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18 20대 군인이 철책선에서 시인이 되는 이유 by 진리 탐구 탐진강 (95)
  2. 2009.04.23 면회금지 철책선에 애 엄마가 잠입한 이유 by 진리 탐구 탐진강 (35)


스무살 무렵이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 합니다. 정말 꽃다운 나이입니다. 청춘의 끓는 피가 넘치는 시절입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나라에 산다는 것도 서러운데 젊은 청춘을 군대에서 허송세월로 보낸다는 아픔도 클 것입니다.

제가 청춘을 보냈던 군대는 철책선을 넘나드는 DMZ 비무장지대 수색대였습니다. 미군과 북한군에 의해 1953년 정전협정이 이루어진 이후 비무장지대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연 그대로가 보존된 천혜의 보고입니다. 원래는 정전협정상 무장 군인이 비무장지대에 오가서는 안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무장 군인들이 비무장지대 내에서 수색 매복이나 GP(최전방 경계초소)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고 GP 근무 초병이 왕따나 고립된 공간의 외로움에 못이겨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 바 있습니다. 저는 군대시절에 최전선 비무장 지대를 오가는 특수임무를 하다보니 혼자서 생각할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 군대 회상록을 보다가 제가 쓴 시를 발견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졸작이지만 그래도 젊은 날의 초상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졸작이지만 그 당시 시를 소개합니다.


사태리

낮은 자락의 물안개가
산맥을 거머준다.

마의 계곡엔 구름이 흐르고
날선 보도처럼 우뚝 선 거봉.

잠시 눈을 떼면
학을 탄 신선의 모습을 놓칠까.

마음 졸이는 곳, 사태리

크게 숨쉬는 옥녀탕
열목어가 무리짓고

기암을 갈라져 솟구치는 폭포 너머
철없는 새끼 노루를 유혹하는
더덕 향기 짙은 산맥, 산맥

도라지꽃 만발한 들판
하늘 넘치는 제비나비 떼

전선의 섬뜩한 기운보다
노송의 고고한 절개가 넘치는 곳

사태리,
장려한 자연의 아름다움이여.

아마도 1989년경 쓴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사태리는 강원도 양구의 비무장지대 근처 계곡 지명 이름입니다. 민간인이 없는 계곡에 오직 수색소대원들이 살았던 곳입니다. 마의 계곡, 옥녀탕 등을 비롯한 아름다운 풍광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비경들이 즐비하고 노루 토끼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과 더덕 다래 머루 도라지 등 산열매가 넘쳐나던 곳이었습니다. 열목어, 금강초롱을 비롯한 동식물 천연기념물도 많았습니다. 순수의 자연은 사람을 아름다운 생각으로 정화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군인들이 시인이나 문학청년이 되기도 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비무장지대라면 당장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준전시상태의 살벌한 곳인데 말입니다. 사실 비무장지대 수색 매복은 죽음을 각오한 목숨 건 작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비무장지대를 오갔습니다. 그렇지만 비무장지대를 나와 막사로 오면 청년들이 온순하고 순수한 청년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날 눈으로 목격한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을 수양록에 적기도 했습니다. 수양록은 군인들의 일기입니다. 아무리 전쟁 상태나 다름없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비무장지대의 아름다운 모습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쓴 시도 그러한 느낌과 감상으로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년이나 소녀들이 한 때 문학에 빠지듯이 군대 간 청년들도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는 셈입니다. 시와 문학이 순수함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 20대 초반의 추억을 회상해보니 그 때는 순수의 청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세파에 찌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아쉽기도 합니다. 어쩌겠어요? 그것이 인생이라면. 그렇지만 소중한 추억과 순수의 마음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살아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순수 청춘의 추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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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군대 시절에 아이 엄마와 군인 아저씨의 특별한 면회의 사연을 이야기 할까 합니다. 당시 제가 근무하던 부대는 철책선 부근에서 별도로 막사 생활을 하는 수색소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GOP 철책선에  근무하는 군인들과는 달리 최전방 DMZ 수색소대는 소대 단위로 별동대 처럼 은밀한 곳에 1개 소대가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 작전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의(20여 년 전의) 군대에서는 최전방 철책선이나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은 면회나 외출 외박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GOP 철책선의 군인들은 6개월 단위로 후방 부대와 임무 교대를 하게되면 면회나 외박 등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DMZ 수색소대는 1년 365일을 비무장지대나 철책선 근처에서만 훈련과 작전을 하는 임무인지라 면회 외박은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오직 휴가만이 유일하게 민간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 휴가는 수색소대원들 모두가 단체로 휴가를 갔습니다.

그러나, 단체 휴가를 다녀온 후로 길게는 9개월을 비무장지대나 철책선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굉장히 외롭고 고통스런 일이었습니다. 면회가 안되는 줄 모르고 아들을 만나러 왔다가 그냥 울고돌아간 어머니도 자주 있었습니다. 그 중에 저희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저는 통신보안 군대 전화로 연대본부에 오신 어머니와 짧은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어머니는 하염없이 우셨습니다. 저는 통화한 뒤 몰래 막사 뒤에 숨어서 소리없이 눈물을 삼켰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지금부터 입니다. 철책선 밖에서 수색 훈련이나 작전을 수행하던 시절, 어느 날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산 속이라 날이 일찍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소대장이 K상병과 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K상병은 저보다 고참이었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군대에 온 늦깎이 군인이었습니다. 소대장은 K상병에게 무슨 사연을 듣고난 후 상당히 당황한 모습으로 잠시 번뇌에 싸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후 소대장은 결단을 했는지 긴밀하게 K상병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이준익 감독 영화 '님은 먼 곳에' 2008년작]
(베트남전에 참전한 남편을 면회하기 위해 위문공연단으로 자원한 아내를 소재로 한 영화)

그 날 밤에 K상병은 막사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K상병은 저녁에 조용히 막사를 빠져나가 산등성이를 타고 마을로 내려갔던 것입니다. 사연인즉, K상병은 군대 입대하기 전에 이미 결혼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K상병 부부는 아이도 하나를 낳았습니다. 사랑스런 아내와 간난 아이를 두고 군대에 입대한 K상병은 항상 아내와 아이에 대한 그리움에 괴로와 했습니다. 그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내는 너무나 남편이 보고싶어 아이를 안고 강원도 최전방으로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부부는 이미 편지를 통해 비밀리에 만날 작전 계획까지 마련해 두었습니다. 몇날 몇시에 수색소대 막사로부터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만나는 계획이었습니다. 거의 첩보작전에 가까운 감행이었습니다. 아내는 무사히 아이를 데리고 마을로 잠입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K상병은 막상 D데이가 왔을 때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내와 편지를 주고 받을 때는 몰래 하룻밤을 잠깐 마을에 다녀오면 아무도 모를 것이란 생각이었지만 막상 D데이가 되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만일 소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막사를 빠져나갔다가 발각될 경우 탈영죄로 군법회의에 회부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K상병은 사실대로 이실직고하고 소대장의 선처를 받는 길을 택했습니다. 소대장은 원칙대로 한다면 절대 K상병을 마을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소대장은 K상병에게 도로를 통해 마을로 가지말고 산등성이 수색로를 타고 마을에 몰래 다녀올 수 있도록 지시를 한 것이었습니다. K상병도 모험이었지만 소대장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결단이었습니다.

K상병이 마을로 내려간 길은 일반 군인들은 모르는 수색소대원들 만의 비밀 개척로였습니다. 소대 회식을 할 경우 마을에 몰래 내려가 소주를 추진해 오던 길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K상병은 몰래 마을에 내려가 그토록 보고싶던 아내와 아가를 만나 애틋한 하룻밤을 지내고 다시 소대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사무치고 보고싶었으면 K상병과 아내는 이토록 무모할 수 있는 만남을 추진했을까.

당시 K상병이 몰래 마을로 내려가 아내와 아가를 만난 사연은 우리 소대원 이외에는 전혀 모르는 야사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소대장의 나이 보다 K상병이 나이가 더 많았습니다. 보통 소대장을 소위나 중위가 맡게되는데, 대학원을 졸업하고 온 K상병 정도면 한두 살 이상이 더 많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군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계급에 의한 위계질서가 중요합니다. 소대장이 면회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면 K상병은 아내와 아이를 눈 앞에 두고 만나지 못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소대장은 나름대로 자신의 군생활 명운이 걸린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K상병의 사연도 인간적으로 고려해 배려심을 갖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었기때문 입니다.

군대에는 수많은 사연의 군인들이 많습니다. 보고싶은 여자친구가 변심한 것을 알고 탈영하는 군인이 있는 것도 그 젊음의 끊는 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탈영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K상병과 같이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늦깎이로 입대해 고생하고 제대하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보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K상병 처럼 결혼 후 입대한 경우는 최전방 보다는 후방부대에서 근무하도록 배려해주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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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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