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심수봉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수봉은 '승승장구'에 출연해 가슴에 묻어두었던 역사의 증언을 하나씩 고백했습니다. 단지 10.26사태 당시 궁정동 현장에 있던 심수봉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얼마나 크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심수봉이 꺼낸 과거 인생 역정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군부독재 역사의 축소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한 여인의 기억이 바로 독재시대의 그늘이었으니까요. 방송을 보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다시는 심수봉이 겪어야 했던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고통받아야 했던 어두운 비극의 독재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심수봉이 '승승장구'에서 밝힌 충격적 역사 증언은 어떤 내용일까요. 심수봉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사건인 10.26 사태 이후 정신병원에 감금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10.26 사태는 1979년 10월26일 서울 궁정동 모처에서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경호실장 차지철을 권총으로 살해한 사건입니다. 당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가수 심수봉은 뜻하지 않게 역사의 증인이 돼 방송금지 조치를 당해야 했습니다.
독재자 박정희 사망 당시 현장에 있던 심수봉이 전두환 독재정권의 탄압받은 이유
당시 10.26 사태는 박정희 독재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군사독재의 시작이었습니다. 1980년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설 줄 알았지만 전두환 군사독재의 서막이었지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은 서슬퍼런 독재를 이어갔습니다. 3김 시대, 즉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의 경쟁과 야합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했지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독재자 전두환에 의해 피의 학살로 진압됐습니다. 근현대사에 최악의 비극 중 하나입니다.
전두환 독재정권은 초법적으로 민주화 인사들을 감금하고 폭행하고 가택연금시켰습니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심수봉과 같은 가수도 군사정권의 요주의 인물이었습니다. 정보요원들이 미행 감시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시키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지요. 역사의 희생양이 된 심수봉이 아닐 수 없지요. 얼마나 그 동안 힘들고 고통스런 삶이었을까요.
그 동안 심수봉은 10.26 사태 당시 그때 그사건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는 것을 꺼려 했습니다. 이번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이기는 했지만 전두환 군사독재 당시의 이야기는 허심탄회하게 증언해 주었습니다. 심수봉이 과거를 털어놓게 된 것은 그 만큼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겠지요.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야 했던 과거 역사의 고백은 다시는 독재의 망령이 우리나라를 배회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역사의 교훈입니다.
심수봉은 10.26 사태 이후 독재정권의 요주의 인물이 되었지만 그 와중에 첫번째 남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심수봉을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은 안기부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심수봉이 끔찍했던 것은 남편이 고문을 당하는 현장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안기부 대공분실 현장 옆 방에서 있던 심수봉은 남편이 고문을 당해 고통받는 소리를 직접 들었다는 것이지요. 남편은 심지어 전기고문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옆방에서 남편이 고문당하는 장면을 들어야 했던 심수봉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심수봉의 노래 '순자의 가을' '무궁화'는 왜 전두환 독재정권의 금지곡이 됐을까?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독재정권은 심수봉을 아예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시켜 버렸습니다. 한 달이 넘게 정신병원에 입원한 동안 아무리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신병원에서는 심수봉에게 강제로 약물주사까지 놨을 정도니까요. 독재정권의 만행이 얼마나 극악무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심수봉은 기지를 발휘해 무조건 잘못했다고 안기부에 호소를 하여 겨우 정신병원에서 풀려날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심수봉은 방송출연 자체가 안되는 가수였습니다. 10.26 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심수봉이 방송에 나올 경우 국민들이 박정희가 생각나고 동요할 수 있다는 독재정권의 판단이었지요. 심수봉은 방송금지때문에 야간 밤무대 가수로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지요. 그나마 생계까지 막지는 않았기에 그런 대로 심수봉은 밤무대 가수로서 생활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 당시는 밤무대가 인기있던 시절이라서 가수 심수봉이 활동을 이어가는데 있어 다행이었지요.
그 당시 심수봉의 노래가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금지곡이 바로 '순자의 가을'입니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서기 전 1980년 봄에 선보인 노래였습니다. 그러나 이순자 영부인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금지곡 처분을 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무궁화'로 금지곡이 됐는데요. 무궁화 가사 중 '참으면 이긴다' 등의 부분에 대해 독재자 전두환이 언짢은 한 마디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합니다. 심수봉은 "밑에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거다"라며 심의절차가 무용지물인 독재정권의 실상을 공개했지요. 각하의 한 마디가 바로 초법적 시대였으니까요.
어제 심수봉이 방송에 출연해 자세히 자신의 과거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었습니다. 그 만큼 심수봉은 이제 상처도 어느정도 아물고 역사의 증언을 할 수 있는 상태까지 된 셈입니다. 독재자 박정희가 부하의 총탄에 맞아 사망하고, 그 뒤를 이어 독재자 전두환이 들어서는 근현대사는 역사의 비극이었습니다. 그 역사 현장 가운데서 온갖 고통을 당해야 했던 심수봉이 그래도 잘 이겨내고 역사의 증인이 되어준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다시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과 같은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우리나라 사회는 상당히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했습니다. 민주주의 역사의 역주행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1987년 마침내 전두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민주주의 대한민국 주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반동의 역사는 독재자의 후예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심수봉이 증언한 역사는 바로 동시애 우리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심수봉이 과거 독재시대 역사를 증언한 이유가 다시는 그러한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