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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변치않고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며 노무현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킨 사나이, 유시민. 저는 유시민과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올곧은 정신과 의리에 대해 탄복하곤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 언제나 함께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곧바로 달려와 펑펑 눈물을 쏟던 유시민을 생각하니 대학시절의 기억이 뚜렷하게 떠오릅니다.

제가 유시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3년전 대학 입학 이후 였습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저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기 위해 갔습니다. 여러 책들을 구경하다가 어떤 책 속에 꽂혀있던 수십 장의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였습니다.

그리고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를 단번에 읽었습니다. 20대 청년이 이토록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고 당시 군사독재의 진상을 알게 되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는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금기시 되었던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몰래 그 글을 읽어야 했습니다. 정당성과 도덕성이 없던 군사정권은 정권에 불리하면 무조건 금지시켰던 시기였습니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중에서

본 피고인은 우선 이 항소의 목적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1심 선고형량의 과중함을 호소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 항소는 다만 도덕적으로 보다 향상된 사회를 갈망하는 진보적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소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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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설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이 7년이 지난 지금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소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이 지난 7년간 거쳐온 삶의 여정은 결코 특수한 예외가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학생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경험입니다.

본 피고인은 이 시대의 모든 양심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에 비추어, 정통성도 효율성도 갖지 못한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민주 제도의 회복을 요구하는 학생 운동이야말로 가위눌린 민중의 혼을 흔들어 깨우는 새벽 종소리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오늘은 군사 독재에 맞서 용감하게 투쟁한 위대한 광주 민중 항쟁의 횃불이 마지막으로 타올랐던 날이며, 벗이요 동지인 고 김태훈 열사가 아크로폴리스의 잿빛 계단을 순결한 피로 적신 채 꽃잎처럼 떨어져 간 바로 그날이며, 번뇌에 허덕이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이 성스러운 날에 인간 해방을 위한 투쟁에 몸바치고 가신 숱한 넋들을 기리면서 작으나마 정성들여 적은 이 글이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을 기원해 봅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985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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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이유서는 서울대 프락치사건에서 유시민은 주동자로 몰려 구속되면서 쓴 글이었습니다. 그 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네크라소프의 시구를 인용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 전 유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하면서 서럽게 울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 노무현과 유시민은 어쩌면 닮아 있습니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원칙도 소신도 없이 철새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따라 움직일 때 노무현과 유시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힘들고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국민과 민주주의 편에서 원칙과 소신을 지켰던 것입니다.

유시민에 대한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국회에 의한 탄핵 시도에 오열하고 울분을 토하던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썪어빠진 환경에서 정치를 하기에는 너무 올곧은 사람이었던 노무현과 '원칙과 소신의 지향점'을 지켜냈던 유시민이었습니다. 수많은 정적들의 비난과 편견들에 맞서싸우며  그 고난을 받아내고, 노무현 후보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들어냈던 그였기에 탄핵시 울분은 그 누구보다 컸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시민의 눈물은 진정성의 산물이었습니다.

▲지난 2003년 3월 국회에서 탄핵 당시 오열하던 유시민 의원의 오열 모습

정치적 원칙과 소신 보다는 배신과 야합이 난무하던 우리나라의 후진적 정치무대에서 유시민과 같은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노무현의 정치적 꿈과 이상은 아직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앞서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노무현의 삶과 죽음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단계 발전하는데 있어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정치적 자산과 가치를 공유하던 유시민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시민은 단심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 가치와 원칙을 공유한 인물이다

유시민을 생각하면서 문득 백원우 의원이 오버랩되어 지나갔습니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헌화가 시작되자 '사죄하십시오'라고 외치다 경호원들에게 끌려간 일이 있었습니다. 경호원에게 입이 틀어막힌 백원우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입이 틀여막힌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백원우 의원이 서울역 분향소에서 쓴 글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죄인의 심정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인입니다.

그래서 목놓아 소리내어 울고 싶어도 울지못하는 죄인입니다.

그저 줄서서 조문하는 분들에게 물한잔 대접하고 싶어도 어찌하지 못하는 상주일뿐입니다.

마음속 눈물이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고 있지만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머리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 버리고 혀가 꼬이고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저는 그저 죄인입니다.

조문오시는 분들에게 하염없이 죄송하고 너무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2009년 5월 26일 서울역에서 국회의원 백원우

유시민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지난 1980년대부터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념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순간은 속일 수 있어도 수십년에 걸쳐 속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위선에 속아 왔습니다. 이제는 진정으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비열하고 야비한 정치인은 걸러내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은 지켜내는 감시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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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