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2.15 사과깎기의 달인, 끊김없이 2m 가능할까? by 진리 탐구 탐진강 (35)
  2. 2009.04.28 순결한 배꽃과 왕의 남자(?) 이조년의 이화 by 진리 탐구 탐진강 (28)
  3. 2009.04.23 10살 딸의 다이어트 "저도 수영복입어야죠" by 진리 탐구 탐진강 (34)


설날 명절은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화개애애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설날 전날부터 차례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친지들이 모이기 전에 아내는 호박전 동태전 버섯전 등을 준비하느라 바빴습니다. 저는 아내의 부탁에 호박 동태 등에 소금과 후추를 뿌리며 간을 맞추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친지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음식 준비는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저와 남동생은 물에 불린 밤을 까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차례나 제사를 오래 지내다보면 밤이나 과일을 다루는 솜씨도 늘어나나 봅니다. 친지들이 함께 모여 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은 정겹기만 합니다.
 
저녁이 되어 설날 음식 준비도 끝이 났습니다.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소주 맥주를 곁들인 대화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아내는 과일을 깎아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과일 깎기에 일가견이 있던 저는 배와 사과를 깎았습니다. 아내는 제가 과일을 잘 깎는다는 칭찬을 하며 독려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저는 과일 깎기의 진수를 보여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먼저 배를 깎았는데 한번도 끊김없이 하나를 다 깎았습니다. 길이를 한번 재보라는 친지들의 성황에 하늘 높이 배 껍질을 들어올리는 순간에 중간이 끊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종목을 바꿨습니다. 사과를 다시 깎았습니다. 한번도 중간에 끊기지 않고 사과 한 개를 깎는 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사과 껍질을 한번도 끊김없이 깎았기에 하늘 높이 사과 껍질을 들어 올렸습니다. 바닥에서 들어올리면 사람의 키를 넘는 길이였습니다. 둘째 남동생을 소파 위에 올라가 길이를 쟀습니다.



                        왼쪽은 배를 깎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사과 껍질을 깎는 모습

배는 다 깎은 껍질을 위로 들어올리는 순간 중간에 끊겨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과는 하늘로 들어올려도 중간에 끊겨 나가지 않았습니다. 사과 껍질의 길이가 보통 사람의 키를 넘었습니다. 소파 위에 올라간 남동생이 손을 위로 뻗어 길이를 쟀을 때 2미터는 돼 보였습니다.


왼쪽은 배 껍질을 들어올리는 모습인데 중간에 끊겨버렸고 오른쪽은 사과 껍질을 높이 들어올리는 모습
 
사과 껍질 두께를 더 얇게 줄이면 3~4미터 길이도 가능해

친지들이 모두 신기해 했습니다. 한번도 끊기지 않고 사과를 깎는 모습이나 다 깎은 사과 껍질이 사람의 키를 훨씬 넘을 만큼 길다는 사실이 이채롭던 모양입니다. 사과 껍질의 길이를 자로 재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줄자가 없어 아이들이 사용하는 15센티미터 플라스틱 자를 모두 가져와 재기로 했습니다.


                    사과 껍질을 둥글게 말아 본 장면과 길게 늘여 자로 재보는 모습

사과 껍질을 자로 재보니 약 2미터 가까이 됐습니다. 친지들은 상당히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사실 과일 껍질을 한번도 끊기지 않게 깎는 요령이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처음에 바로 과일 껍질을 길게 깎지는 못합니다. 과일 껍질을 길게 깎기 위해서는 고도로 섬세한 손가락 놀림이 필요합니다.

과일 껍질 길게 깎는 방법
- 먼저 과도(칼)를 과일의 껍질 표면과 최대한 가깝게 깎기 시작합니다.
- 과일의 껍질 부분을 아주 얇게 서서히 둥글게 말면서 깎아 나갑니다.
- 과일의 껍질 두께가 일정 크기를 유지하면서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깎일 수 있도록 합니다.

사과는 껍질과 과일 알맹이가 분리되면서 깎일 수 있는 반면 배는 껍질과 잘 분리가 안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배는 길게 깎아도 깎인 껍질을 높이 들면 중간에서 무게로 인해 끊어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는 껍질을 잘 깎으면 위로 높이 껍질을 들어올려도 중간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사과깎기의 핵심은 껍질의 표면을 얇게 유지하는 섬세함과 깎는 속도의 정확성입니다. 



사실 더 얇게 사과를 깎으면 훨씬 더 길게 깎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껍질이 끊기지만 않게만 깎고 두께에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두께를 절반으로 줄여 길게 사과를 깎는다면 3~4미터 길이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과일 깎기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작은 도구를 사용해서도 사람들이 모여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셈입니다. 설날 명절 음식 준비를 하느라 힘든 아내와 친지들에게 소박한 웃음을 줄 수 있었고 여자들의 일도 도와가면서 사과와 배 안주도 제공할 수 있었으니 일석삼조인 셈입니다. 명절 가족모임에서 사과깎기의 달인에 도전해 보는 재미는 어떨까요?
 

 *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을 클릭해 추천해 주시는 따뜻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주말농장으로 가는 길은 즐거움이 많습니다. 예전에 과수원이 즐비하던 곳이라서 지금도 과수원의 흔적들이 자주 발견됩니다. 특히 배나무밭이 많습니다. 지난 주 배나무밭에는 배꽃이 한창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봄비가 온 후라 배꽃은 거의 지고 없을 듯 합니다. 주말농장 가는 길의 배꽃을 사진에 담아보니 배꽃에 얽힌 사연이 담긴 시가 생각납니다.

우리들은 대개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과일의 으뜸' 배를 상상할 수 있지만, 실제 배꽃을 바라보면 매우 하얗고 순결한 그 아름다움에 더욱 감탄할 것입니다. 배꽃은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는 시에 자주 등장할 만큼, 봄바람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곤 합니다. 꽃말은 온화한 애정, 그리움 등 입니다.

배꽃은 한자로는 이화(利花)라고 부르는데 이조년의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로 유명합니다. 보통은 배꽃은 그리운 여성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배꽃은 흡사 순결한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화에 월백하고' 시조를 생각하면 '떠나보낸 여인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담은 남자의 마음이 아닐까 착각하게 됩니다. 실제는 어떨까요?

이화하면 또 떠오르는 것중 하나가 이화학당입니다. 이화학당은 감리교계 선교사 스크랜튼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고등교육기관입니다. 이화(梨花)라는 교명을 사용하게 된 것은 고종황제가 "학생들이 배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하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순백의 배꽃 이미지가 있는 이화라는 학교명은 서울의 많은 남학생들의 마음에 고결하고 아름다운 여학교의 이미지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이화여대는 여화여고와 어떤 관계일까? 두 학교는 1886년에 설립된 이화학당에서 갈라져 나온 일종의 자매학교입니다.

[이화학당 초기의 모습 : 자료 사진]


이화에 월백하고
- 이조년 -

 이화(利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시조의 뜻풀이]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휘영청 달이 밝으니, 배꽃은 더욱 희고 달빛은 더 교교하다.
그것도 밤은 깊어 자정 무렵 천지가 고요할 시간, 그 고요를 깨뜨리듯이 소쩍새가 우는데,
물오르는 배꽃가지의 꿈틀거림 같은 마음을 소쩍새가 어이 알 수 있으랴마는,
이렇게 정이 많은 것도 내 마음의 병이라 잠을 이룰 수가 없구나


고려 말의 학자이며 정치가였던 이조년(李兆年·1269~1343)이 남긴 이 시조는, 언뜻 보면 남녀간 사랑의 정을 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의 정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임금을 섬기는 충신의 지극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조년은 충렬왕 12년에 문과에 급제, 왕을 모시고 원나라에 다녀오기도 했으며, 충선왕 모함 사건에 연루돼 무고하게 유배갔다가 풀려났습니다. 1340년 폐위되었던 충혜왕이 복위하자, 대제학이 되어 성산군에 봉해졌고, 그 후 충혜왕의 황음(荒淫 함부로 음탕한 짓을 함)을 수차례 간언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을 내어놓고 물러났습니다.

이조년은 충혜왕이 간언을 수용하지 않아 벼슬자리를 물러났지만, 그래도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성으로 밤잠 설치며 고결한 정신을 배꽃에 담아 걱정한 것이 이 시조라는 것입니다. 충혜왕은 정사를 돌보지 않다가 결국 원나라로 귀양 가던 중 병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왜 왕을 그리워 하며 시조를 짓나? 왕의 남자인가?

우리가 선입견없이 시조를 읽어보는 것과 실제 이조년의 시조 의미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조년은 신하로서 왕을 생각하며 시조를 지었던 것입니다. 한편으로, 이조년은 음탕한 짓을 일삼던 왕을 무슨 마음으로 이런 시조를 지어야만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외국인들은 이러한 시조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왜 왕을 그리워하는 시를 짓느냐며. 이조년은 왕의 남자일까요?

차라리 그리운 여인을 생각하며 시조를 지었다면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나 그리움은 당연한 인간의 본성인데 시조 마저 '충신의 절개'를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 정치적인 아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요. 그리고 시대상을 반영한 해석일 수 있겠지만, 시조의 해석을 후대에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그냥 남녀간의 애절한 그리움을 담은 시라고 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배꽃 날리는 날

- 시인 김정호 -


시방 온 시상*이 난리제

왜 그렇게 천지가

바람난 옆집 여편네 속살처럼 희다냐

희다 못해 실핏줄이 다 보인다냐

아니여! 저건, 필경

철쭉이 온산에 불타오르도록

쑥떡 하나 먹지 못하고

힘든 보리 고개를 넘겨 그런 거여

그래, 푸른 보리 이파리만 보아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꽃잎 오사게* 피었다가

비가 내리면 힘없이 지는 거여

내 가슴

새까맣게 타는 줄 모르고 


봄비에 배꽃 하염없이 지는 날

오일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혼자 말처럼 내뱉는 울 엄니가

참 시인이다


* 시상 : “세상”의 전라도 사투리

* 오사게 : “아주 많다”의 전라도 사투리



배꽃은 이쯤되면 '바람난 옆집 여편네의 속살처럼 흰' 꽃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희다 못해 실핏줄까지 보이는' 하이얀 꽃, 배꽃입니다. 배꽃은 이토록 다양한 시를 닮은 여인의 향기입니다. 순결한 순백의 배꽃은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하가 왕을 그리워하는 충신의 절개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 것이 배꽃의 진실일까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요즘 10살 짜리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는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딸아이에게 다이어트를 하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혼자서 무척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해 집에 들어오니 둘째 딸이 훌라후프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둘째의 모습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둘째야, 무슨 일이니? 갑자기 웬 훌라후프야?"
"그냥...운동해요."

아내에게 둘째가 왜 그런지 물어봤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는 여름에 제주도로 외가쪽 가족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간다고 하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제주도 가족여행 이야기가 나온 후 아내와 딸아이의 대화는 이렇습니다.
"엄마가 배가 살짝 나와서 걱정이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왜 다이어트를 해요? 엄마."

"여름에 해수욕장에 가면 수영복 입어야 하잖아."
"......"

그 날 이후 둘째는 좋아하던 고기를 적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둘째에게 물었습니다.
"둘째야. 왜 고기를 조금밖에 안 먹니?"
"나도 수영복 입어야 하잖아요."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에 자신이 딸에게 이야기했던 다이어트 이유를 혼자서 곰곰 생각했다가 둘째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훌라후프를 열심히 하더랍니다.


최근에 아내가 두 딸들에게 참치스프레드를 만들어 주었답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둘째가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 이거 칼로리 높아요?"
"아니..."

아내는 둘째가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살짝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실 참치스프레드는 참치고기와 마요네즈 등을 버무린 음식이라서 칼로리가 다소 높은 편이었습니다. 아내는 둘째가 스트레스받지 말고 맛있게 먹으라고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요즘도 둘째는 음식을 보면 칼로리가 높은지 묻곤 한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몸매에 신경을 쓰나 봅니다. 특히나 여자 아이라 그런지 몸매나 외모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는 듯 합니다. 둘째는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공부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언니보다 뭐든지 잘하려고 노력하는 경쟁심이 강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가녀린 몸매를 지닌 언니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 같습니다. 실상은 둘째가 약간 통통하고 배가 살짝 나오기는 했지만 언니와 비슷할 정도로 키가 커서 전혀 뚱뚱하지 않습니다.


아내에 의하면, 요즘의 세태가 아이들도 몸매를 중시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서도 뚱뚱하면 놀림감이 될 수도 있고 자신감을 상실할 수 있어 어느정도 아이들의 몸매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걱정인 것은 바로 아빠입니다. 매일 저녁 마다 업무차 술자리도 많고 운동 부족으로 인격(?)이 꽤나 나왔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제주도 가족여행은 딸들에게 아빠의 굴욕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제부터 몸매 관리에 들어가야 겠습니다. 그런데 매일 술자리인데 언제 운동을 하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