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내와 함께 을지로에서 청계천을 향해 걸었습니다. 덕수궁에 가던 길이었지요. 모처럼 시내 나들이에 아내는 상기돼 있었습니다. 5월의 거리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특이한 카페 건물 조형물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청을 향해 걷던 중 청계천에서 관광마차와 마주쳤습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마차를 끄는 말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달에 제주도에 아내와 여행을 갔을 때 초원 위에 있던 말과는 느낌이 크게 달랐던 것이지요.
아내는 마차를 보더니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매연이 가득한 아스팔트 위에서 마차를 끄는 말이 불쌍하다. 저거 금지하면 안되나? 여름철 폭염에 말이 얼마나 힘들까?"
그 이야기를 듣고보니 저도 말이 가련하게 보이더군요. 굳이 아스팔트 위에서 마차 관광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계천 관광마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청계천 관광마차는 15분에 3만원의 비용을 받더군요. 적지않은 요금이지요. 그럼에도 아이들이나 연인 또는 외국인 등에게는 서울 도심에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과연 청계천 아스팔트에서 마차를 운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우려가 생깁니다. 우선 말이 달릴 만한 공간인가부터 우려스럽지요. 마차가 운행하는 도로는 자동차도 함께 달립니다. 자동차 매연 연기와 소음 속에 노출돼 있는 것이지요. 요즘처럼 태양이 작렬하는 계절에는 숨이 턱턱 막히는 곳입니다. 사람도 힘든데 말도 힘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청계천 마차 운행에 대해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마차 운행이 시작된 몇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벌어졌던 문제이지요. 시민들의 항의와 민원이 자주 제기된 사안이었습니다. 그 때 마다 잠시 주춤하던 마차 영업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영업 운행이 재개되곤 했습니다. 최근에도 시민들과 동물애호단체들은 청계천 관광마차 영업에 대해 동물학대라며 금지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2007년 봄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그 사이 수 차례 서울시의 설득으로 영업 중지와 재개를 반복해 온 청계천 관광 마차, 현재는 불법적으로 승객을 태우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서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 보상 대책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또한 빛과 소음에 민감한 동물인 말을 이용하여 서울시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 광화문 주변 대로까지 운행하고 있어, 과한 스트레스로 인한 말의 이상 행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말은 물론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1. 많은 시민들이 동물 학대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7조 2항에 의하면,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피치 못할 일도 아니고, 인간의 잠깐의 기쁨을 위해 동물에게 건강 상의 위해를 가하면서 까지 달리게 하는 것은 명백한 동물 학대입니다.
그동안 (사)동물복지협회 동물자유연대에는 청계천 관광마차를 끄는 말의 건강상태와 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염려와 제보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원래 모래나 풀밭 등을 달려야 할 말이 아스팔트나 울퉁불퉁한 포장을 뛰어다닐 경우 관절과 발굽에 심한 무리가 오고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또한 관광마차를 끄는 말은 4계절 내내 자동차 매연과 소음에 시달려야 하며 특히나 여름에는 뜨거운 아스팔트와 자동차 열기도 견뎌야 합니다. 전문적인 검진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 말이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도 오랜 기간 고통 속에 방치될 가능성이 다분한데, 이런 상황을 참다못한 시민들이 계속 제보를 해주시는 겁니다.
도로가 포장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뉴욕시에는 현재 약 200여 마리의 등록된 마차용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운영 기준도 지켜야 하는 뉴욕시의 관광 마차도 이전과 달라진 교통 상황으로 인한 사고(차량과의 충돌 및 마차 전복 사고도 있음)나, 부상 및 호흡기 질환 등으로 길에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빈번히 있어 관광마차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마차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역사도 짧기 때문에 아직 알려진 경우가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라고 영원히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일 수 있을까요?
2. 승객뿐만 아니라, 주위의 시민들에게도 위험합니다.
더군다나 엄연히 도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런 관광 마차의 경우 택시나 버스와 달라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도 해당하지 않아 아무런 허가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거죠. 따라서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법적으로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어서 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이나 이용객들은 이들 마차도 택시처럼 공공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말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미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또한 화장품 냄새나 땀 냄새는 물론 사람이 흥분했을 때 분비하는 아드레날린까지 냄새 맡을 수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마차를 끌 경우, 넘쳐나는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자극으로 인해 말은 언제나 호기심이나 공포심에 의해 얼마간 흥분 상태인데, 이런 경우 호기심에 찬 시민들이 접근이라도 할 경우 사고가 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가을 어린 여자아이가 물린 사건도 있었고요.
3. 다른 나라에서도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관광마차는 금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업자는 '미국 뉴욕 등 세계 대도시 어디를 가도 관광마차가 다니는데 왜 서울만 안 되느냐'고 항변했다고 하는데, 사실 관광 마차를 운영하고 있던 플로리다의 팜비치나 네바다주의 라스베가스, 르노 등 관광으로 유명한 미국 도시는 물론 영국의 런던과 옥스포드, 프랑스의 파리, 캐나다의 토론토, 그리고 중국의 북경까지 금지하고 있으며 (자료 출처 : http://www.banhdc.org/archives/ch-fact-cities.html ) 앞으로 더 많은 도시들이 이 흐름에 합류할 것입니다.
사후 대책보다는 예방적 조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말에게 과한 스트레스를 주는 상태로 관광 마차를 계속 운행할 경우 원치않는 사고는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사고가 난 이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할까요, 아니면 예방적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할까요? 애초에 시범 사업으로 관광 마차를 도입한 서울시도, 허가도 없이 승객을 태우고 시내를 활보하는 교통 수단에 대해 과태료/벌금만 부과하고 마는 경찰 당국도 보다 책임있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러한 여론이 들끓자, 서울시는 지난 4월20일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함께 "관광마차는 안전사고, 교통정체, 악취, 소음 등으로 많은 시민들의 민원이 있으므로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을 청계천에 내걸었습니다. 현재로는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일 것입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마차도 교통수단으로 규정하고 있어 별다른 허가가 없더라도 도로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도심에서 마차 운행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몇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예 마차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도 있겠지요. 이는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성이나 동물학대 등 운행 제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면 조례 제정 등의 절차를 통해 규제를 할 수 있습니다. 조례 제정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마주의 입장에서는 관광 수입을 포기하기 힘든 일이고 마차 운행이 위법이 아니라는 반론도 가능하겠지요. 보수단체의 동물복지 논란도 있을 수 있지요.
외국의 사례를 통해 본 바람직한 해결책을 위한 대안들은?
다른 해결책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절충안입니다. 현재 청계천 관광마차는 운영상 아무런 법적 관리를 받지 않고 있어서 도로교통상의 위험과 동물 학대의 가능성을 늘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도 도입이 가능한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차 운행을 허가제로 변경하고 마차 자체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과 말에 대한 보호 책임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지요.
영국의 경우, 말이 끄는 마차 자체에 대한 정기 안전 점검이 의무화 되어 있으며, 반드시 지방 정부로부터 운영 허가를 얻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차를 끄는 말에 대한 관리 기준은 일반 동물복지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지요. 영국의 경우 워낙 승마 인구가 많고, 또 은퇴하거나 보호가 필요한 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말이라고 해도 개나 고양이 등에 거의 다름없이 법적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뉴욕의 경우는 도시내에서 승마나 마차 운행을 위해 임대하는 말을 관리하는 법이 별도로 있습니다. 영국의 포괄적 동물 복지와 비교해 볼 때 최소한 이 정도는 꼭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주에서 시행 중에 말 관리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소개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말에 대한 보호와 관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통제>
말을 보호할 책임은 마주, 마부, 승마자가 집니다. 말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이로 인해 공공이나 말 자신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마주, 마부, 혹은 승마자는 동물에 대한 통제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환경>
(1) 마주는 험한 날씨를 비롯 말이나 공공의 안전, 혹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조건에서 말이 고속도로나 거리에서 일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험한 날씨는 눈, 얼음, 폭우 또는 다른 여러가지 미끄러운 환경을 포함하는데, 단지 위에 언급한 상황에만 한정하지는 않고 기타 상황도 조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만일 말이 일을 하는 도중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최대한 빨리 최대한 빠른 경로를 통해 마굿간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2) 기온이 섭씨 32.2도를 넘거나 습구온도가 섭씨 29.4도를 넘어갈 때에는 모든 말이 즉시 일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선 가능한 그늘로 말을 데려가 쉬면서 몸을 식히도록 한 후, 마굿간으로 걸어서 돌아가도록 해야 합다.이렇게 마굿간으로 돌아가도록 한 모든 말은 굴레를 벗은 상태로 기온이 섭씨 32.2도 이하이고 습구온도가 섭씨 29.4도보다 낮아질 때까지 최소한 1시간은 거기에 머무르도록 해야 합니다.
(3) 동절기 : 말이 옥외 공간에서 승객이나 승마자를 기다리며 대기하게 되면 꼭 담요등으로 덮어주어야 합니다.
일과 휴식: (1) 마차용 말은 연속된 24시간 가운데 10시간 이상을 일해서는 안되고, 승마용 말은 8 시간 이상을 일해서는 안됩니다. (2) 또한 승마용 말은 매 승마시간 1시간마다 15분간, 마차용 말은 매 2시간마다 15분간 휴식시간을 줘야 합니다.
속도: (거리에서) 허가받은 속도. 마차용 말은 속보(trot) 이상의 속도로 달려서는 안됩니다. 승마용 말은 구보(canter)까지 허용되나 질주(gallop)해서는 안됩니다.
허가: 말은 주어진 법규에 의거하여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리를 절거나, 기타 신체적 조건으로 고통받는 경우, 또는 일을 할 수 없는 질환이 있는 경우, 해당 정부 담당자나 그가 지정한 사람, 또는 ASPCA(미국동물보호단체)의 담당자, 혹은 이들에 의해 말을 검사하도록 고용된 수의사에 의해 허가 취소 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명령을 받은 말은 명령서에 명시된 부상이나 질환 등이 충분히 회복되거나, 또는 일에 복귀하는 것이 다시 질환이나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분명할 때 복귀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명령이 발효된 시각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다시 말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거나 하면 위법이 됩니다. 단, 48시간 이내에 돌아가도 괜찮다는 수의사의 진단 소견서가 있으면 괜찮습니다.
<동물애호단체 게시판 글을 일부 인용함 것임>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어떤가요? 마차 운행을 민간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안전에 대한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입니다. 분명히 도로를 운행하는 마차인데도 승객을 싣기 위한 허가 과정도 없는 상태인 것이지요. 동물보호법은 있지만 마주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마차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절충해가는 방안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돌고래 '제돌이'가 고향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요. 돌고래는 포획이 불법이기 때문에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돌고래는 가족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불법포획하면 가족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하루 최고 100km 이상을 헤엄치며 광활한 바다를 누비고 다니던 돌고래였지요. 그러나 제돌이는 불법 포획돼 비좁은 수족관에서 살며 가족과 헤어져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지요.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돌고래쇼를 못보게 됐다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이기심이지요.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간에게도 도움이 되겠지요. 청계천 마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보면 시내에서 마차를 타는 즐거움이 있겠지요. 그러나 푸른 초원을 달리는 말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적어도 말이 달릴 수 있는 환경이라도 마련해 이용하면 좋겠지요. 서울 도심에서 마차를 본 아내의 반응에서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동물과 자연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습니다.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분입니다. 자연 환경과 상생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이제는 함께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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