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죽음은 마침내 미실시대가 끝나고, 비로소 덕만공주의 선덕여왕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용상에서 최후를 맞이한 미실은 그녀가 꿈꾸던 왕의 자리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했음을 뜻합니다. 죽음마저도 당당하고 아름답게 승화시켰습니다.
미실이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장면은 멀리 서역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스스로 독사에 물려 자살을 선택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걸 미실과 클레오파트라는 각각 다른 국가와 시대를 살았지만 당대 최고의 미녀로 각각 자신의 국가를 사랑했고 실질적으로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출중한 미모와 지략을 바탕으로 최고 권력자 남자들을 다스렸고 최고의 자리에서 홀연히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MBC 사극 대하드라마 선덕여왕 50회는 미실의 장열한 최후를 그렸습니다.
미실은 백제와의 국경선을 지키던 최정예 부대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회군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미실이 전쟁을 통해 피를 뿌렸던 신라의 국경을 차마 자신의 목숨을 위해 무너뜨릴 수 없었습니다. 미실은 사다함을 연모했듯이 신라를 연모했기 때문입니다.
미실은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고 설원랑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습니다. 미실은 설원랑(전노민)에게 "항복할 수 없는 날에는 죽으면 그만이다. 오늘이 그날이다. 뒷일을 부탁하겠다. 나를 따른 자들을 모두 살려 잘 이끌어달라."고 담담하게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했습니다. 미실은 "난 약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웠고 그 중 마지막 계획을 실행하려는 것 뿐이다. 설원공께는 정말 미안하다"며 미실에게 충직했던 남자 설원랑에게 마지막 애정과 잊지않았습니다.
그리고 미실의 남자 비담이 그녀의 최후를 지켜봤습니다. 미실이 용상에 앉아 여러 병의 독약을 삼킨 이후 아들 비담(김남길)이 나타나 참았던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라고 불러 드릴까요. 아니면 버려서 미안했다고 사과라도 하시려고요"라고 비통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아들 비담이 처음으로 어머니를 부르며 눈물을 부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미실은 "난 미안하지 않다.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덕만을 사랑하고도 그리 하라"며 아들 비담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미실은 아들 비담에게 모정을 숨기며 아들 비담이 스스로 강해질 것을 주문했는지도 모릅니다. 미실은 "사람이 목표인 것은 위험한 것이다'라며 단지 아들 비담이 덕만을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한 마지막 조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독약이 온 몸에 퍼져 용상에 앉아있던 몸이 흔들리자 비담에게 의지해 몸을 곧추세운 미실은 "덕만은 아직인 것이냐"고 말하자 덕만(이요원)이 곧 나타났습니다.
미실이 용상에 앉아 눈을 감고 평화롭고 온화한 얼굴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덕만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미실의 죽음을 목도한 덕만도 눈물을 주루룩 흘렸습니다. 덕만은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미실의 시대 안녕히..."라며 미실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덕만은 비록 정치적 경쟁자였지만 미실이 있었기에 덕만공주도 있었고 선덕여왕의 꿈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미실의 죽음은 아름다웠습니다. 대개 악역을 맡은 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 비참한 최후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실은 결코 불쌍하거나 비참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미실의 최후 장면은 소름돋을 정도로 고현정의 명연기와 명대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비록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지만 선덕여왕의 진정한 주인공은 고현정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악역이지만 고현정을 결코 미워할 수 없었고 미실은 드라마에서 최고의 여걸이었습니다. 미실이 최후를 맞이한 순간 드라마 선덕여왕이 끝난 것은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미실의 마지막 장면에 눈가가 저절로 붉어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미실은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애이불비(哀而不悲)'의 모습이었습니다. 슬프지만 비참하지도 않았고 슬픔을 나타내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미실 역을 끝낸 고현정은 실제 어떤 마음이었을까? 고현정은 방송 당일인 10일 '선덕여왕' 마지막 촬영을 마치며 시원섭섭한 마음에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고현정은 "미실 덕분에 행복했다"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 동안 미실로 살아왔던 지난 6개월의 감회를 '행복'이라는 단어 속에 압축해 표현했던 것입니다.
이날 일산 MBC 드림센터 선덕여왕 세트에서는 미실 고현정을 위한 조촐한 축하 파티가 열렸다고 합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50회를 마지막으로 하차하게 된 미실 고현정을 위해 제작진이 준비한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연출을 맡은 박홍균 PD와 마지막 포옹과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고현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복잡한 감정이었을 듯 싶습니다.
미실의 최후에 고현정도 여러 말을 잇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악역의 연기였지만 미실 역에 몰입해 미묘한 표정의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고현정이었습니다. 악역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미실에 열광했습니다. 미실의 죽음에 아쉬워했던 이유도 고현정의 연기가 그 만큼 대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덕여왕에서 더 이상 미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크나큰 상실감과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이제 선덕여왕은 덕만의 시대에 비담과 춘추의 대결 구도가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걸들의 대결 시대가 막을 내리고 덕만의 남자들이 대결시대가 도래한 셈입니다. 그렇지만 미실 고현정의 하차는 오래 여운이 남을 전망입니다. 벌써부터 올해의 연기대상은 고현정이란 말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실 고현정이 '행복했다'는 하차의 변은 그녀의 연기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로 '행복'했을 것이라 믿습니다. '잘 가요. 미실'
"그래도 웃지는 말거라. 살짝 입꼬리만 올려. 그래야 더 강해 보인다."
"무서우냐? 공포를 극복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도망치거나 분노하거나."
"하늘을 이용하나, 하늘을 경외치 않는다. 세상의 비정함을 아나, 세상에 머리 숙이지 않는다. 사람을 살피고 다스리나,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
"사람을 얻으려면, 먼저 강함을 보인 후 다가가서 손을 잡아야 한다."
"덕만 공주가 부럽습니다. 첫째는 덕만 공주의 발상이 부럽습니다. 두 번째 젊음이 부럽습니다. 훗날에는 제사, 정치, 격물이 분리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늙었습니다. 세 번째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한이 됩니다. 쉽게 황후의 꿈을 이뤘으면 그 다음 꿈을 이룰 수 있었을텐데..."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덕만을 사랑하면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이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말이다. 나는 사람보다 나라를 가지려고 했다. 너는 나라를 얻고 사람을 가져야 한다"
"하늘의 뜻이 조금 필요합니다"
진심일까, 술수일까?
방심하지 마세요. 유신랑. 가령 열 명과 한 명이 싸울 때 말입니다. 고작 한 명을 상대로, 죽고자 덤비는 열 명은 없습니다. 결사적인 열 명은 없어요. 허나 그 열 명과 싸우는 한 명은 다르지요. 그 한 명은 필사적입니다. 내가 아니면 그 열 명과 싸워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이미 마음가짐에서 그 열 명은 진 것입니다. (33회)
최대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나 또한 안타깝다. 허나 지금 중요한 것은 폐하의 편으로 넘어가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니 상대등께선, 지금 덕만공주에 대한 추인을 바로 진행하세요. 상대등의 주도 하에! 단결된 우리 귀족연합이 황실의 죄를 덮어준다는 인상을 주란 말입니다. 그리고 황실에서 얻어낼 것을 더 얻어내세요. (29회)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야 할 때
투전을 할 때 말입니다. 허패를 들고 판돈을 따려면 허세를 부려야 합니다. 더 세게 나와야죠. (28회)
유리한 상황에서도 신중하게
일을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일일수록 명분이 중요합니다. 합당한 명분과, 정확한 증좌! 그 두 가지를 쥐기 전엔 함부로 움직여서는 아니 됩니다. (23회)
약올리는 걸까 가르치는 걸까
사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걸 해주거나, 그 사람이 무서워하는 걸로 협박을 해야 합니다. 공주님의 사람이라는 유신과 덕만… 그들이 뭘 원하는지, 뭘 무서워하는지, 아십니까? (18회)
도망치라는 걸까 분노하라는 걸까
무서우냐? 공포를 극복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도망치거나 분노하거나. (17회)
무서워 하는 것과 무서워하지 않는 것...
저잣거리에 가면 이 미실이 어린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소문도 있다 하더구나. 들은 적이 있느냐? 그 소문들마저도 다 내가 퍼뜨린 것이다. 사람들이 날 무서워하는 것과 무서워하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유리하겠느냐? (16회)
그 다음부턴 설원공 네가 생각해
전쟁도 결국 사람의 일이 아닙니까? 사람을 흔들면, 군이 흔들리고, 또한 나라가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9회)
'일상 문화예능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걸그룹 섹시+캐릭터+결합, 3가지 생존 코드 (62) | 2009/11/19 |
|---|---|
| 무한도전 식객 대결, 루저 자막 왜 넣었을까? (44) | 2009/11/15 |
| 미실여왕 고현정과 비담의 눈물 '행복했다' (23) | 2009/11/11 |
| 무한도전 식객편, 음식으로 장난 심했다! (124) | 2009/11/08 |
| 품절녀 고소영 이영애, 다음은 김혜수인가? (77) | 2009/11/06 |
| 9호선 급행 지하철과 은하철도 999의 추억 (51) | 2009/10/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