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합니다. 완연한 가을이지요. 최근 청첩장을 여러개 받았습니다. 결혼식 시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입니다. 과거 제가 결혼했던 시절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추억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결혼하는 청춘남녀들의 보면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가을에서 겨울과 봄으로 이어지는 환절기에 슬픈 소식도 많습니다. 동창회로부터 날아오는 문자 메시지의 상당수는 어르신의 사망 소식입니다. 친구나 또래 지인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남의 일이 아니구나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부모님이나 친지 어르신들의 연세가 떠오릅니다. 장남 장손으로서 책임감도 느낍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에 대해 마음의 준비도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축하할 일 보다는 슬픈 일에 더 발걸음을 하는 편입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이 가야 할이 겹친다면 조문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슬플 때 위로가 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힘들 때 위로해준 친구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치입니다. 올해에도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 멀리 지방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절친이었던 친구들과 함께 조문을 다녀오면서 우정도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유독 많이 담당하는 일이 있습니다. 축의금이나 조의금, 즉 부조금을 받는 일입니다. 아마도 일가 친척 등 친지 어르신들이 저를 신뢰해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저는 숫자 계산에 밝은 편은 아닌데 말이지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축의금이나 조의금 봉투를 받고 계산해야 하는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떤 사람이 얼마 금액을 내는지 알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을 잘 간수해야 하기에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축의금(祝儀金)은 결혼식을 축하하는 돈의 의미이고 조의금(弔意金)은 죽음을 슬퍼하는 의미로 내는 돈을 뜻합니다. 부조금(扶助金)은 축의금과 조의금 등을 포함한 말로 결혼식, 장례식 등 큰 일을 치르기 위해 내는 돈의 의미입니다. 부조금은 축의금, 조의금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지요. 부조는 상부상조의 의미를 생각하면 됩니다.

 

간혹 특이한 일도 있습니다. 가령 봉투에 2만원이 들어있는 경우입니다. 혹시 잘못 계산한 것은 아닌지 봉투를 여러번 살펴보게 되지요. 다시 봐도 결국 2만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왜 그럴까 고개를 갸우뚱하지요. 3만원을 넣어야 하는데 잘못해 2만원을 넣은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부조금은 대부분 3만원, 5만원, 7만원, 10만원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한국인의 상식이니까요.

 

부조금 문화의 유래...선조들 현물 문화가 근대에 현금으로 변화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부조금 문화가 생겼을까요? 지금처럼 돈으로 부조하게 된 것은 일제시대 이후부터라는 게 학계 통설입니다. 역사서를 보더라도 관혼상제에서 돈으로 부조를 했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돈보다 과일이나 떡, 가축 등 현물로 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결국 지금처럼 홀수 금액으로 부조하는 관례는 현물로 부조했던 모습을 통해 이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상부상조 차원에서 현물로 부조하는 하던 관습이 있었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현금으로 부조하는 형태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결혼 축의금이나 장례 조의금이 홀수 단위로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조금은 3만원, 5만원, 7만원, 10만원 등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친한 사이의 친구나 친지이거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20만원, 30만원, 50만원 그리고 100만원 단위 이상도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화폐의 가치가 달라지면서 부조금 단위로 커지기도 했습니다.

 

홀수는 길한 숫자로 인식...부조금이 홀수인 이유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홀수는 양을 상징하고, 짝수는 음을 상징했습니다. 홀수와 짝수의 대표적인 숫자인 3과 4를 보더라도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3'은 천지인(天地人)을 뜻하는 수로 우주 만물의 근원적 성격을 갖고 있는 성스러운 수였던 반면 '4'는 죽음을 뜻하는 불길한 숫자였습니다. 홀수가 길한 숫자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차례와 잔칫상에 올리는 접시 수와 음식 수 역시 양의 수인 홀수로 맞춰져 있습니다. 사찰의 탑도 홀수이지요. 예를 들어 5층석탑과 같은 형태입니다.

 

왜 홀수가 길한 숫자로 인식되는지 조금 더 알아볼까요.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현상은 음과 양의 소멸과 성장으로 설명되는데, 양이 홀수이고 음이 짝수입니다. 홀수를 길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전통관습 문화만 살펴봐도 홀수에 대한 집착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설날(1월1일), 삼짇날(3월3일), 단오(5월5일), 백중(7월7일), 중양절(9월9일)을 음력의 홀수가 겹치는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0만원은 짝수인데 왜 그럴까 의문이 남습니다. 10은 짝수이지만 길한 숫자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10은 3과 7의 두 홀수가 합쳐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따라서 20, 30, 50 등 단위도 홀수+홀수의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겠지요. 혹자는 10만원은 수표 1장 단위라서 홀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결국 부조금 단위는 3만원, 5만원, 7만원 등 홀수 단위이고, 10만원 이상은 10만원, 20만원, 30만원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15만원 25만원 등 단위도 홀수이기에 가능하다 하겠습니다.

 

축의금 조의금 봉투쓰는 방법...흰 봉투 뒷면에 이름은 기본

 

그러면, 봉투쓰는 법도 알아볼까요. 사람들이 축의금 봉투나 조의금 봉투를 쓸 때 잠시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쓰는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편하게 생각하면 봉투에 이름만 써도 되는데 말이지요. 한가지 주의할 점은 흰색 투 뒷면에 이름을 쓴다는 것만 잘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아는 게 힘인 만큼 조금 더 격식을 갖추는 경우에 봉투쓰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결혼식 축의금 봉투의 경우입니다. 흰색 봉투의 앞면에 신랑측일 땐 '축 결혼'(祝 結婚), 신부측일 땐 '축 화혼'(祝 華婚)이라고 한자 혹은 한글로 쓰고 뒷면에 이름을 써서 내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더라도 봉투 앞면에 '축하합니다'라고 쓰고 뒷면에 이름을 써도 무방하겠지만요.

 

다만, 조의금 봉투는 조금 더 신경이 쓰일 수 있습니다. 경건한 분위기를 고려해 복장과 더불어 봉투도 격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조의금의 경우, 흰 봉투 앞면에 '부의'(賻儀) 혹은 '근조'(謹弔)라고 한글이자 한자로 쓰고, 뒷면에 이름을 쓰면 됩니다. 봉투 앞면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쓰고 뒷면에 이름을 쓰는 것도 괜찮습니다. 너무 한자에 연연해하지말고 한글로 써도 좋으니 방식만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사실 마음이 소중하겠지요.

 

부조금은 얼마가 적당할까?...기본 3만원, 밥먹으면 5만원

 

그럼에도 고민이 남습니다. 과연 얼마 액수를 부조금으로 내야 할까요? 직접 식사를 포함 참석하는 경우와 봉투만 전달하는 경우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결혼식의 경우 밥까지 먹고 간다면 식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대개 하객 1인당 식비는 2만원~3만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축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까지 한다면 5만원 정도가 축의금으로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식사비도 포함해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봉투만 전할 경우는 적어도 3만원은 생각해야 하겠지요. 물론 친분에 따라 금액은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조의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애매한가요? 과거 개그콘서트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에서 최효종이 축의금이 애매할 경우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참신한 느낌도 있어 소개합니다. 당시 최효종은 "축의금으로 3만원을 내자니 서운해 할 것 같고 5만원을 내자니 부담스럽다"는 사연에 "3만원은 기본요금이다"라며 3만원과 5만원의 구분법을 정해주었습니다. 우선 최효종은 "4월, 5월, 9월, 10월 결혼 성수기에 결혼하면 3만원, 비성수기에는 5만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5만원과 10만원에 대해서는 "결혼하는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알면 10만원, 모르면 5만원이다"라고 구분해 주었습니다. 일면 맞는 것도 같지만 여전히 명쾌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않은데 부조금을 무리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3만원을 기본으로 하고 5만원 정도가 적당한 수준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친분에 따라 7만원 또는 10만원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친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큰 액수는 사회적 통념상 뇌물로 오해할 소지도 있습니다. 요즘은 '안주고 안받기'를 선호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는 경향이 보입니다. 부조금이 부담이 크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시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어 안주고 안받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겠지요.

 

여전히 우리나라 사회는 부조금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판단입니다. 자기 자신이 가능한 범위에서 정성을 다하면 됩니다. 단지 돈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과 정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 합니다. 기쁜 일은 축하해주고 슬픈 일은 위로해주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부조금은 부차적인 형식입니다. 진심어린 마음이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혹시 친한 사람인데 참석을 못했거나 부조금을 내지 못한 경우가 있더라도 나중에 전화 한 통화라도 해서 마음을 전하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친구나 지인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요. 무관심이 핵폭탄 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정성과 관심이 더 큰 배려일지 모릅니다. 행복은 작은 정성과 관심부터 시작합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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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asis0924.tistory.com BlogIcon 해피선샤인 2013.09.28 14:2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요즘은 축의금이나 조의금으로 장사를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구요..

  2. Favicon of http://life-lineup.tistory.com BlogIcon +요롱이+ 2013.09.28 15:2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결혼식 축의금에 대해서 너무 잘 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BlogIcon 신기한별 2013.09.29 14:4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탐진강님 오랜만입니다..
    전 한번도 축의금이나 조의금 같은 것을 내본 기억이 없어서....
    주변말 들어보면 통칭 5만원이 평균이라고....

  4. Favicon of http://blog.daum.net/2losaria BlogIcon 굄돌 2013.09.29 22:2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요즘에는 밥값도 기본이 3만-3만5천원이더라구요.
    좀 비싸다 싶으면 38,000-60,000원이구요.
    5만원 넘으면 가기도 부담스러워요.
    밥값을 감안하면 10만원은 담아야 할 것 같거든요.

    탐진강님, 잘 지내셨지요?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5. Favicon of https://care2001.tistory.com BlogIcon 산위의 풍경 2013.09.29 23:5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맞는 말씀 같아요.
    5만원 넘으면 너무 부담스러워요.ㅎㅎ
    또 결혼의 계절, 행사의 계절 가을이 왔네요. ^^

  6.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3.09.30 10:2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덕분에 잘 알아 갑니다 ^^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죠 ㅎㅎ

  7. 이정택 2013.09.30 16: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탐진강님 글 자주 좀 올려주세요^^
    이번 포스팅 유익하게 봤습니다.

    노멀로그에서 탐진강님 댓글이
    너무 반가웠어요^^

  8.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3.09.30 22:5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오랜만입니다.ㅎㅎ
    요즘은 거의 5만원이던데...

    잘 보고갑니다.

  9. Favicon of https://connieuk.tistory.com BlogIcon 영국품절녀 2013.10.17 07:0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탐진강님 부조금에 대한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좋은 일보다는 슬픈 일을 당한 지인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날씨 추워졌다고 하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

  10. dl이건뭐 2014.10.07 11:0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10이 3과 7의 합이라서 괜찮다구요?
    모든 짝수는 모든 홀수의 합인데...이런식이면 ㅋㅋ

  11. BlogIcon 로당 2021.09.15 01:0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는 직장동료와 직속상사로부터 각각 2만원씩 받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