재범은 미국 현지에서 작업한 노래 '얼굴'을 공개해 시청자들에게 임재범 노래에 대해 갈증도 일부 해소시켜 주었지요. 매주 임재범의 노래가 나올 것이라는 예고도 반가움과 기대감을 높여주겠지요.

시청률 50%의 일밤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김영희PD의 나가수였다

이로써, '일밤'은 나가수와 함께 '바람에 실려'라는 양대 코너의 축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임재범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구도입니다. 나가수가 초창기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일거에 해결한 인물이 바로 임재범이었습니다. 왕의 귀환이라 할 만한 임재범의 등장은 나가수에서 충격적인 신선함이었지요. 임재범은 단 몇번의 출연만으로 최고의 가창력 가수로 인정받았고 임재범 신드롬을 만들 정도였지요.

              양심냉장고 등 예능과 감동의 일밤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영희PD는 나가수도 연출했다

그런 임재범이 급성 맹장수술로 인해 나가수에서 하차하면서 시청자들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임재범은 또 다른 예능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밤의 새 코너 '바람에 실려'의 실질적 리더였지요. 임재범은 나가수에 이어 새 코너 '바람에 실려'도 승승장구시킨다면 '일밤' 부활의 영웅이 될 수 있겠지요. 임재범이라는 가수 한 명이 일밤 부활의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는 것만도 대단합니다.

그런데 임재범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반드시 언급해야 할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바로 김영희PD입니다. 김영희PD는 나가수에 임재범을 불러낸 사실상의 브레인이었지요. 아쉽게도 김영희PD는 김건모 재도전 논란 와중에 책임을 지고 연출에서 물러났지만요. 만약 김영희PD가 없었다면 나가수도 없었고 임재범도 없었겠지요. 김영희PD가 기획한 나가수가 잘 나가고, 임재범이 뜨고, 다시 임재범이 일밤의 '바람에 실려' 코너를 담당하게 된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실 김영희PD는 일밤의 산증인이자 일밤 전성시대의 주역이었습니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쌀집아저씨'라는 친근감있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김영희PD이지요. 1986년 MBC 공채로 입사한 김영희 PD는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등 엄청나게 많은 히트작을 만들며 '일밤'을 주말 예능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역이었습니다. 김영희PD의 일밤을 통해 이경규, 김국진, 김용만, 이휘재, 박수홍 등 유명MC를 배출하기도 했지요.

임재범에 이어 카리스마 가수의 계보를 잇는 김경호의 등장은 일밤의 선물

무엇보다 김영희PD는 예능 프로그램이 단지 웃음과 재미에 국한하지 않고 감동도 줄 수 있는 버라이어티 영역을 개척한 인물입니다. 지금도 양심냉장고를 비롯한 감동 예능의 추억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한도전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예능으로 자리잡은 것도 일밤 김영희PD의 영향이 컸겠지요. 또한 김영희PD 시절에 일밤은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최고의 전성기도 누렸습니다. 이경규가 진행한 몰래카메라가 그것이지요. 김영희PD 없이 일밤의 역사를 논할 수 없듯이 임재범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현재 김영희PD는 남미 여행 등을 끝내고 다시 돌아와 일밤이 아닌 또 다른 예능 도전에 나서겠지만 일밤의 전설은 계속 남겠지요.


 임재범에 이어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한 김경호는 나가수는 물론 일밤 예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또 하나, 일밤에서 기대주가 있습니다. 바로 가수 김경호입니다. 김경호는 임재범을 잇는 신세대 록커로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 나이가 40세 정도이니 앞으로도 미래가 창창합니다. 그 동안 임재범이 빠진 나가수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월척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고의 가성을 자랑하는 조관우도 임재범의 카리스마에는 미치지 못했지요. 게다가 조관우마저 나가수에서 탈락하면서 밋밋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경호는 이번 나가수에서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차세대 스타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김경호는 처음 나가수에 나왔을 때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등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순수해 보이는 모습과 더불어 긴장할 때 나오는 구수한 사투리로 예능감도 보여주었습니다. 가창력과 더불어 예능감도 겸비한 김경호의 모습은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이 기대되는 것이지요. 일밤의 부활은 나가수가 선두에 서고 '바람에 실려'가 제 자리를 잡아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경호가 나가수의 새로운 재목으로 등장한 것은 일밤의 두 코너 모두에게 좋은 일이겠지요.

일밤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에는 나가수와 바람에 실려 코너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우선 '나가수'가 선전하고 나가수 출신 스타 가수가 '바람에 실려' 코너에 다시 게스트나 멤버로 출연해 상승효과를 이어갈 수 있는 포맷이기 때문이지요. 임재범에 이어 김경호가 일밤 부활에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1981년 '일요일 밤의 대행진'으로 시작해 1988년 11월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이름을 바꾸며 주말 예능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최장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침체기였던 일밤의 부활이 일밤 전성기의 산증인 김영희PD에 의해 다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가수를 기획한 김영희PD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영희PD가 나가수에 영입한 임재범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임재범이 떠난 나가수를 다시 뜨겁게 할 김경호의 카리스마가 충만합니다. 일밤의 부활이 과거 개그맨MC와 달리 가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도 특이합니다. 김영희PD가 일밤 1차 전성기를 개그맨으로 만들었다면 이제 일밤 2차 전성기는 가수들과 함께 만들어간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 다른 차원의 노래하는 일밤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