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25 딸아이 친구 금붕어가 4년만에 죽었어요 by 진리 탐구 탐진강 (7)
  2. 2009.01.25 명절 폭설 길에 아가의 분유 물 찾아 삼만리 by 진리 탐구 탐진강 (26)


둘째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은 금붕어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유치원때 선생님이 패트병에 금붕어를 키우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준비해 아이에게 주었는데 수명을 다하고 죽은 것입니다. 아이가 7살때 받은 것인데 현재 둘째 딸이 10살이 되었으니 금붕어는 무려 4년째 살다가 운명을 달리하게 된 셈입니다.

금붕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둘째 딸아이가 당시 7살이었고 유치원 다닐 때 였습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패트병에 금붕어를 키우는 방법을 배우는 실습 시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둘째 아이는 유치원 선생님과 만든 패트병 어항에 물을 담아 넣은 금붕어 2마리를 갖고 집에 왔습니다. 둘째가 신난 듯이 엄마에게 "내가 유치원에서 만든 금붕어 어항이야. 금붕어를 집에서 잘 키워볼게."라고 당돌하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금붕어를 키워본 적이 없어 내심 걱정부터 들었답니다. 사실 좁은 패트병에서 금붕어가 살기도 힘들 것 같고 키울 자신도 없었습니다. (유치원에서 패트병에 금붕어를 키우는 학습이 올바른지는 의문이 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대개 일찍 금붕어가 죽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니가 어떻게 키우겠니? 결국 내 일만 늘었지. 지금은 니가 잘 키울 거라 말하지만 엄마의 짐이 될 것 같구나."라고 둘째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내의 예상 대로 둘째는 처음에만 반짝 금붕어를 돌보더니 점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버렸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그 전에 둘째가 유치원에서 누에를 가져온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아내는 벌레를 무척 싫어했는데 둘째가 가져 온 누에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누에가 뽕잎을 먹고 자라서 누에고치를 거쳐 나방이 될 때까지 정성들여 키웠던 일이었습니다. 누에는 결국 나방이 되어 멀리 하늘로 날아 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주말에 아내는 저에게 금붕어 어항을 하나 사야겠다고 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이니 좁은 패트병 안에서 금붕어를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두 딸과 함께 마트에 가서 동그란 어항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이제는 금붕어는 온전한 집도 가진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금붕어 어항 밑에는 작은 돌들도 넣어주고 수초 장식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얀색과 분홍색의 옷을 입은 금붕어는 자신들의 집이 생기자 활발하게 어항 속을 뛰어 놀았습니다.

아내와 둘째는 금붕어를 위한 사료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적당량을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하얀 금붕어는 식탐이 워낙 좋아서 어항 근처에 다가가면 물 위로 입을 벌리고 달려들곤 했습니다.

금붕어 두마리는 함께 어항에서 사이좋게 놀았습니다. 금붕어는 그렇게 우리 가족으로 4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둘째 아이가 다니던 당시 유치원 친구들의 금붕어들은 이미 패트병 시기에 다 죽었다고 하니 참으로 오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하얀색 금붕어가 배를 거꾸로 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세상과 작별하고 말았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는 그 동안 함께 친구처럼 살아온 금붕어의 죽음에 슬퍼했습니다.

이제는 분홍색 금붕어 한 마리만 홀로 어항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어항 구석에만 맴도는 것을 보면 외로운가 봅니다.

아내에게 "금붕어가 외로와 보이는데 몇마리 더 살까?"하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앞으로 계속 더 금붕어를 키울 자신이 없는 듯 말이 없었습니다. (남은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만 금붕어를 키울 모양입니다.)

금붕어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잘 키우면 4~5년까지 산다고 합니다. 더 오래 사는 금붕어 종류도 있다고 합니다만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금붕어가 4년 이상 살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들은 하얀 금붕어가 제 수명을 다하고 늙어서 죽었다고 믿고 싶어졌습니다.

하얀 금붕어는 우리 가족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다가가면 늘상 물 위로 입을 벌리고 밥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마치 귀여운 강아지와 같았습니다. 식탐이 많은 재롱둥이 금붕어는 없지만 오랜 동안 함께 즐거움을 준 금붕어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남은 금붕어가 외롭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합니다. 

금붕어를 키우는 것도 정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내의 정성이 없었다면 더 일찍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4년여의 오랜 기간을 살았던 것은 아내의 정성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금붕어 한 마리의 죽음이지만 가족처럼 함께 살다보니 많은 정이 들었나 봅니다. 하늘나라에서 잘 살기를 기원해 봅니다.

[추가] 둘째 딸아이가 자신이 처음으로 함께 키워 본 금붕어의 죽음이 실감났는지, 아빠가 쓴 글을 읽더니 울음보를 터뜨려 버렸습니다. 어제는 담담하게 슬퍼했는데 4년간을 함께 살아온 금붕어를 생각하면서 "금붕어가 너무 불쌍해"하면서 펑펑 울어버리는 둘째 딸. 아직 여리고 감성이 풍부한 둘째입니다. 아내는 둘째를 달래주고 있습니다. 괜히 글을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설 명절인데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귀성전쟁을 치러야 할 사람들이 걱정스럽다. 설상가상으로 대설 주의보까지 내려 귀성길이 더욱 우려된다. 지금은 우리집에서 직접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귀성 전쟁을 치르지 않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제발 눈이 그만 내리고, 이번 귀성길에는 교통이 원활해졌으면 좋겠다.

문득 2001년 설날에 겪은 폭설로 인해 벌어졌던 '눈물 겨운' 귀성 길이 생각난다. 아빠가 딸 아가의 분유를 먹이기 위해 눈보라 속을 헤매던 이야기다. 당시 둘째 딸이 태어난지 몇개월이 안된 상태였다. 머나먼 남쪽 지역에 있는 고향에서 설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미 출발하기 전날부터 엄청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귀성길은 남동생과 매제의 가족들과 함께 2대의 자동차로 서울까지 함께 이동해야 했다. 비행기는 폭설로 운항이 중단됐고 기차는 완전 매진이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마저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 폭설은 계속 내렸다. 자동차 속도가 사람 걷는 속도 보다 느렸다. 아예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더 많았다. 몇시간이 지나도 몇 킬로를 나가지 못했다.

어느새 저녁이 왔다. 그런데, 아가에게 분유를 먹여야 하는데 물이 떨어졌다. 아가는 배고프다고 계속 울었다. 자동차는 고속도로에서 전혀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가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매제가 운전하는 자동차에서 나와서 눈보다 속을 걷기로 했다.  1~2킬로만 빨리 걸으면 자동차 보다 먼저 고속도로 휴게소에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분유를 타기 위해서는 '보리차 끊인 물'을 구해오라고 했다. 한참을 걸어서 휴게소에 도착았다. 휴게소는 자동차들로 꽉차 난장판이었다. 휴게소의 가게 마다 들러 보리차 물이 있는지 수소문했다. 그러나 어떤 가게도 보리차가 없었다. 거의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아줌마들이 있는 가게에 들어가 "아가에게 분유를 먹여야 하는데 보리차물을 좀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보리차는 없다고 했다.(나중에 생각해보니 당시 난장판이 된 휴게소에서 보리차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한 아줌마가 남자가 물 구하러 다니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보리차를 끓여 줄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보리차가 거의 끟여질 무렵 매제가 운전하는 자동차도 휴게소 부근에 도착했다. 그렇게 딸 아가에게 분유를 먹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밤을 고속도로에서 뜬 눈으로 세웠다. 다음 날, 오전도 고속도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무려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오후 2시였다.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이었다. 그래도 늦었지만 오후 3시경 출근했다.

당시 아가였던 둘째 딸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 아빠가 딸의 분유를 먹이기 위해 눈보라 속에 보리차 물을 찾아 고생했던 그 시절을 둘째 딸은 알기나 할까? 지금은 지나간 추억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는 정말 애타는 심정이었다. 이번 설날에는 둘째 딸에게 그 때 '분유 물 찾아 아빠의 삼만리' 이야기를 해주어야 겠다. 그러면 딸은 아빠에게 뭐라고 말할까?
[어제 눈이 내린 놀이터에서 둘째 딸 사진]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