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아 시절에 죽마고우였던 L모 친구가 40대 중반의 나이에 늦깍이 결혼을 했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결혼해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아이들이 있을 법한 나이인데 상당히 늦은 결혼을 한 셈이다. 모처럼 40대 중년의 죽마고우 친구들이 함께 결혼식에 참석해 때늦은 결혼이지만 친구가 잘 살기를 기원했다.

나와 L은 시골 마을에서 아랫집 윗집 사이에 있어 유아 시절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언제나 함께 지냈던 친구였다. 시냇가에서 가재를 잡고 뒷산에서 땔감을 베고 들에서 소먹이 풀을 베고 동네 어귀에서 자치기, 술래잡기를 하고 계곡 아래 커다란 물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놀았던 친구였다.(아마도 지금은 이런 시골 이야기를 모르는 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공부하러 떠나고, L은 공부에 뜻이 없고 집안이 워낙 가만해 부산으로 돈벌기 위해 홀연히 떠나면서 만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L은 부산에서 일하면서 사이비 종교에 빠져 무려 10년 동안을 가족에게도 안부 편지나 전화 한 통 없이 지냈던 것이다. 가족은 물론 친구나 일가 친척과도 전혀 소식을 끊고 지낸 것이다. 급기야 L모 친구의 아버지는 아무리 수소문하고 실종신고를 했지만 소식이 없는 L을 사망신고까지 해버렸다. 

나는 그 친구를 10년만인 80년대 초반에 다시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L이 우연히 고향에 한번 들렀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달음에 찾기 시작했다. 그가 서울의 모처 종교에 기거하고 있다는 단서 하나만으로 결국 사이비 종교를 찾게 되었고 친구의 쪽지를 접한 L이 연락을 해와 종로 거리에서 10년 만에 재회를 한 것이다. 그러나 L은 예전의 불알친구 녀석이 아니었고 어떤 말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헤어졌다.

그런 L이 결혼식을 한다는 또다른 죽마고우 친구 H에게 얼마전 연락을 받은 것이다. 무려 30년만에 죽마고우들이 함께 모이게 된 것이다. 당시 시골 마을에서 나의 집을 사이에 두고 L이 윗집, H가 아랫집이었다. L은 H에게 초등학교 동창 친구이자 가까운 친척이기도 했다. 결혼식에는 나와 또 한 명 친구인 K가 동행하게 되었는데 K는 H의 아랫집 친구이다.(사실 나보다 한 살 위이고 학교 1년 선배이지만 나중에 친구가 된 사이다.)

L은 이미 사이비 종교로부터 벗어나 있었고 인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마음을 잡고 열심히 일하면서 지금의 신부를 만나 많은 일가 친척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갖게 된 것이다. 아들을 찾지못해 L에게 사망신고를 냈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L의 어머니는 늦깎이 결혼을 하는 L이 그나마 다행스러운지 연신 웃음꽃을 피우신다. 오랫만에 죽마고우 친구들도 함께 자리를 해서 더욱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망신고한 후 생존해있던 아들이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 결혼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죽마고우 친구 L에게 다시한번 축하의 말을 전한다. 무려 30년이라는 젊은 시절을 사이비 종교에서 보내고 40대 중반이 된 이제서야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인생 만큼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비록 늦었지만 예쁜 사랑 나누고 늦둥이 아이들 낳아서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도 효도하길 바란다. 이미 죽었던 인생을 다시 사는 인생이니 더욱 열심히 잘 살고 이제는 죽마고우들과 만나 소주 한 잔 하면서 그간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구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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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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