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육참골단 해야 한다. 엄정한 기준에 따라 친노건 호남이건 모든 기득권을 잘라야 한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5월 18일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을 강하게 주문한 글이지요. 그런데 '육참골단(肉斬骨斷)'이란 문구는 생소했습니다. 필자는 한자 고사성어를 꽤 알고있었지만 육참골단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백골단도 아니고 육참골단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육참골단(肉斬骨斷)'을 직역하면 ‘살을 베고 뼈를 자른다’는 뜻이 됩니다. 상당히 섬뜩한 말입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조국 교수가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에 4대 0 참패로 사퇴 압박을 받고있는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으로 국면전환하라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조국 교수가 문재인 대표를 도와주기 위한 일종의 계략인 셈입니다.

 

그리고, 기레기 언론은 아무 의심없이 '육참골단'이란 단어를 그대로 베껴쓰는데 급급했습니다. 어감이 좋지않은 단어이고 유래조차 불분명한 말의 성찬일데 언론은 받아쓴 것이지요. 그냥 여기서 끝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문제인 것은 문재인 대표였습니다.

 

 

 

"저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임하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5월 27일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맞이하면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육참골단'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자신을 지지하는 조국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염두해뒀던 터라 '육참골단'이란 말을 다시 인용한 것일 수 있습니다. 조국 교수는 당초 JTBC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에게 "전권을 준다면 혁신위원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여론이 좋지않자 슬그머니 "백면서생을 호출하지 마시고 130명의 선량(選良)들의 힘을 보여달라"며 혁신위원장 거부 의사를 밝혔지요.

 

아무튼 문재인 대표는 '육참골단'이 멋있게 보였던 것일까요? 더욱이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장고 후 3일 만에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자리에서 조국 교수에 대한 고마움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 했던 것일까요? 실제 사람들은 이제서야 '육참골단'의 유래가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한자 자체로도 엉터리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한문의 의미를 살리려면 '참육단골'(斬肉斷骨)이 맞습니다. 어법상 한자는 목적어가 뒤에 붙습니다. 따라서 육참골단은 일본식 표현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자 조국 교수도 당황했나 봅니다. 엉터리 한자 인용이란 지적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봤겠지요. 모 언론 기자가 조국 교수에게 '육참골단'의 유래를 물으려고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대답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국 교수가 유래도 모른 체 '육참골단'이란 말을 사용한 셈입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도 아무 의심없이 당 공식 석상에서 '육참골단'을 사용했으니 일반 대중들은 '덤 앤 더머'인가 수군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육참골단'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필자가 찾아본 결과입니다. 우선 일본의 권위있는 일본어사전인 '고지엔(廣辭苑)'에는 '니쿠오키라세테호네오타쓰'(肉を斬らせて骨を斷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의미는 '스스로 상당한 정도의 고통을 받더라도 적에게 그 이상의 타격을 안겨서 이긴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국립국어연구소에서도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18세기 무사 야마모토 조초(山本常朝, 1659∼1719)의 말을 기록한 책 '하가쿠레'(葉隱)에 나오는 비슷한 표현 '피부를 베어내 뼈를 끊는다'는 말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의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가 자신의 책 오륜서(五輪書)에서 쓴 말이라고도 합니다. 결국 '육참골단'은 일본식 사무라이 말에서 유래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육참골단'은 검술이나 격투를 주제로 한 일본 만화 등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마츠노 야스미가 만든 게임 'Final Fantasy Tactics(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에도 '육참골단'이 나옵니다. 조국 교수는 일본 사무라이 무협지나 일본판 게임, 만화 등을 좋아했던 것일까요? 그렇지만 조국 교수가 일본 사무라이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나라 국민 정서 특성을 고려해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조국 교수는 또 어디서 '육참골단'을 봤을까요? 부산 프로야구팀 롯데를 응원하는 조국 교수가 우리나라 어떤 사람에게 들은 풍문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유래를 모른 체 말이지요. 만약 조국 교수가 사극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선덕여왕'에서 우연히 봤을 수도 있습니다. 2009년을 휩쓸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 육참골단의 사례가 몇 번 나옵니다.

 

덕만(선덕여왕)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미실은 계략을 꾸밉니다. 백제 무왕이 속함성을 함락시키자 미실측의 설원랑은 전권을 부여받고 전장에 나섭니다. 설원랑은 덕만측의 김서현(김유신 아버지)에게 군사 3천명으로 아막성을 공격하게 하여 속함성의 백제군을 끌어낸 뒤 자신은 속함성을 탈환합니다. 김서현의 아들 김유신은 아막성으로 원군을 보내라고 요구하지만 설원랑은 '육참골단'을 읊조리며 이를 묵살합니다. 미실은 육참골단 계략으로 덕만 세력과 백제군을 모두 죽이려 했던 것이지요. 그야말로 비열한 수법이지요.

 

 

사극 선덕여왕에서 악당 미실은 육참골단 계략을 꾸몄다

 

설마 조국 교수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문재인 계파의 일부를 희생하는 대신 호남을 궤멸시킬 계략을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조국 교수가 섬뜩한 사무라이 전술이나 야비한 미실의 계략을 생각해낸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육참골단'이 일본 사무라이에서 유래됐고 사극 '선덕여왕'에서 악인 미실이 사용했던 사기술이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대체 누구의 살이고 누구의 뼈란 말인가요? 조국 교수는 문재인에게 '육참골단'하라 했으니 문재인 대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살과 뼈 인가요? 어쩌면 비극적인 희극이지요.

 

“새정치 ‘육참골단’ 제안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하다. 같은 맥락에서 ‘이대도강’도 필요하다”

 

그 후 조국 교수는 5월 27일 트위터 글에 '이대도강'을 끼워넣어 물타기를 시도합니다. '육참골단'의 유래를 몰랐다가 당황해 진짜 한자 고사성어를 찾아본 것이겠지요. 사무라이 용어 '육참골단'과 유사한 한자성어로 '이대도강'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셈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신에 새정치'라고 이름을 바꿉니다. 조국 교수가 머리를 썼지만 이미 일반 대중은 조국 교수의 의도를 알아챈 상태였습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쓴 것과 진배없지요.

 

이제 '이대도강(李代桃畺)' 한자성어를 알아보겠습니다. 한자 풀이를 하면 '오얏(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말라 죽는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아군의 작은 것을 희생해서 적군의 큰 것을 취한다’는 의미입니다. 바둑으로 치면 '사석작전'과 같은 말 입니다. 사석작전이란 작은 돌을 죽이고 대마를 잡거나 큰 집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지요. 작은 희생을 치르고 큰 이득을 취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대도강'은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입니다. 조국 교수는 이대도강이란 사자성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육참골단에 비유한 것이지요. 결국 나의 살을 내주고 적의 뼈를 취하는 전략이란 이야기입니다. 이대도강은 중국 고대와 중세의 악부시를 집대성한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실린 '계명(鷄鳴)'이라는 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 시는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벌레들에 갉아먹혀 희생하는 것을 형제 간의 우애에 빗대어 노래했습니다.

 

"복숭아나무 우물가에서 자라고, 자두나무 그 옆에서 자랐네. 벌레가 복숭아나무 뿌리를 갉아먹으니,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죽었네. 나무들도 대신 희생하거늘, 형제는 또 서로를 잊는구나(桃生露井上, 李樹生桃旁. 蟲來齧桃根, 李樹代桃僵. 樹木身相代, 兄弟還相忘)."

 

여기서 이대도강이라는 성어(成語)가 생겼고, 병법에 응용되어 작은 것을 희생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我敵之情各有長短 戰爭之事 難得全勝 而勝負之決 卽在長短之相較 乃有以短勝長之秘訣 如以下駟敵上駟 以上駟敵中駟 以中駟敵下駟之類 則誠兵家獨具之詭謨 非常理之可推測者也

나와 적의 사정을 보면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싸움에서 항상 이기기란 무척 어렵다.

따라서 승부를 결정짓고자 한다면 바로 가진 바 장점과 단점을 서로 비교하여

그 단점으로서 장점을 이기는 비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 등급의 말 중에 나의 하급의 말로서 적의 상급의 말을 상대하고,

나의 상급의 말로서 적의 중급의 말을 상대하며,

나의 중급의 말로서 하급의 말을 상대하면, 결국에는 한 번은 지지만 두 번은 이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면 그것은 참으로 병가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꾀로서 보통의 생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책사 손빈의 계책입니다. 세 마리의 말로 경주를 하는 시합에서 이기는 방법이지요. 약한 말 한 마리로 패하는 대신 두 마리가 이기면 되기 때문입니다. 위 문장은 바로 이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대도강'의 요체라 할 수 있지요. 이후 전기는 손빈의 계책을 따라 위의 수도 대량을 포위하여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구하는 대범한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전기 새마의 고사입니다.

 

정치인들이 혁신을 한다며 쏟아내는 말들은 독하고 섬뜩하기만 합니다. 툭하면 '뼈를 깎는다'고 말합니다. 중국 명의 화타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뼈를 깎아내 치료했다는 '괄골요독(刮骨療毒)'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비장한 각오를 알리기 위해 쓰는 말이 됐지요. 정치인들이 각오를 독하게 말로 다지는 것도 좋지만 실제 행동과 스스로 실천이 더 중요합니다. 말에 대한 책임이지요.

 

 

사실 '삼국지연의'에서 관우가 치료를 받는 도중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바둑에만 열중했다고 했지만 중국인 특유의 과장일 뿐입니다. 몸에 작은 상처가 나도 고통이 밀려오기 마련인데 뼈를 깎겠다니 이런 과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환골탈태(換骨奪胎)도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수련을 통해 평범한 몸을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몸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도교 용어입니다. 직역하면 '사람의 뼈대와 태를 바꾼다'는 뜻입니다. 정말 독한 표현이지요.

 

일부 문재인 지지자 중에 '육참골단'의 유래가 일본 사무라이인데도 '이대도강' 유래인 손빈 고사로 허위사실 유포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명백한 사실에 근거한 고사마저도 거짓을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는 사람의 도리는 아닐 것입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않도록 하는것이 인간의 예의이겠지요. 조국 교수든 문재인 대표든 사실을 잘못 알고 실수를 할 수는 있으니까요. 물론 족보불명 국적명의 엉터리 말이 네이버 등 인터넷에 잘못 표기되기도 하더군요. 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육참골단'이 말이지요.

 

그리고 혁신은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기득권 내려놓는다 말만 하지말고 책임을 지고 자신부터 사퇴하면 그것이 혁신의 시작입니다. "기득권 내려놓겠다"고 몇번을 말했습니까? 그런데 문재인 대표 본인은 그대로 당권 움켜쥐고 앉아 있습니다. 문지기 등 당내 사조직이 있고, 배후에 노무현재단을 추모사업이 아닌 정치적 패거리 전진기지로 두고 있으면서 계파 없다고 말합니다. 문재인은 최근 팬클럽 회원들에게 '힘들다'며 동영상을 찍어 공개하며 뒤에서는 패권주의를 종용하는 양두구육의 행태도 보였습니다. 문재인 본인의 당권과 사익 패거리 이익에 골몰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문재인의 말과 행동이 진정성 없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