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0.08 유시민이 애절한 하모니카 연주하는 까닭?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출범 무료 콘서트) by 진리 탐구 탐진강 (41)
  2. 2009.06.22 유시민 눈물과 노무현 추모콘서트 추모사 by 진리 탐구 탐진강 (64)
  3. 2009.05.31 노무현과 원칙과 가치 지킨 유시민의 눈물 생각해보니 by 진리 탐구 탐진강 (56)


요즘 인기있는 대하 사극 '선덕여왕'을 보면 덕만공주가 백성들 스스로 삶을 일깨워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신의 영역으로 알았던 농사의 절기를 알게 하기 위해 첨성대를 만들어 백성들이 하늘의 이치와 변화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덕만공주의 꿈은 백성들과 함께 세상의 주인이 되는 꿈이었습니다.
 
여자는 왕이 될 수 없었던 고정관념과 편견의 벽을 넘어 덕만은 한민족 최초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진골 귀족을 비롯한 기득권층의 반대와 역경을 이겨낸 감동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여왕이 되었지만 덕만은 내내 진골 귀족들의 멸시와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연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했습니다.

백성이 주인되는 나라를 꿈꾸었던 선덕여왕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주인되는 시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위정자들과 귀족들은 자신의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백성들을 통치했습니다. 백성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대리인을 최고 권력자로 선택하는 시기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근대사의 일입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

'국민의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민주주의' 시대가 열린 것은 불과 몇십년의 일입니다. 그러나 진정 국민들이 주인으로 대접받던 시기는 짧기만 했습니다. 항상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 앞에 고개 숙인 대통령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그런 대통령은 기존 기득권층의 끊임없는 멸시와 공격에 시달리다 부엉이 바위 위에서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국민들은 그 후에야 국민의 주인되어 '사람사는 세상'을 깨닫게 됐습니다. 




지난 9월 23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이 출범했습니다. 노무현재단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두루 참여했습니다. 재단 임원으로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조정래 소설가, 공지영 소설가, 도종환 시인, 신경림 시인,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다양합니다.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출범을 축하하는 기념문화제가 이번주 10월 9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성공회대학
교 운동장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그 뜨거웠던 오월의 함성과 눈물이 불과 몇개월 전의 일이었습니다. 시민들의 광장에서 춤추고 노래했던 진 오월의 추억들이 다시 가을의 향연으로 노래하기 됩니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Power to the People(사람들의 힘)'입니다.

노무현은 언제나 말하곤 했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고 그 실천을 다짐하기 위해, 다시 한번 한자리에 모여 노래와 시로 시민들의 미래를 꿈꾸는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물려 줄 나라는 '돈'이 아니라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중에서 -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은 그렇게 무거운 짐을 벗어놓고 하늘나라로 떠나고 이제 가을 하늘은 높고 푸릅니다. 그 곳에 그가 있고 노래가 있고 사람들이 함께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사람사는 세상'인 것입니다.

1000명의 시민합창단, 사람사는 세상을 열다

노무현재단 출범 이후 첫 번째 공식행사 기념문화제인 'Power to the People(사람들의 힘)' 무료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1000명의 시민합창단과 시민음악단의 오프닝 및 클로징 무대라고 합니다. 이 땅의 주인인 시민들이 스스로 각자 연주 가능한 악기들을 갖고 나와서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 합창을 하며 가을 밤하늘을 천상의 소리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과 음악단은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이자 주인공입니다. 단지 공연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은 궁극적으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생활 속의 참여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실천의 장인 것입니다. 어느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일찍이 없었던 새로운 시민들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시민음악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사랑으로'를 편곡하여 연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민합창단은 공연의 타이틀과 같은 노래제목인 존 레논의 'Power to the People'을 선사할 에정입니다. 시민합창단과 시민음악단은 특별한 소양보다는 참여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 공식홈페이지(www.knowhow.or.kr)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면 됩니다. 자원봉사자도 모집하는데 자원봉사자에게는 노무현 T셔츠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유시민 정연주 문성근 등 프로젝트 밴드 첫 무대 서다

더욱이 놀라운 공연도 열립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배우 문성근, 정연주 전 KBS 사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기숙 교수 등 노무현재단 임원진들로 구성되는 프로젝트밴드 <사람사는 세상>이 데뷔 무대에 선다는 것입니다. 지난 1970년대 포크음악을 중심으로 특별한 공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특히 유시민은 애절한 하모니카 연주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유시민의 하모니카 연주는 프로젝트밴드를 더욱 빛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무현과 의리의 남자, 유시민이 하모니카를 연습하고 있는 장면

유시민은 이번 공연을 위해 하모니카 삼매경에 빠져 매일 맹연습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유시민은 하모니카 솔로 연주를 한다고 합니다. 유시민이 들려 줄 노래는 '행복의 나라로'와 '상록수' 합창에서 하모니카 솔로 파트라고 합니다. 노무현이 꿈과 희망을 끝까지 지켜주던 의리의 사나이가 그를 위해,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하모니카 연주에 나선 것입니다. 유시민의 하모니카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번주 금요일 성공회대학교로 가면 될 듯 합니다.

일반 1천명의 시민공연단과 노무현재단 임원진 이외에도 관계자뿐 아니라 조관우, 이한철, 우리나라, 강산에, YB(윤도현밴드) 등 가수들의 축하무대도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번 콘서트의 사회는 배우 권해효가, 그리고 공연 연출은 탁현민 한양대 교수가 맡았습니다. 맡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참석하는 가수들이나 사회자도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진 풍파에도 굳건히 푸르름을 지키는 소나무와 같은 느낌입니다.

이번 콘서트가 시민들과 함께 노무현재단의 출범을 알리는 행사인 만큼 특별히 권양숙 여사가 봉하마을에서 서울로 올라 와 함께 공연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콘서트 장소인
성공회대학교는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무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공연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노무현을 보내고 슬픔을 위로했던 자리에 다시 모인 시민들은 희망의 노래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유시민이 하모니카를 연주한다는 소식은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시작으로 민주주의 투사의 이미지가 강했던 유시민이 가을 밤에 시민들과 함께 노래 공연에 나선다는 것은 상상하지 힘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기타를 치며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하면서 상록수를 부르던 영상이 눌현듯 스쳐 지나갑니다.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유시민의 하모니카 연주와 함께 했다면 얼마나 흐뭇한 일일까 생각이 듭니다.
 

유시민이 서울대 재학 시절, 지난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법정에 남긴 항소이유서를 통해 당당하게 밝혔던 구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울림이 큽니다. 수천년 전 이래 이 땅에 진정 백성들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왔던 '사람사는 세상'은 우리 시민들이 늘 깨어있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유산을 함께 간직한 유시민 전 장관이 성공회대 대운동장에서 추모사를 했습니다. 노란 풍선과 손수건이 넘실거리는 물결 속에서 유시민은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과 소신을 갖고 변함없이 바보 노무현의 곁을 지킨 유시민의 추모사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가족을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추모공연 준비하신 연세대, 성공회대 총학생회 감사합니다. 사회를 맡은 권해효 선생, 공연을 함께하는 모든 문화 예술인 감사합니다. 공연장 찾은 시민 여러분, 동영상으로 보는 네티즌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훌쩍 떠나신 지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상주된 심정으로 함께 상을 치렀습니다. 노무현이란 한 사람에 대해 저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아직은 고인의 삶과 죽음을 평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억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무현에게 저를 비춰봅니다. 그가 저희 내면에 남기고 간 많은 것들을 조용히 살펴봅니다. 침묵 속에서 바람이 된 그분이 제 마음에 내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내 마음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후 저는 제 자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그를 사랑했는가. 여러분에게도 물어보겠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인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을 사랑했습니까. 여러분은 각자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도 제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인간 노무현은 반칙하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는 정말 반칙하지 않고 성공했습니다. 판사가 되었고, 변호사,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다음에는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았습니다. 반칙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성공한 사람이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사람사는 세상, 그는 한 순간도 이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노무현의 그 꿈을 함께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광과 좌절 그가 느꼈던 슬픔과 분노, 그의 삶, 그의 죽음까지도 모두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그것 때문에만 그를 사랑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던 것은 그가 작은 허물도 매우 크게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는 언제나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가 완전무결한 존재라서 또는 반인반신의 위대한 인물이라서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때론 실수도 하고 오판도 하고 잘못도 하는 사람, 그러나 작은 잘못 작은 허물이라도 그것을 깨달았을 때 크게 자책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인 것을 알았기에 저는 그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어떤 정치 사상이나 이념을 변함없이 따르는 것을, 우리는 신념이라고 부릅니다.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은 존경을 받습니다. 그런데 어떤 정치인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은 정치 사상이나 이념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때론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믿고 받아들여야 하면, 영광과 명예뿐 아니라 모욕과 질시까지도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이념을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데에는 한없는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때론 심한 모욕을 감수하는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제 더 큰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우리는 사랑할만한 사람을,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훌쩍 이 세상을 떠나신 다음 눈물이 잠시도 그치지 않았던 때 서울역 분향소에서 연세 지긋한 시민 한 분이 저를 이렇게 위로해줬습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노무현 대통령은 죽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마음 속에서 대한민국 역사 안에서 영원히 사실 겁니다.' 저는 오늘 그 분이 저에게 주었던 위로의 말씀을 여러분 모두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여러분, 우리 서로 따뜻한 위로를 나눕시다. 이 가슴에, 여러분의 가슴에 인간 노무현의 기억, 사람사는 세상의 꿈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 바람이 되어 여기 오신 그분을 느끼십니까. 그분을 향해 제가 준비한 마지막 구절을 함께 외치고자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노무현 추모 콘서트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현장과 인터넷을 통해 지켜봤다


유시민을 보면 노무현이 떠오릅니다. 유시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유시민은 대학 시절부터 줄곧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유시민은 서울대라는 엘리트 출신이었지만 고졸 학력의 노무현을 지지했고 끝까지 의리를 지켰습니다. 유시민이 빛나는 이유입니다. 유시민은 대학 시절 불의의 군부독재 권력에 의해 구속되면서 말했습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항상 변치않고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며 노무현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킨 사나이, 유시민. 저는 유시민과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올곧은 정신과 의리에 대해 탄복하곤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 언제나 함께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곧바로 달려와 펑펑 눈물을 쏟던 유시민을 생각하니 대학시절의 기억이 뚜렷하게 떠오릅니다.

제가 유시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3년전 대학 입학 이후 였습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저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기 위해 갔습니다. 여러 책들을 구경하다가 어떤 책 속에 꽂혀있던 수십 장의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였습니다.

그리고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를 단번에 읽었습니다. 20대 청년이 이토록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고 당시 군사독재의 진상을 알게 되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는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금기시 되었던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몰래 그 글을 읽어야 했습니다. 정당성과 도덕성이 없던 군사정권은 정권에 불리하면 무조건 금지시켰던 시기였습니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중에서

본 피고인은 우선 이 항소의 목적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1심 선고형량의 과중함을 호소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 항소는 다만 도덕적으로 보다 향상된 사회를 갈망하는 진보적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소산입니다.


------------------------------------( 중 략 )--------------------------------------------

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설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이 7년이 지난 지금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소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이 지난 7년간 거쳐온 삶의 여정은 결코 특수한 예외가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학생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경험입니다.

본 피고인은 이 시대의 모든 양심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에 비추어, 정통성도 효율성도 갖지 못한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민주 제도의 회복을 요구하는 학생 운동이야말로 가위눌린 민중의 혼을 흔들어 깨우는 새벽 종소리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오늘은 군사 독재에 맞서 용감하게 투쟁한 위대한 광주 민중 항쟁의 횃불이 마지막으로 타올랐던 날이며, 벗이요 동지인 고 김태훈 열사가 아크로폴리스의 잿빛 계단을 순결한 피로 적신 채 꽃잎처럼 떨어져 간 바로 그날이며, 번뇌에 허덕이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이 성스러운 날에 인간 해방을 위한 투쟁에 몸바치고 가신 숱한 넋들을 기리면서 작으나마 정성들여 적은 이 글이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을 기원해 봅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985년 5월 27일

더보기



항소이유서는 서울대 프락치사건에서 유시민은 주동자로 몰려 구속되면서 쓴 글이었습니다. 그 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네크라소프의 시구를 인용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 전 유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하면서 서럽게 울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 노무현과 유시민은 어쩌면 닮아 있습니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원칙도 소신도 없이 철새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따라 움직일 때 노무현과 유시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힘들고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국민과 민주주의 편에서 원칙과 소신을 지켰던 것입니다.

유시민에 대한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국회에 의한 탄핵 시도에 오열하고 울분을 토하던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썪어빠진 환경에서 정치를 하기에는 너무 올곧은 사람이었던 노무현과 '원칙과 소신의 지향점'을 지켜냈던 유시민이었습니다. 수많은 정적들의 비난과 편견들에 맞서싸우며  그 고난을 받아내고, 노무현 후보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들어냈던 그였기에 탄핵시 울분은 그 누구보다 컸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시민의 눈물은 진정성의 산물이었습니다.

▲지난 2003년 3월 국회에서 탄핵 당시 오열하던 유시민 의원의 오열 모습

정치적 원칙과 소신 보다는 배신과 야합이 난무하던 우리나라의 후진적 정치무대에서 유시민과 같은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노무현의 정치적 꿈과 이상은 아직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앞서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노무현의 삶과 죽음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단계 발전하는데 있어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정치적 자산과 가치를 공유하던 유시민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시민은 단심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 가치와 원칙을 공유한 인물이다

유시민을 생각하면서 문득 백원우 의원이 오버랩되어 지나갔습니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헌화가 시작되자 '사죄하십시오'라고 외치다 경호원들에게 끌려간 일이 있었습니다. 경호원에게 입이 틀어막힌 백원우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입이 틀여막힌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백원우 의원이 서울역 분향소에서 쓴 글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죄인의 심정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인입니다.

그래서 목놓아 소리내어 울고 싶어도 울지못하는 죄인입니다.

그저 줄서서 조문하는 분들에게 물한잔 대접하고 싶어도 어찌하지 못하는 상주일뿐입니다.

마음속 눈물이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고 있지만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머리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 버리고 혀가 꼬이고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저는 그저 죄인입니다.

조문오시는 분들에게 하염없이 죄송하고 너무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2009년 5월 26일 서울역에서 국회의원 백원우

유시민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지난 1980년대부터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념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순간은 속일 수 있어도 수십년에 걸쳐 속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위선에 속아 왔습니다. 이제는 진정으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비열하고 야비한 정치인은 걸러내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은 지켜내는 감시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