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왔어. 제주도 감귤인데. 누가 보낸 거야?"

지난해 연말, 퇴근해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밝은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아, 제주도 블로거 친구가 보낸 거네. 얼마 전에 페이스북 메시지로 감귤 보낼 것이라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 유기농으로 재배한 거래. 벌써 도착했구나."

 

제가 대답하자, 아내는 곧바로 무슨 일인지 알았습니다.

 

아내 : "지난 번에 제주도갔을 때 만났던 그 블로거구나."

 

탐진 : "정말 고마운 친구지. 1년 내내 정성들여 키운 감귤인데... 유기농이라 농약도 안하고 손도 많이 갈을텐데. 내가 돈을 입금하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하면서 그냥 돈을 받지않고 선물로 보낸다고 했어. 어떻게 하지?"

 

아내 : "그러게. 정성이 너무 고맙네. 우리도 시골에서 표고버섯 나오니까 나중에 보내드리면 좋겠네. 어차피 돈으로는 안받을테니..."

 

탐진 : "그렇네. 좋은 생각이야. 나도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거든."

 

 

그렇습니다. 집에 도착한 택배는 제주도에서 블로거로 활동 중인 아이엠피터님이 보낸 선물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선물입니다. 무엇보다,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 친환경 감귤이기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아이엠피터님은 농업 전문가도 아닙니다. 저도 주말농장을 7년 동안 하고 있기에 얼마나 힘들게 재배했는지 그 정성을 이해합니다.

 

제주도로 이사한 블로거 이웃과 만남은 행복했다

 

아이엠피터님은 몇 해 전에 도시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는 제주도에 정착해 전업블로거로서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그는 시사블로거였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힘든 분야가 바로 정치시사 관련 글을 쓰는 블로거입니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현실을 느끼고 공감하듯이 시사블로거는 정권의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일 수 있습니다.

 

늘 긴장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혹시나 잘못된 내용이 없는지 검증하고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필수입니다. 거의 글 하나 쓰는데 하룻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시사블로거는 돈벌이도 되지 않습니다. 여행, 요리, IT 등 다른 블로거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파워블로거 리뷰나 세미나 등 기회가 많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시사블로거는 경찰, 국정원 등 정권 사정기관의 감시를 받을 수도 있어 늘 불안합니다.

 

 

그래서 시사블로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가시밭길을 가고있는 아이엠피터님과 같은 시사블로거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도 과거 시사 글을 간혹 쓰기도 했지만 아이엠피터님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이엠피터님이 다음뷰에 등장한 이후 저는 시사 글이 많이 줄어들었지요.

 

그렇게 아이엠피터님과는 블로거 이웃으로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만 이웃으로 왕래가 있었지만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제가 '안철수, He Story'라는 책을 쓴 후 아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블로거 친구였기에 아이엠피터님에게 연락을 드렸지요. 아이엠피터님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당시 아이엠피터님은 제주도의 한라산 자락의 산동네에 살았습니다.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산 속의 농가였습니다. 집 옆에서는 텃밭도 있었습니다. 오래된 농가라서 가끔 집에서 지네도 나온다고 했습니다. 제 부모님이 사는 시골집에서도 지네가 나오는 경우는 자주 있어 어떤 상황인지 잘 압니다. 아무튼, 처음 얼굴을 보게 됐지만 오래 블로거 이웃으로 친분이 있어서 그런지 자주 만난 친구처럼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후 아이엠피터님도 '놈놈놈'이란 책을 썼습니다. 그 책은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제가 그럴 위치가 아니지만 아이엠피터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 책에 대한 추천사도 썼습니다. 저도 아이엠피터님은 큰 지향점을 같습니다. 물론 각론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 지지하는 인물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는 블로거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엠피터님과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재회를 했습니다. 그 동안 아이엠피터님은 전업블로거 이외에도 제주도에서 친환경 감귤 재배도 하게 됐습니다. 저는 나중에서야 알았지만요. 작년 연말이 되기 전에 아이엠피터님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감귤을 보내주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왜 직접 친환경 감귤 농사를 지었을까?

 

저는 얼마나 힘들게 감귤 재배를 했는지 알기에 돈을 보내드리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그냥 지인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니 받아주었으면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택배로 받은 감귤입니다. 그 당시 저는 바쁜 직장 일도 있고 블로그 활동도 거의 중단한 상태라서 글을 쓰지도 못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페이스북에 올리기는 했지만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블로그에 글을 쓰니 또한 즐거운 일인 듯 합니다.

 

아이엠피터님이 직접 친환경 유기농으로 재배한 감귤은 생긴 것은 못생겼어도 맛이 천하 일품이었다 

 

사실 아이엠피터님이 보내온 감귤은 생김새는 울퉁불퉁합니다. 크기도 다르고 감귤 모양도 못생긴(?) 편입니다. 그러나 맛 그 자체는 천하일품입니다. 농약을 전혀 하지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감귤이라서 그런지 감귤의 선선한 맛이 독특합니다. 맛 자체가 밭에서 감귤을 막따서 터트려 먹는 느낌입니다. 감귤을 보관해도 오래 신선도가 유지되더군요.

 

아내와 두 딸도 감귤 맛에 흠뻑 빠졌습니다. 정성도 함께 있으니 그 맛은 어떤 과일이나 요리보다 맛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감귤 박스 안내 동봉된 아이엠피터님의 편지였습니다. 편지에는 아이엠피터님의 아들 요셉 군과 딸 에스더 양의 사진도 함께 있었습니다. 제가 제주도에 갔을 때 모두 보았던 아이들이지요.

 

에스더 양은 아이엠피터님이 제주도 이사 후 낳은 아이라서 더욱 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내가 거의 만삭인 상태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간 후 낳았다고 들었습니다. 에스더 양은 어느새 작은 숙녀(?)가 되었더군요. 페이스북에서 보면 먹방에다가 재롱도 많이 보여주는 아이더군요. 저에게도 제주도에 가서 만난 아이엠피터님은 물론 그의 아내와 요셉, 에스더 모두 잊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이엠피터님이 감귤과 함께 동봉한 편지 글

 

안녕하세요. 아이엠피터입니다.

한 해 동안 부족한 아이엠피터의 글을 읽어주시고 후원해주셔 정말 고맙습니다.

 

 

제주도에 온 지 3년이 지나서야 마음먹었던 감귤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이득보다 자연의 소중함, 제주를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왕초보를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감귤농사가 그 결실을 보았습니다.

 

농약도 제초제도 뿌리지 않아 감귤 색깔이 예쁘지도 (않고) 모양새도 못생겼습니다. 그래도 요셉이와 에스더는 나무에서 바로 따서 맛있게 먹습니다.

 

보내주신 정성을 작은 귤 한 상자로 보답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얻은 선물을 함께 나눠먹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면 쑥쑥 자라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러한 아이엠피터님의 마음이 더욱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감귤농사를 지었을텐데 아무 보상도 없이 지인들에게 감귤을 보낼 수 있는 마음이지요. 혼자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모두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이 우리 사회를 보다 밝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엠피터님은 감귤 하나라도 이웃과 나눠먹을 수 있는 기쁨이 더 크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행복해질 수 있겠지요. 이 자리를 빌어 아이엠피터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PS(추신) : 혹시 친환경 유기능 제주 서귀포 감귤은 구매도 가능하다고 하니 아이엠피터님 블로그를 통해 문의하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