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고기를 아시나요?
지금으로부터 20년전 군대 같은 소대에 1주일 고참 K가 있었습니다. 하루만 빨라도 깍듯이 고참으로 모셔야 하는 특수부대(?)였습니다. K는 비무장지대 수색정찰대인 우리 소대의 짬장이었습니다. 짬장은 주방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군대에서 자주 사용하던 용어입니다. 비무장지대 수색대는 소대단위로 별도로 산 속에 은거해 생활했습니다.

K는 지독한 산골의 오지에서 자랐던지라 빵도 먹지 못했습니다. K는 인스턴트 식품류들을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과도하게 특이한 식성의 고참이었습니다. 전방에서는 아침 식단이 빵이었는데 짬장인 자신이 먹지못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K는 자신만의 채식 식단을 별도로 하나 더 준비하곤 했습니다. 소대원들이 빵을 먹는 시간에 K는 자신의 특별식을 먹었던 것입니다.

어느 여름 날, 짬장 K가 DMZ 수색에 나섰습니다. 강원도 양구 중동부 전선의 계곡 물 속에는 소위 '김일성 고기'로 불리는 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K는 수색 전날부터 열심히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수색에 나선 K가 완전 군장과 별도로 몰래 준비한 것은 물고기 사냥용 작살이었습니다.
 
그 날은 너무 더웠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수색을 한다는 것이 고통이었습니다. 비무장지대의 계곡을 지나던 참이었습니다. 짬장 K가 드디어 작살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평생 처음 맛보는 특별식을 제공하겠다."
"...네..."

수색대원들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짬장 K는 병장 고참이었을 때라서 수색대를 이끌던 시기였습니다. K는 저격병 및 M60 기관총 사수 부사수 등 몇명을 주변 경계 근무를 시킨 후 곧바로 계곡의 웅덩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방탄복 등 완전 무장도 해제하고 팬티만 입고 작살을 들고 물 속으로 유유히 헤엄쳐 갔습니다.

얼마 후 K가 작살에 커다란 물고기를 명중시켜 물에서 나왔습니다. 군대에서 김일성고기라고 불리는 물고기였습니다. 양구 산악지대 계곡에는 김일성고기가 많이 살았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김일성고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물이 차가운 지역인 양구 등 이북에만 서식하는 물고기였습니다. K는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몇번을 거듭하며 엄청난 수의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작살 수렵 실력이었습니다. 우리 수색대원들은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비무장지대 내에서는 말을 해도 안되고 담배를 피워도 안되는 지역입니다. 물론 작살로 물고기 잡아도 안됩니다. 그러나 가끔 일탈도 했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것 이외에도 구렁이를 잡거나 물찬(?) 더덕을 캐는 일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많은데 그 일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겠습니다.

K가 다시 물 속에서 나왔습니다. 작살에 팔뚝만한 김일성고기 2마리가 동시에 잡혔습니다. 화투로 치면 1타2피인 셈입니다. 그렇게 어느 한 여름날 수색대는 물가에 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 적군 수색은 안하고 물고기 수색만 한 셈이었습니다. 김일성고기를 잡았으니 전혀 근무를 안한 것은 아닙니다만...  K의 물고기 사냥이 끝나고 수색대원들은 황급히 비무장지대를 빠져나왔습니다.

열목어는 강원도 중동부 지역 부근부터 이북의 차가운 물에서만 서식하는 산천어 종류이다

막사에 도착하기 전 냇가에서
K가 드디어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색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건 김일성고기가 아니다."
"그럼 무슨 물고기입니까?"

"열목어. 천연기념물이다"
"...(허걱)..."

우리는 말문을 닫았습니다. 천연기념물을 이렇게 많이 포획했으니 천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 아무도 먹을 수 없는 물고기를 먹는다는 기대감 등 각자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사실 강원도 양구지역 1급수의 깨끗한 물에는 김일성고기라고 불리는 산천어가 많이 있었습니다. 물이 맑고 차가운 곳이라서 그런지 남쪽 지방과 같이 물고기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몇종의 산천어 부류가 주로 서식했습니다.

김일성고기를 열목어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잘못된 용어이기는 합니다. 눈이 튀어나와 망둥어처럼 생긴 물고기를 부대원들은 김일성고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수색대원들은 열목어와 김일성고기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열목어와 김일성고기는 산천어 형제뻘 정도 되는 셈입니다. 강원도 양구 지역의 열목어는 눈이 빨개서 김일성고기로 불리게 됐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김일성고기는 백두산 천지에 김일성이 산천어를 풀어서 서식하게 해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백두산에서 기른 산천어를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날 우리 수색대원들은 짬장 K가 만든 열목어 회를 실컷 먹었습니다.
천연기념물을 먹었다는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서.

(그런데 비무장지대에서는 정전협정상 천연기념 포획에 대한 위반 규정은 없지 않을까요?)

[추가] 열목어는 맛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젊고 배고팠던 20대 초반의 군인 시절이라서 무엇이든 식성이 좋았던 터라 주는 대로 잘 먹었을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