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특별한 연극 공연 관람 체험을 했습니다. 그다지 연극에 관심이 많지않은 저에게는 더욱 낯선 무대였습니다. 우선 장소가 큰 공연장이 아닌 오피스텔이란 점이 생소했습니다. 도대체 오피스텔 공간에서 어떻게 연극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요. 서울 도심 한가운데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편에 위치한 오피스텔이었습니다.

 

저녁 8시에 연극이 시작이라 광화문 근처 맛집인 김치찌개집에서 친구의 지인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연극도 식후경인 셈입니다. 오피스텔 문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평극장(이하 한평극장)'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행위예술가인 심철종의 1인 힐링 연극이 매주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저녁 8시부터 약 1시간씩 공연되는 것이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대문에 적힌 한평극장 글씨를 배우 심철종 자신이 직접 쓴 것이라 하더군요.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조명 속에 거실 바닥에 방석이 여러개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석 위에는 헤드셋과 안대(눈가리대)가 각각 놓여 있었지요. 왜 이런 물건이 있나 또한 궁금했습니다. 관람객은 작은 공간인 만큼 10여명 남짓이었습니다. 최대 25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15명 정도가 적당한 무대인 듯 했습니다. 이런 오피스텔 공간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지요.

 

광화문 오피스텔 부엌에서 펼쳐지는 아주 특별한 1인 힐링 연극

 

 

연극 장소인 한평극장 오피스텔 분위기와 더불어 연극 후 맥주 한잔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심철종은 관객들의 팔에 행운의 실 팔찌(?)를 각각 매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배우 심철종은 물론 관객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극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피스텔 공간이 마치 대학생 시절에 MT를 온 느낌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캔맥주를 마시면서 심철종 배우와 더불어 각자의 관람 느낌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작은 공간이라 집중이 잘 되면서도 연극에 몰입하기도 적당했습니다.

 

그렇다면 연극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행위예술가이자 배우 심철종이 '죽느냐 사느냐...그것이 문제로다'를 1인 치유극 형태로 공연을 합니다. 1인 힐링캠프 연극이라 해도 되겠더군요. 한평극장 오피스텔 공간 안의 주 무대는 한 평정도 크기의 부엌 주방인데요. 미국, 영국 등 국가에서는 보통 '키친 싱크대 연극'이라고 하는 주방연극 공연이지요. 

 

손바닥 보다 작은 크기에의 연극 소개 종이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심철종의 '죽느냐 사느냐...그것이 문제로다' 소개

 

당신의 숨어 있는 감성이 춤을 춥니다.

 

관객은 일상의 공간에서 연출가 심철종이 격었던 픽션과 논픽션의 어우러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삶과 죽음의 환타지를 그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와 연기로 만나 본다.

 

낯선 공간이 아닌 편안한 공간 속에서 관객이 내면의 깊은 곳의 감성을 이끌어내며 진정한 자아를 들여다 본다. 그가 그동안 작업했던 공연들을 접목하여 관객과 배우가 하나 될 수 있는 무대를 지향한다.

 

 

관극 포인트

 

1.교감

관객은 헤드셋을 통해 배경 음악을 듣고 육성의 떨림으로 대사의 내용을 전달받는다. 관객은 이를 통해 자신이 자리잡은 객석임을 느끼고, 배우가 건네는 목소리와 자연스레 대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 자신이 주체로서 배우와 함께 교감하고 호흡하며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2.힐링

예술가를 보고 예술가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예술가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이를 통하여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인간미가 흐르는 예술을 그려봄과 동시에 기존 연극에서는 볼 수 없는 내면적 공감과 마음의 치유를 얻게 된다.

 

3.오감

연극은 보고 듣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연극은 안대를 제공한다. 배우는 대사와 행동을 한다. 보지 않고 듣지 않는 순간에도 배우와 관객은 교감한다. 그리고 서로를 치유한다. 연극을 보는 중에 간간히 제공되는 약간의 위스키는 혀끝의 감각이 오롯이 살아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연극 소개 내용 중 위스키는 자금 부족(?)으로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관객 중 어떤 분이 사온 맥주를 나눠 마셨습니다. 사실 내용을 보고도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는 없겠지요. 심철종은 이번 1인 연극을 기획에서 배우까지 대부분 혼자서 했더군요. 우리나라 연극 시장이 작은 점을 감안하면 연극 배우가 큰 돈을 벌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심철종은 연배가 된 연극 배우들에게 하나의 활로가 되고자 심험적인 1인 연극 한평극장을 개설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철종은 극장주이자 배우인 셈이기도 하지요.

 

헤드셋과 안대를 이용한 연극 실험과 MT같은 분위기의 이야기 공간

 

간단한 연극 스토리입니다. 연극은 오피스텔 안의 주방 공간을 안 보이게 막아놓은 작은 커튼이 열리면서 시작됩니다. 관객은 거실 공간에서 방석을 깔고 부엌 방향으로 앉은 채 공연을 관람하지요. 연극은 세가지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합니다.

 

첫 에피소드는 '기억을 찾아서'입니다. 심철종이 치매 걸린 어머니를 향해 쏟아내는 독백 같은 내용입니다. 심철종은 끊임없이 어머니에게 숫자, 이름 등을 기억하라고 주문합니다. "엄마, 숫자를 잃어버리면 안돼! 숫자를 알지 못하면 버스도 탈 수 없어요. 나한테 전화도 하지 못해요. 절대 숫자를 잊어버려서는 안돼요, 엄마!" 등의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치매에 걸려 아무 것도 기억못하는 어머니를 향한 절규와도 같아 마음이 찡하더군요. 치매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도 치매가 조금 있었는데 여러가지 상념이 스쳤습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나는 햄릿이었다"였습니다. 음산한 분위기로 연극은 시작되는데 심철종은 차량을 수리할 때 어두운 차 내부를 밝혀주는 조명도구를 이용해 얼굴 등에 조명을 하며 음습한 내면을 중얼거리는 듯한 대사로 풀어냅니다. 연극 중 파헬벨의 '캐논변주곡'을 아주 낮은 음으로 틀어주면서 주방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와 어떤 행위예술을 합니다.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과거 사랑했던 연인에 대해 독백하는 대사를 할 때는 미리 나눠준 헤드셋을 쓰도록 한 후 레너드 코언의 '페이머스 블루 레인코트'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는 관객 각자가 자신의 사랑에 대한 회상을 하도록 이끌어 내는 모습이었지요. 연극에 문외한인 저에게는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헤드셋을 낀 상태가 배우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더 집중하게 되는데 조금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에피소드는 '죽음 그 이후'였습니다. 죽은 후 파란 하늘이 되고 싶어하는 심철종 마음 속 이야기가 연기되었습니다. 연극 중 관객이 3분 정도 안대를 착용한 후 함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심철종 개인의 이야기지만 각자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누구나 죽은 후를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도 들었지요.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연극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나오서 연극하는 것과 비교해 1인극이라 생소함도 느껴졌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는 MT 분위기였습니다. 연극이 약 50분 정도였는데 연극 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 나눈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물론 매일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날은 배우와 친한 분들과 몇명이 있어 이야기가 화기애애하게 길어진 듯 했습니다. 이날 연극에는 대학 1학년생도 어디선가 정도를 듣고 관람을 왔는데 연극에 정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철종은 오피스텔을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 평 극장'이라고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평은 사람이 팔과 다리를 벌리고 편안히 누울 수 있는 넓이를 나타내는 인간중심적 단위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공간들의 최소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심철종은 국내 첫 실험예술극장으로 불리는 홍대 앞 '씨어터제로'의 설립자로 그 동안 연극은 물론 음악, 퍼포먼스 등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공연들을 다양하게 선보여 왔습니다. 배우와 아주 가까이서 특별한 연극을 보고 싶다면 '죽느냐 사느냐'를 관람하는 것도 좋겠지요. 다만 재미 보다는 1인 힐링캠프 또는 MT 분위기가 더 저에게는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심철종은 어느 인터뷰에서 "일상과 예술, 예술가와 일반인, 순수와 현실이 아주 친숙한 공간에서 섞이면서 관객이 예술적 공감을 느끼고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도록 한평극장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는지 모릅니다. '죽느냐, 사느냐' 공연 관람료 2만원이며, 매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에만 저녁 8시에 공연을 합니다. 예약문의는 전화(02-338-9240, 010-8318-5584) 또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onep401)으로 하면 됩니다. 심철종은 관객이 많은 날은 물론이고 관객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저에는 아주 특별한 연극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일반 대형 공연장에서 연극을 관람한 것과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지요. 아직은 낯선 오피스텔 무대에서의 연극입니다. 심철종의 새로운 시도이지요. 다른 연극 배우들에게도 심철종의 시도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연극 문화를 즐기는 분위기가 적은 편인데 심철종의 1인 치유극과 같은 형태도 발전해 대중화되었으면 합니다. 철학적인 치유극 이외에도 개그콘서트같은 1인극도 상상해 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심철종은 아직도 청춘이 아닌가 생각하면 글을 마칩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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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milpack.tistory.com BlogIcon 포장지기 2013.05.21 09:1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좋은 연극정보 잘조고 갑니다..
    요즘은 힐링이 대세인가보네요^^

  2.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3.05.21 09:2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즐거운 시간 가졌을 것 같으네요.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blog.daum.net/choch1004 BlogIcon 맛돌이 2013.05.21 09:3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멋진 공연이군요.

    실험정신이 돋보입니다.

  4. Favicon of http://blog.daum.net/01195077236/ BlogIcon 행복한요리사 2013.05.21 09:4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주 특별한 연극입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5. Favicon of https://care2001.tistory.com BlogIcon 산위의 풍경 2013.05.21 09:5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독특한 시도네요.
    왠지 관객도 배우가 된 느낌일듯 합니다. ^^

  6.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3.05.21 10:1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좋은 연극 보셨네요.
    지역에서도 가끔 이런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 Favicon of https://oasis0924.tistory.com BlogIcon 해피선샤인 2013.05.21 13:1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왠지 공연보다는 강의 듣는 기분일 것 같아요.. 흠...

  8. Favicon of https://littlehope.tistory.com BlogIcon 작은소망™ 2013.05.22 13:1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1평극장이라 신기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