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산촌 마을 고향에 다녀왔다. 아버님 칠순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한 자리였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두 딸들은 시골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으로 들떠 있었다. 두 딸에게 가장 신나는 일은 시골에서 비닐 비료 포대로 만든 눈썰매를 타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일 보다 눈 쌓인 산비탈에서 비닐 눈썰매를 타는 일이 겨울방학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싫지 않은 눈치다. 비록 시골에 오는 손주들의 목표가 당신들을 위해서는 첫번째는 아니더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시골에 가는 것을 손꼽아 가다리는 손주들이 대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딸은 시골에 가는 일이 언제나 즐겁다. 여름에는 마음껏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물고기를 잡고, 겨울에는 산비탈에서 눈썰매를 신나게 탈 수 있는 천연의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고향집은 산골 외딴 집이다. 그래서 냇가의 물은 전혀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고, 산과 들은 모두가 우리들 만의 자연 놀이터이다.


우리 두 딸을 포함해 아이들만 여섯명이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지만 인공으로 잘 만든 눈썰매장에서 타는 플라스틱 눈썰매 보다는 시골 산비탈에서 타는 비밀포대 눈썰매가 100배 재밌다고 한다. 아이들은 산비탈에서 눈썰매를 타는 것은 스릴이 있단다. 그리고 줄도 서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만큼 실컷 눈썰매를 즐길 수 있어 좋단다. (참고로, 비닐포대 눈썰매는 다 쓴 비료포대 속에다 짚을 가득 넣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어른들은 폭설로 인해 어떻게 다시 서울로 돌아가나 걱정이지만 아이들은 계속 눈이 내려 눈썰매를 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갈 수 있는 방학을 기다리는 손주들. 산골 외딴 집이라 컴퓨터도 없고 과자 가게도 없다. 그러나 산골은 도시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다. 개학하면 두 딸은 자랑할 것이 참 많을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제 부모가 된 나와 동생들이 칠순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이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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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4 09:0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esplanade12 BlogIcon Angella 2009.01.14 09:4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료포대 눈썰매타기,
    요즘 도시의 아이들에겐 체험하기 힘든 즐거움일겁니다.
    시골 눈밭에서 비료포대 썰매타는 아이들 표정이
    즐거워 보여서 좋습니다.
    비료포대 눈썰매타기, 잘 보구 갑니다.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1.14 1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풍경입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도 시골에서 비료포대 눈썰매가 훨씬 재미있는 경험인 듯 합니다.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습니다.^^

  3. Favicon of https://vibary.tistory.com BlogIcon 비바리 2009.01.14 10:0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응~
    저도 어릴때 눈이 오면 뒷동산에서 죙일 살았어용
    비니루포대 들고 나가면 해가 다 져야 들어와서 어머니께
    두지게 야단맞았는걸요..
    이젠 추억속의 장면들이지만 다시 또 이런 풍경들 보면
    쌩하고 타고 내려오고 싶어집니다.
    즐거움 가득한 풍경 잘 보았습니다.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1.14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골 동산의 산비탈은 겨울에 눈이 내리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눈썰매장이 되곤 합니다. 집집 마다 아이들이 비료포대를 들고나와 눈썰매를 타면 하루가 언제 지나간지 모르고 지나갑니다. 그런 고향의 정취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