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2.02 집 나간 들고양이 길들이는 3가지 방법 by 진리 탐구 탐진강 (57)
  2. 2009.01.14 겨울방학 최고선물 '비닐포대 눈썰매 타기' by 진리 탐구 탐진강 (6)


부모님이 살고 계신 시골 고향집에 가면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사실 부모님은 산골 마을에서 떨어져 외딴집에 두 분이 사십니다. 그래서 밤에는 들짐승이 산에서 내려오기도 합니다. 부모님은 대문도 담벼락도 없는 집에서 살고 계시는 지라 황색 개 한 마리와 토종닭 세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개는 집을 지키는 역할과 외로운 아버지 어머니의 벗과 같은 역할도 합니다. 물론 토종닭은 평상시 계란을 낳아주는 역할도 있지만 유사시 가족들이나 동네 사람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들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말에 시골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해가 저물고 땅거미가 지는 무렵이었습니다. 논과 밭이 이어지는 길목에 서있는데 산 속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래도 참을성있게 고양이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응시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내 산 속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 야옹"하면서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모습을 보니 완전히 산고양이나 들고양이는 아닌 듯 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키우는 고양이도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은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고양이를 키운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들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응대하라


저는 고양이가 무슨 일인가 싶어 기다렸습니다. 고양이 소리가 나면 같은 소리를 내어 응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고양이가 서서히 산비탈을 내려왔습니다. 제가 움직이면 고양이가 놀라 도망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사람은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어린 시절에 자연스럽게 터득한 경험입니다.

역시나 고양이가 산비탈을 내려와 밭에 있는 저에게 점차 다가왔습니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고양이는 가만히 서서 자신을 부르는 저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고양이의 몸 상태를 살펴보니 상당히 배가 고픈 듯 했습니다. 배가 홀쭉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땅거미 지는 무렵에 산 속에서 산비탈을 내려오는 들고양이 한 마리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먹을 것을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자리를 피해 집에 있는 쇠고기찜을 몇점 가져왔습니다. 고양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향해 고기 몇점을 보여주며 먹으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고양이는 경계심 속에서 서서히 다가와 고기를 물어 제꼈습니다. 굶주린 들고양이입니다.

먹을 것으로 유인해 경계심을 풀도록 하고 먹는 동안 지켜보기만 하라

들고양이는 먹는 동안에 사람이 다가가면 놀라서 도망갈 수 있습니다. 일단 고양이가 먹을 것을 먹는 동안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 남동생의 큰 아들이 갑자기 멀리서 달려오자 고양이가 화들짝 놀라 산으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고기 몇점을 갖다주자 허겁지겁 먹던 고양이가 아이가 뛰어오자 경계하고 있다

어머니가 무슨 일인가 싶어 왔습니다. 어머니는 아마도 앞산 중턱에 사는 마을 사람의 집에서 나와서 들고양이가 된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거기에 사람이 살았는데 병환으로 병원에 간 후 아무도 돌보지 않게되자 들고양이가 되어 떠돌고 있는 듯 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산 비탈 나무 그늘에 숨어잇던 고양이가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탈출해 들고양이가 되었다면 아직은 완전히 야생 상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고기를 더 갖다주면서 계속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어느정도 배가 부른 고양이가 사람에게 다가와 친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경계심을 푼 것은 아닙니다. 제가 고양이의 등과 배를 만져주자 가만히 있었습니다. 여전히 집고양이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집 나가 들고양이가 된 것은 등과 배를 만져주면 집고양이 특성을 보인다

고양이가 점차 순한 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집으로 데려가려 하면 거부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아마도 들과 산에서 지내면서 집에 대해 거부감이 생긴 듯 합니다. 집에는 개가 지키고 있어 무서워 하는지도 모릅니다. 개와 고양이가 앙숙이듯이 말입니다.

다시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더 주었더니 편안하게 먹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저와 친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경계심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들과도 친근감있게 대해 줍니다.


들고양이가 배가 부르고 사람과 친해지면서 등을 쓰다듬어도 그냥 가만히 편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고양이와 친해진 아이들도 신난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집고양이가 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지금은 집 보다는 야생에 더 편해진 들고양이 특성이 더 강합니다.


들고양이가 마치 집고양이 처럼 먹을 것을 먹다가 벽돌에 몸을 비비기도 하며 장난도 치고 있다

오늘은 들고양이가 포식하는 날입니다. 아이들이 고양이가 먹을 것을 갖다주면 잘 먹자 계속 고기와 키조개 조각을 가져다 줍니다. 고양이는 아이들이 준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른 듯 합니다. 더 이상 먹지는 못합니다. 고양이는 먹을 만큼만 먹는 동물입니다. 개가 배가 터지도록 먹지만 고양이는 자신이 배가 부르면 식사를 중단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배가 부르자 벽돌에 몸을 비비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여유도 생긴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산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쉬워 했지만 야생에 익숙해진 고양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산 속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까지 제가 본 장면입니다.

다시 산으로 돌아간 들고양이, 여자 친구와 함께 돌아오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들에게 들어보니 들고양이가 다시 내려왔는데 하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왔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흰고양이는 여자친구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멋지게 생긴 얼룩 고양이를 탑(가수)이라는 별명을, 하얀 고양이는 예쁘게 생겨 김태희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 후 고양이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도 기다렸지만 산으로 돌아간 고양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이 서울로 돌아갈 때 까지는 적어도 그랬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다시 산에서 내려와 음식을 구걸할지도 모릅니다. 다행스럽게 들고양이가 도둑 고양이는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들고양이 체험이었습니다. 요즘 도시의 경우 버려지는 길고양이들도 많은 것 같은데 동물들을 쉽게 내버리는 세태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번에 사람이 사랑을 베풀면 야생의 동물도 그것을 안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됐던 소중한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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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주말에 산촌 마을 고향에 다녀왔다. 아버님 칠순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한 자리였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두 딸들은 시골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으로 들떠 있었다. 두 딸에게 가장 신나는 일은 시골에서 비닐 비료 포대로 만든 눈썰매를 타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일 보다 눈 쌓인 산비탈에서 비닐 눈썰매를 타는 일이 겨울방학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싫지 않은 눈치다. 비록 시골에 오는 손주들의 목표가 당신들을 위해서는 첫번째는 아니더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시골에 가는 것을 손꼽아 가다리는 손주들이 대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딸은 시골에 가는 일이 언제나 즐겁다. 여름에는 마음껏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물고기를 잡고, 겨울에는 산비탈에서 눈썰매를 신나게 탈 수 있는 천연의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고향집은 산골 외딴 집이다. 그래서 냇가의 물은 전혀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고, 산과 들은 모두가 우리들 만의 자연 놀이터이다.


우리 두 딸을 포함해 아이들만 여섯명이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지만 인공으로 잘 만든 눈썰매장에서 타는 플라스틱 눈썰매 보다는 시골 산비탈에서 타는 비밀포대 눈썰매가 100배 재밌다고 한다. 아이들은 산비탈에서 눈썰매를 타는 것은 스릴이 있단다. 그리고 줄도 서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만큼 실컷 눈썰매를 즐길 수 있어 좋단다. (참고로, 비닐포대 눈썰매는 다 쓴 비료포대 속에다 짚을 가득 넣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어른들은 폭설로 인해 어떻게 다시 서울로 돌아가나 걱정이지만 아이들은 계속 눈이 내려 눈썰매를 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갈 수 있는 방학을 기다리는 손주들. 산골 외딴 집이라 컴퓨터도 없고 과자 가게도 없다. 그러나 산골은 도시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다. 개학하면 두 딸은 자랑할 것이 참 많을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제 부모가 된 나와 동생들이 칠순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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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