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가끔 자신을 괴롭히는 상념의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한지 5년 정도 지난 무렵이었습니다. 여름 휴가를 맞이해 아내와 어린 두 딸과 함께 시골 고향집에 갔습니다. 부모님은 손녀딸들을 보는 재미에 마냥 즐거워 하셨습니다. 제가 장남이다보니 맏며느리가 된 아내에 대해 부모님은 늘 고마워 하셨습니다.
아내도 부모님께 항상 맏며느리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딸이 귀한 저희 집안에서 두 손녀의 등장은 아버지의 근엄함을 사라지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서도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아내는 낡은 시골집이지만 싫은 내색하지 않고 어머니의 부엌 일을 스스럼없이 함께 했습니다.
당시 여름휴가에는 여동생과 매제 그리고 두 아들도 저희 가족 일정에 맞춰 시골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저 보다 먼저 결혼을 한 여동생은 시골에서 사는 것이 죽도록 싫었던 터라 도시생활에 만족하며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여동생의 눈에 맏며느리가 된 오빠의 아내의 모습은 그래도 안심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도 여동생 남편인 매제가 시골집에 오면 장인 장모에게 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렇게 결혼 초기의 생활은 신혼 초기에 부부싸움을 몇번 했던 것 이외에는 그 후 무난하게 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도 부모님께 항상 맏며느리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딸이 귀한 저희 집안에서 두 손녀의 등장은 아버지의 근엄함을 사라지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서도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아내는 낡은 시골집이지만 싫은 내색하지 않고 어머니의 부엌 일을 스스럼없이 함께 했습니다.
당시 여름휴가에는 여동생과 매제 그리고 두 아들도 저희 가족 일정에 맞춰 시골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저 보다 먼저 결혼을 한 여동생은 시골에서 사는 것이 죽도록 싫었던 터라 도시생활에 만족하며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여동생의 눈에 맏며느리가 된 오빠의 아내의 모습은 그래도 안심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도 여동생 남편인 매제가 시골집에 오면 장인 장모에게 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렇게 결혼 초기의 생활은 신혼 초기에 부부싸움을 몇번 했던 것 이외에는 그 후 무난하게 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름휴가로 시골에 내려온 첫 날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아침 일찍 잠이 깼습니다. 혼자서 거실에 앉아있자니 심심해서 TV를 켰습니다. 아침 방송에 어떤 여자가 출연해 자신의 결혼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기구한 결혼생활에 대해 TV 화면을 통해 담담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소위 민속각설이로 유명해진 사람이었습니다. 여자이지만 어찌나 엿장수 가위질이 뛰어나든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방송출연까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인상이 저에게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만났던 여자인 듯 한데 얼굴이 다소 통통해 비슷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여자의 이름이라도 자막에 뜨면 확인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그 여자는 민속각설이가 된 사연을 말했습니다. 그 여자는 결혼해 각설이로 유명한 집안에 시집을 갔습니다. 그런데 결혼 몇해 만에 그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다리에 큰 부상을 당했던 것입니다. 남편은 회사에 다녔는데 직장을 다닐 수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의 갑작스런 사고로 그 여자는 각설이인 시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돈벌이에 나섰습니다. 남편이 일을 못하게 되면서 아이 둘과 남편을 먹여살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일도 해봤지만 예술적 재능이 있던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각설이 공연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았습니다.
어느정도 외모도 되는데다 여자가 민속각설이 타령을 하고 게다가 엿가위쇼 가위질 솜씨가 예술적 경지에 오르면서 그녀는 지방 도시에서 유명해졌습니다. 여성 민속각설이가 드물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눈에 띄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은 방송국에도 알려졌고 급기야 방송출연을 하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남편이 사고로 다리가 불구가 되면서 자신이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면서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야 했던 당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TV 화면 자막에 그녀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민속각설이 HOO'
이럴 수가. 그 이름은 바로 제가 대학교 때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 사귀게 된 H였습니다. 복학 후 대학 3학년 때부터 사귀었는데 유치원교사를 하던 H는 제가 공부하던 대학 도서관에 나타나 밥을 사주곤 했었습니다. 지방도시에 살던 H는 한달에 한두번 서울에 올라오면 저를 만나러 왔던 것입니다. H는 저와 학번이 같았는데 제가 졸업 무렵이 되면서 집안의 성화에 못이겨 맞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질을 주었습니다.
저는 목표로 하는 곳에 입사에 낙방하면서 백수였던 터라 H의 맞선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자신이 너무 초라했기에 빨리 원하는 곳에 입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H는 맞선 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 때 저에게는 대기업 합격 통지서도 날아왔습니다. H가 결혼식을 하는 시간은 제가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더욱이 결혼식 장소는 바로 신입사원 교육 연수원에서 바로 인근이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퇴소식이 끝나는 날, 저는 H가 결혼하는 식장을 지나 서울로 곧장 올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기분은 참으로 쓸쓸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혼 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저는 가난한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결혼은 처음으로 안정감있는 생활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TV화면에서 이미 잊고 지냈던 대학 시절의 옛 애인을 보게 되다니 놀랍기도 하지만 불쌍한 H의 모습에 온갖 상념이 머리 속을 휘감고 돌았습니다. 차라리 H가 결혼해 행복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갑작스런 사고와 불행한 결혼생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옛날 여자친구의 모습 뿐이었습니다.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한참 상념에 젖어있는데 잠이 깬 아내의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저는 부지불식 간에 재빨리 TV 채널을 돌렸습니다. 이미 지나간 오래 전의 추억인데 괜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H에게도 측은지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아내에게 TV방송을 우연히 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결혼 후 TV화면에서 우연히 과거 결혼 전 애인의 불행한 장면을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 것 같으신가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 여자는 기구한 결혼생활에 대해 TV 화면을 통해 담담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소위 민속각설이로 유명해진 사람이었습니다. 여자이지만 어찌나 엿장수 가위질이 뛰어나든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방송출연까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인상이 저에게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만났던 여자인 듯 한데 얼굴이 다소 통통해 비슷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여자의 이름이라도 자막에 뜨면 확인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그 여자는 민속각설이가 된 사연을 말했습니다. 그 여자는 결혼해 각설이로 유명한 집안에 시집을 갔습니다. 그런데 결혼 몇해 만에 그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다리에 큰 부상을 당했던 것입니다. 남편은 회사에 다녔는데 직장을 다닐 수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의 갑작스런 사고로 그 여자는 각설이인 시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돈벌이에 나섰습니다. 남편이 일을 못하게 되면서 아이 둘과 남편을 먹여살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일도 해봤지만 예술적 재능이 있던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각설이 공연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았습니다.
어느정도 외모도 되는데다 여자가 민속각설이 타령을 하고 게다가 엿가위쇼 가위질 솜씨가 예술적 경지에 오르면서 그녀는 지방 도시에서 유명해졌습니다. 여성 민속각설이가 드물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눈에 띄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은 방송국에도 알려졌고 급기야 방송출연을 하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남편이 사고로 다리가 불구가 되면서 자신이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면서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야 했던 당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TV 화면 자막에 그녀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민속각설이 HOO'
이럴 수가. 그 이름은 바로 제가 대학교 때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 사귀게 된 H였습니다. 복학 후 대학 3학년 때부터 사귀었는데 유치원교사를 하던 H는 제가 공부하던 대학 도서관에 나타나 밥을 사주곤 했었습니다. 지방도시에 살던 H는 한달에 한두번 서울에 올라오면 저를 만나러 왔던 것입니다. H는 저와 학번이 같았는데 제가 졸업 무렵이 되면서 집안의 성화에 못이겨 맞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질을 주었습니다.
저는 목표로 하는 곳에 입사에 낙방하면서 백수였던 터라 H의 맞선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자신이 너무 초라했기에 빨리 원하는 곳에 입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H는 맞선 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 때 저에게는 대기업 합격 통지서도 날아왔습니다. H가 결혼식을 하는 시간은 제가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더욱이 결혼식 장소는 바로 신입사원 교육 연수원에서 바로 인근이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퇴소식이 끝나는 날, 저는 H가 결혼하는 식장을 지나 서울로 곧장 올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기분은 참으로 쓸쓸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혼 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저는 가난한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결혼은 처음으로 안정감있는 생활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TV화면에서 이미 잊고 지냈던 대학 시절의 옛 애인을 보게 되다니 놀랍기도 하지만 불쌍한 H의 모습에 온갖 상념이 머리 속을 휘감고 돌았습니다. 차라리 H가 결혼해 행복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갑작스런 사고와 불행한 결혼생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옛날 여자친구의 모습 뿐이었습니다.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한참 상념에 젖어있는데 잠이 깬 아내의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저는 부지불식 간에 재빨리 TV 채널을 돌렸습니다. 이미 지나간 오래 전의 추억인데 괜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H에게도 측은지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아내에게 TV방송을 우연히 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결혼 후 TV화면에서 우연히 과거 결혼 전 애인의 불행한 장면을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 것 같으신가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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