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거실에 나왔더니 갑자기 아내가 제 스마트폰을 감추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현장을 들킨 아내는 겸연쩍은 듯 말했습니다.
"배수정에게 투표했어. ㅎㅎ"
저는 다소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직 노래 시작도 안했잖아."
아내는 당연히 배수정이 우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아내는 '위대한 탄생 시즌2'가 시작된 이래 배수정에게 푹 빠졌습니다. 아줌마 팬이 된 것이지요. 아내는 배수정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노래 실력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후 배수정의 열성 팬이 되어 응원해 왔습니다. 그래서 노래도 부르기 전에 투표부터 할 정도가 된 것이지요. 게다가 자신의 휴대폰 뿐만 아니라 남편의 스마트폰으로도 투표할 생각까지 했으니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배수정에게 문자투표한 아내는 처음 노래 듣고 난 후 열혈 팬이 됐다
저는 배수정이든 구자명이든 결승전에서 누가 더 노래를 잘 하느냐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자명과 배수정 모두 우승할 자격이 있었으니까요. 누가 우승자가 되도 상관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구자명이나 배수정의 팬이라면 상황은 다를 수도 있겠지요. 자신의 응원하는 후보가 우승자가 되면 더 좋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렇게 위탄2 결승전이 시작됐습니다. 구자명은 김건모의 노래 '미안해요'를 불렀습니다. 이날 결승은 소중한 사람을 위해 바치는 '그대에게' 미션이었지요. 구자명은 어머니를 위해 노래를 선곡했던 것입니다. 애절하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구자명의 노래였습니다. 그래서 구자명의 '미안해요'는 심금을 울렸습니다. 방청석에서 노래를 듣고있던 구자명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들의 노래를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도 감동인데 자신을 위한 노래가 더욱 감정을 벅차오르게 했겠지요.
저는 구자명의 노래를 듣는 동안 그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구자명이 처음 위탄2에 나올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노래를 잘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노래도 어느정도 잘하기도 했지만 구자명의 인생 스토리가 딱해서 관심이 갔었지요. 한 때 축구선수였던 구자명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 중국집 배달부로 어렵게 살아야 했지요. 그럼에도 구자명은 용기를 잃지않고 위탄2에 나와 항상 진심이 담긴 노래로 울림을 주었습니다.
결국 결승에서도 구자명의 진정성은 통했던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 윤일상은 "그동안 노래를 잘했다면 오늘은 음악을 잘 표현했다"고 심사평을 했습니다. 가슴으로 느낀 노래의 감동만을 전한 셈입니다. 한편, 이 날은 쌈디가 현장 인터뷰를 담당했는데요. 구자명 어머니는 "가끔씩 자명이가 노래방에서 불러준 곡인데 '위탄2'에서 불러주니 벅차고 눈물났어요. 자명아 고마워"라고 감격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쌈디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은 조금 껄렁껄렁한 말투여서 그런지 위탄2에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배수정이 노래할 차례였습니다. 그 때 저와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배수정이 선곡한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배수정이 부를 노래는 주병선이 부른 '칠갑산'이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저 노래는 잘 해야 본전인데...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칠갑산은 분위기 다운시키는 것으로 유명해. 왜 저 노래를 선곡했는지 아쉽다."
아내도 배수정의 선곡에 벌써부터 걱정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편곡을 잘하고 배수정의 노래 실력이 있으니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잇었습니다. 배수정이 칠갑산을 선곡한 이유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다른 노래를 선곡했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결승전인데 자신의 실력과 더불어 부모님에게 마음을 전할 노래 선곡이라면 금상첨화니까요. 선곡에서부터 배수정은 이미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멘토인 이선희가 배수정의 선곡을 막아주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배수정의 노래가 시작됐습니다. 배수정은 자신의 감정을 가득 담아 애절하면서도 특유의 노래 실력으로 칠갑산을 불렀습니다. 그래도 배수정이 부른 칠갑산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뭔가 전율을 느낄 만한 감동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아쉬운 선곡으로 인해 2% 부족한 무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수정의 어머니도 노래를 듣는 동안 눈물을 흘렸지요. 쌈디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수정 어머니는 "아빠가 즐겨부르던 노래를 배수정이 큰 무대에서 부르게 될 줄 몰랐어요"라고 감격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구자명의 진정성있는 노래 그리고 대인배 배수정도 빛났다
멀리 영국에서 살던 배수정과 어머니 모두에게 한국에서 열린 위탄2 무대는 커다란 의미가 있었겠지요. 심사위원들도 배수정의 선곡에 놀랐던 모양입니다. 윤일상을 비롯한 심사위원들도 의외의 선곡이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반면 멘토 이선희는 "지난 1주일간 '칠갑산'을 연습하며 너무 먹먹했어요. 착한 마음을 가진 친구인지 잘 알았어요. 너무 잘 불렀어요. 분명히 그분도 잘 들었을거라 생각해요. 최고의 무대였어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버지를 향한 배수정의 마음을 알고있는 이선희는 배수정이 노래하는 동안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지요. 그것은 배수정의 진심을 아는 이선희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배수정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했던 것이지요. 편모슬하에서 자랐던 배수정은 칠갑산을 선곡하면 안될 줄 알지만 아버지를 위해 당당히 노래한 것이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도 말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배수정과 구자명 '배구남매'의 결승전이 끝났습니다. 멘토와 전문심사위원의 점수에서는 구자명이 배수정을 앞지른 결과였습니다.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 결과는 어느정도 결판이 난 상태로 보였습니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색다른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위탄1에서 우승 준우승을 차지했던 백청강과 이태권이 특별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백청강과 이태권은 'Bad case of loving you'를 열창하며 무대를 장악했습니다. 역시 선배다운 폭발력있는 무대였지요. 백청강의 팬클럽도 방청석에서 응원 열기를 띄워보내 놀랄 정도였지요. 이어 위탄2에 나온 톱12 멤버들의 특별한 무대도 이어졌습니다.
결국 위탄2의 결과는 구자명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아내도 배수정의 선곡이 아쉽지만 결과에 수긍을 하더군요. 사실 위탄1과 위탄2는 공통점도 많았습니다. 멘토 이선희의 제자들인 구자명과 배수정이 결승전에 오른 것이나 멘토 김태원의 제자들인 백청강과 이태권이 결승에 오른 것은 똑같습니다. 멘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물론 제자들의 실력과 노력이 따라야 했겠지만요. 백청강의 우승이 연변 청년의 꿈을 이루었다면, 구자명은 부상으로 포기한 축구선수가 중국집 배달부로 살면서 인생역전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노래도 중요하지만 인생스토리도 그 결과에 감동을 주는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구자명의 우승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을 것입니다. 우승 직후 즉석 인터뷰에서 구자명은 어머니를 향한 마음도 전했습니다. 구자명은 '미안해요' 무대를 펼치는 동안 옷 안에 어머니 사진을 넣어놓고 노래했다고 합니다. 보통 방송 때 같으면 앞을 보고 노래해야 하지만 이 날 결승무대 만큼은 어머니를 보고 노래했다는 것이지요. 구자명의 결연함과 절절함이 묻어나는 무대를 펼쳤던 것이지요. 구자명은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미안해하십니다. 이제는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구자명은 상금 3억에 대해서는 어머니께 드리겠다고 하여 숙연하게 했습니다.
구자명의 우승이 발표된 직후 배수정이 활짝 웃으며 축하해 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말을 잇지 못하는 구자명이었습니다. 배수정은 그런 구자명을 감싸주고 통크게 축하해 주었습니다. 대인배다운 배수정의 멋진 모습이었지요. 구자명의 우승을 헹가래로 축하해주는 위탄2의 톱12 멤버들도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멘토 이선희의 입장에서는 구자명이든 배수정이든 누가 우승해도 좋았을 것입니다. 둘 다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였는지 이선희는 이 날 무대에 구자명과 배수정에게 각각 '질주'와 '두근두근 콩닥콩닥'이라는 신곡을 선물해 가수 데뷔 무대에 나서게 했지요. 이 또한 멘토와 멘티의 아름다운 장면이었지요.
어쨌든 구자명의 우승으로 위탄2는 끝났습니다. 우직하면서도 진정성이 묻어나는 구자명의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에 비해 노래 실력이 일취월장한 모습이었지요. 배수정은 처음부터 결승까지 줄곧 노래에 관한 한 가장 안정되고 실력도 뛰어난 우승 후보였습니다. 비록 결승에서 아쉬운 선곡으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배수정이 구자명의 우승을 환하게 웃으면 축하해주는 장면이 대인배의 모습으로 남게 됐습니다. 앞으로 배수정 구자명 '배구남매'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입니다. 서로 남매처럼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더욱 감동을 줄 것이니까요. 구자명 배수정 모두 우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대였습니다. 모두 축하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