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남자 화장실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일단의 아줌마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잘못 들어갔나 해서 다시 나왔습니다. 그런데 남자 화장실이 맞았습니다. 다시 남자 화장실을 들어가는데 쉴새 없이 아줌마들이 드나들었습니다. 

남자 화장실 안에는 남자들과 아줌마들이 계속 마주치다보니 남녀 공용화장실 같았습니다. 남자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오히려 주눅이 들어 보였습니다. 아줌마 중에 일부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남자화장실을 드나들었지만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여자 화장실을 드나들듯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저는 남자 화장실에 제대로 잘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괜한 눈치를 보다가 겨우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왔습니다. 왜 아줌마들이 남자 화장실로 몰리는 것인지 살펴보니 여자 화장실에 너무나 많은 여자들이 몰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벚꽃 축제와 같은 행락철을 맞아 많은 관광버스들이 휴게소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휴게소의 남자화장실은 아줌마 부대가 접수


[사진 출처 : 미즈넷] 아줌마들이 남자 화장실에서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아줌마들이 단체로 관광버스를 대절해 꽃구경에 나서다보니 휴게소 화장실은 만원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휴게소의 화장실은 여성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젊은 여성들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여자 화장실을 끝까지 고수하며 길게 줄을 섰지만, 용감한(?) 아줌마들은 남자 화장실을 접수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아줌마 부대의 갑작스런 남자 화장실 진입에 놀란 남자들은 오히려 당황해하는 기색이었습니다. 조용히 볼 일을 보고 황급히 화장실을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부 남성들은 놀란 표정으로 지나가는 아줌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여건상 아줌마들의 조심스런 이용도 필요합니다만, 휴게소측에서는 다소 혼란스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질서 유지나 안내도 없었습니다.

이는 행락철이 되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자들에게 비해 화장실에서 공간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는 여자들에 대해 배려가 부족한 휴게소의 운영 실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사전에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조치를 취했다면 화장실에서의 혼란은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주휴게소의 모범적인 화장실 운영과 문화 시설


[여성화장실을 추가로 별도 운영하는 여주휴게소 모습]

실제로 최근에 들른 여주휴게소의 경우는 여성화장실을 추가로 별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관광철을 감안하여 여성들이 보다 편리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세운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휴게소 이용자들을 위한 문화 공연 행사를 비롯해 어린이 놀이터 시설, 엄마와 아가를 위한 수유 공간, 아빠와 아가를 위한 별도 화장실 공간, 인터넷 및 비즈니스 센터 운영 등 휴게소 전체를 쾌적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시설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공중화장실과 관련 설치기준에 따르면 "대통령령(제6조)으로 정하는 장소 또는 시설(1천명 이상 규모의 공연장, 관람장 등)에 설치하는 공중화장실 등의 경우, 여성화장실의 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 수의 1.5배 이상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다수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한 적정한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은 셈입니다.

휴게소가 단순히 뜨내기 손님들을 위한 돈벌이 공간이 아니라 언제라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고객들의 문화 공간으로 창조적 발상의 전환을 한 것입니다. 여주 휴게소를 비롯한 일부 휴게소의 모범적인 운영은 다른 여타 고속도로 휴게소의 귀감이 될 듯 합니다. 이용객들의 생리적인 현상을 쉽게 해결하게 해주는 것은 휴게소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근시안적으로 돈벌이에만 급급하지 말고 고객의 입장에서 휴게소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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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