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1.18 20대 군인이 철책선에서 시인이 되는 이유 by 진리 탐구 탐진강 (95)
  2. 2009.04.21 홍매화꽃의 유혹에 빠진 꿀벌 by 진리 탐구 탐진강 (11)
  3. 2009.04.14 하얀 싸리꽃 여심과 사월의 단정한 사랑 by 진리 탐구 탐진강 (7)


스무살 무렵이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 합니다. 정말 꽃다운 나이입니다. 청춘의 끓는 피가 넘치는 시절입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나라에 산다는 것도 서러운데 젊은 청춘을 군대에서 허송세월로 보낸다는 아픔도 클 것입니다.

제가 청춘을 보냈던 군대는 철책선을 넘나드는 DMZ 비무장지대 수색대였습니다. 미군과 북한군에 의해 1953년 정전협정이 이루어진 이후 비무장지대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연 그대로가 보존된 천혜의 보고입니다. 원래는 정전협정상 무장 군인이 비무장지대에 오가서는 안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무장 군인들이 비무장지대 내에서 수색 매복이나 GP(최전방 경계초소)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고 GP 근무 초병이 왕따나 고립된 공간의 외로움에 못이겨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 바 있습니다. 저는 군대시절에 최전선 비무장 지대를 오가는 특수임무를 하다보니 혼자서 생각할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 군대 회상록을 보다가 제가 쓴 시를 발견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졸작이지만 그래도 젊은 날의 초상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졸작이지만 그 당시 시를 소개합니다.


사태리

낮은 자락의 물안개가
산맥을 거머준다.

마의 계곡엔 구름이 흐르고
날선 보도처럼 우뚝 선 거봉.

잠시 눈을 떼면
학을 탄 신선의 모습을 놓칠까.

마음 졸이는 곳, 사태리

크게 숨쉬는 옥녀탕
열목어가 무리짓고

기암을 갈라져 솟구치는 폭포 너머
철없는 새끼 노루를 유혹하는
더덕 향기 짙은 산맥, 산맥

도라지꽃 만발한 들판
하늘 넘치는 제비나비 떼

전선의 섬뜩한 기운보다
노송의 고고한 절개가 넘치는 곳

사태리,
장려한 자연의 아름다움이여.

아마도 1989년경 쓴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사태리는 강원도 양구의 비무장지대 근처 계곡 지명 이름입니다. 민간인이 없는 계곡에 오직 수색소대원들이 살았던 곳입니다. 마의 계곡, 옥녀탕 등을 비롯한 아름다운 풍광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비경들이 즐비하고 노루 토끼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과 더덕 다래 머루 도라지 등 산열매가 넘쳐나던 곳이었습니다. 열목어, 금강초롱을 비롯한 동식물 천연기념물도 많았습니다. 순수의 자연은 사람을 아름다운 생각으로 정화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군인들이 시인이나 문학청년이 되기도 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비무장지대라면 당장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준전시상태의 살벌한 곳인데 말입니다. 사실 비무장지대 수색 매복은 죽음을 각오한 목숨 건 작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비무장지대를 오갔습니다. 그렇지만 비무장지대를 나와 막사로 오면 청년들이 온순하고 순수한 청년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날 눈으로 목격한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을 수양록에 적기도 했습니다. 수양록은 군인들의 일기입니다. 아무리 전쟁 상태나 다름없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비무장지대의 아름다운 모습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쓴 시도 그러한 느낌과 감상으로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년이나 소녀들이 한 때 문학에 빠지듯이 군대 간 청년들도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는 셈입니다. 시와 문학이 순수함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 20대 초반의 추억을 회상해보니 그 때는 순수의 청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세파에 찌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아쉽기도 합니다. 어쩌겠어요? 그것이 인생이라면. 그렇지만 소중한 추억과 순수의 마음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살아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순수 청춘의 추억이 있나요?
 

 *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을 클릭해 추천 한방 주시는 따뜻한 배려와 센스를 부탁드립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지난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갈비집에 갔다가 먼저 식사를 끝낸 아이들을 찾아나섰습니다. 아이들은 음식점 뒷편에 있는 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마당 옆에 아름다운 꽃들이 보였습니다. 홍매화가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약간 붉은색 분홍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홍매화꽃은 마치 소녀를 벗어나 이제는 성숙한 여인이 되어 처음으로 립스틱을 바르듯이 청초한 꽃들의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한참 동안 홍매화꽃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꿀벌 한 마리가 날아와 꽃술에 앉았습니다. 꿀벌도 홍매화꽃의 유혹에 여기까지 날아온 모양입니다. 마침 사진을 찍어봤는데 날개짓을 하는 꿀벌 모습이 제대로 잘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홍매화꽃은 분홍의 꽃잎들과 노오란 꽃술이 어울려 단아한 자태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아하면서도 그 속에는 은근한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홍매화는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 주는 듯 했습니다.



홍매화에 대한 시가 없을까 찾아봤습니다. 시인 윤갑현 님이 쓴 '홍매화 유혹에 빠지다'라는 시가 있었습니다. 시인이 실제 홍매화를 보면서 느낀 것을 시로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홍매화꽃을 보았던 느낌도 홍매화의 유혹과 같이 빨려드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잠시 시와 함께 하는 홍매화의 유혹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홍매화 유혹에 빠지다

- 시인 윤갑현 -

바람 불어도 춥다고 말 못하고
묵묵히 피어나는 꽃
젖과 꿀이 흐르기엔 이른 봄날
참 예쁘게도 펴는구나.


몽실몽실한 꽃망울 톡톡
그대 젖꼭지처럼 부풀어 올라
터트리는 유혹아
꿀벌과 나비 오기엔 이른 봄날


너를 보는 순간
타 오른 내 마음은 붉디붉은
태양처럼 솟아
활짝 핀 그 모습에 반해
미칠 것 만 같구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지난 주말에 제천에 다녀오면서 발견한 하이얀 꽃이 참으로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점심 식사하러 지나가는 길가에 햇살을 이고 꽃이 활짝 피었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청초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슨 꽃인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싸리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나중에 싸리꽃에 대해 찾아보니 조팝나무 꽃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싸리꽃의 꽃말이 '단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청아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의 향기처럼 느껴지면서도 특이하고 이채롭습니다.

봄꽃하면 진달래, 개나리, 벚꽃, 철쭉, 산수유 등 흔히 알려진 꽃들을 생각하게 되지만, 우리 주변에서 청초하고 단정하게 피어있는 싸리꽃과 같은 봄꽃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싸리꽃은 학명상 조팝나무꽃이라고 하는데 조팝나무에 대해 소개해 봅니다.

조팝나무란 이른봄 그 꽃이 좁쌀을 튀겨놓은 듯하여 조밥나무라고 불렀고, 이것이 강하게 발음되어 조팝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명 싸리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비치는 산길 가장자리나, 논뚝에 피어나는 조팝나무의 흰 꽃들은 백설보다 더 희고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유명한 봄꽃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이 조팝나무처럼 소박하고 순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나무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조팝나무는 봄에 흰눈이 소복히 쌓인 듯이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신비스러움을 자아내는 나무입니다.

싸리꽃이 길가의 담벼락에 기대어 하얀 꽃잎들을 눈꽃갗은 환한 미소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꽃에 이끌린 처제가 다가가 싸리꽃 사진을 찍었습니다. 첫째 딸아이도 싸리꽃이 신비하고 예쁜지 한참동안 다소곳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싸리꽃, 또는 조팝나무꽃은 '슬픈' 사랑의 시(詩)에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허경운 시인의 '싸리꽃'이나 도종환 시인의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은 꽃말처럼 단정한 사랑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사월에는 바쁜 일상과 찌든 도시의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모처럼 시를 노래하는 풍경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싸리꽃

 - 시인 허경운 -

그렁그렁한 눈으로
차마
말 못한 가슴
돌아서 눈씻고 보니 그대는 없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고 기쁨이던
그대는 떠났네

많은 날을 그대 생각에
그리고 그대 내 안에 살았음을
그대여 아시는가

손이라도 잡아볼 걸
언제쯤 만날수 있냐고 물어나 볼걸

눈물의 바다 위를
노저어 가다보면
아름다운 섬
그곳에서 그대 만날 수 있으려나

추억의 숲속 헤매다보면
그대 오두막집 창가에서
날 기다려 주려나

그대를 닮은 앞산을
눈이 아프도록 바라보니
찬란한 햇살 아래
산기슭마다
그리움이 하얗게 일어나네



수선화와 조팝나무의사랑

    - 시인 도종환 - 

우리사랑 이세상에선 이루어질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피어 있을때

나또한 그 옆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숙명에 뿌리에 몸이 묵인채

한평생 바라보다만 갈것 같은데

 

오늘은 바람이 이렇게 불어

니허리에 기대어 니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살에 스쳤던 내살을 만지다가도 아프다.

 

네 잎새 하나씩 찟어 내있는 곳으로 던져야

내게 올수 있고

가지부러지는 아픔을 견뎌야

네게 갈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것은

우리사랑 이세상에선 이루어질수 없는것

내마음의 십분의 일

내몸의 백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것 같은데

너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나 물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