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컴퓨터 바이러스!?"

1988년 5월,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에 바쁜 어느 날이었다. 세운상가를 지나던 안철수는 영어로 된 컴퓨터 잡지를 본 후 깜짝 놀랐다.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영어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당시 세계최초의 PC용 바이러스로 알려진 브레인 바이러스에 대한 영문 뉴스 기사였다.

 

(브레인은 1986년 파키스탄에서 처음 만들어져 인터넷이 없던 시기로 오래 시간에 걸쳐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플로피 디스크를 타고 조금씩 감염되던 터라 몇년이 걸려 국경을 넘기도 했던 시절이다. 브레인은 대중화된 개인 PC용 바이러스는 세계 처음 등장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전에도 실험실 수준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존재했으나 PC로 감염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생물학적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의대생 안철수에게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단어는 전율을 일으켰다. 너무나 신기하고 탐구심을 자극했다. 곧장 하숙집으로 돌아온 안철수는 당시 (초기버전) IBM컴퓨터를 켰다.

(의대생 안철수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관심을 많아 라디오를 조립하는 등 취미 수준을 넘었다. 친구가 컴퓨터를 하는 모습을 본 후 컴퓨터로 의학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컴퓨터기계어를 비롯한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더누 시기였다.)

 

"내 컴퓨터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니!"

 

안철수는 컴퓨터를 켜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플로피디스크를 통해 브레인 바이러스가 침입해 '브래인'이라는 이름을 띄우고 있었던 것.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는 원형 이외 한국 변형도 나타나 그때마다 백신 개발을 해야 했다>

 

안철수는 엄청난 호기심이 뇌를 자극했다. 브레인과 안철수 두뇌의 대결이 시작됐다. 어릴 적부터 눈에 띄는 전자제품은 다 뜯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안철수의 진가가 드러난 셈이다. 브레인 바이러스가 상대를 잘못 만났는지 모른다.

 

마침 안철수는 기계어 프로그래밍을 혼자 공부해둔 덕분에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대강의 원리를 파악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브레인 바이러스의 원리를 파악하자 안철수는 바이러스 치료에도 자신감을 얻었다.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이었다. 그렇게 안철수는 브레인 퇴치 백신을 처음 개발했다. 의대생이었기에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제의 이름도 그냥 '백신(Vaccine)'이라 짓게 됐다. (나중에 버전이 달라지며 'Vaccine3'가 되었을 때 짧게 V3라 부르게 됐는데 지금의 V3 브랜드의 시초다.)

 

안철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도 컴퓨터 바이러스 개념을 이해를 못했다. 어떤 친구 컴퓨터에도 브레인 바이러스가 감염된 것을 알고 치료해 주기도 했다.

 

"브레인 바이러스를 분석했어요. 치료방법도 찾았어요."

안철수는 자신이 만든 백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즐겨보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알려줬다.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백신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7월호에 브레인 바이러스에 대한 기사가 실리고 8월에는 아예 바이러스 방역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브레인 바이러스 퇴치에 나선 것이다. 이후 의대 박사 과정의 안철수의 삶은 낮에는 의대 공부, 밤에는 백신 개발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전등을 발명한 에디슨처럼 잠자는 시간마저 줄여가며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냈다.

 

    ▲ 어느 네티즌이 공개한 초등학생 당시 안철수 박사로부터 받은 편지 모습

 

사용자가 바이러스 샘플을 디스켓에 담아 잡지사에 보내면 안철수는 잡지사를 방문해 그것을 찾아왔다. 한달여를 씨름해 백신을 개발하면 그 프로그램을 디스켓에 담아 잡지사로 가져갔다. 의대 박사 학위를 따고 해군 군의관으로 군대를 거치는 동안 무려 7년 동안 아무런 보상이 없는 무료 백신 개발과 치료를 했던 것이다.

 

혼자서 개발, 테스터, 고객지원, 기술지원 등을 다 해내야 했다. 간혹 사용자가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한 밤중에 전화로 치료 방법을 물어 밤을 새우기도 했다. 어떤 경우는 30분 넘게 설명을 했는데 "잠깐만요. 이제 컴퓨터 켤테니 다시 설명해 주세요."라고 하는 사용자도 있었다. 이메일은 물론 일반 종이 편지로도 문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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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