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1년전 일입니다. 강원도 양구의 산악지대에는 유난히 구렁이가 많았습니다. 비무지대 전초 수색대는 특히 구렁이와 자주 마주쳤습니다.

어느 날, DMZ 차량 경계를 마친 분대가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막사를 향해 고참들이 도로에서 소리를 쳤습니다. 차량 경계조가 도로에서 뭔가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당신 신병이었던 저를 비롯한 동료들이 도로를 향해 달려 내려갔습니다. 멀리서도 도로에 걸쳐있는 커다란 물체가 보였습니다. 직감적으로  초대형 구렁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나의 분대 요원들이 구렁이의 힘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구렁이는 도로를 지나 바로 아래 냇물을 지나 반대편을 향했습니다. 다시 차량 경계조는 냇가에 내려가 K-1 소총 개머리판으로 구렁이를 눌렀습니다. K-1 소총은 개머리판이 약간 둥그렇게 구부러져 있어 구렁이 몸통을 누르기가 용이했습니다. 여러 명이 구렁이 몸통의 머리 부근에서 꼬리에 이르기 까지 누르고 있었습니다. 2미터가 넘어 보였습니다. 모두가 난생 처음 보는 초대형 구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이 때 저를 비롯한 신병들이 도착했습니다. 막사에서 가져온 대형 포대를 구렁이의 머리 맡에 벌리고 밀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부대원들이 간신히 구렁이를 포대에 집어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고참들은 진 땀을 흘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저와 신병들은 다시 낑낑대며 산중턱에 있던 막사로 초대형 구렁이가 담긴 포대를 옮겼습니다.

비무장지대에는 2미터 이상의 왕구렁이가 간혹 나타나곤 한다

고참들은 구렁이를 잘 보관해 두라고 했습니다. 당시 우리 수색 소대의 고참들은 몰래 구렁이를 땅군들에게 팔아서 큰 돈을 챙겼습니다. 이번 구렁이는 엄청나게 커서 1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21년전 100만원이면 지금으로 따지면 500만원 이상이 되는 큰 돈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시 구렁이는 30만원~5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구렁이를 포대 두개를 겹쳐 단단히 밀봉을 해서 막사 옆의 창고에 보관해 두었습니다.

벌써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대원들은 저녁 식사를 한 후 취침시간이 되자 모두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저의 온 몸을 칭칭 감은 구렁이가 느겨졌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구렁이의 힘이 온 몸을 조여왔습니다. 거의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구렁이는 밤새 온 몸을 감고 꼼짝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거의 숨을 못쉴 정도의 눌림에 밤새 구렁이에게 칭칭 감겨 있었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아침이었습니다. 어제 밤에 저를 감고있었던 구렁이는 꿈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고로 달려갔습니다. 저와 신병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포대 속에 있어야 할 구렁이가 없었습니다. 구렁이는 포대 두 개를 뚫고 도망가고 없었습니다. 포대는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재질이었습니다. 그런데 손도 없는 구렁이가 포대 두 개를 뚫고 나간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 모두는 놀라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소대원들과 어제 밤에 있었던 구렁이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모두가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구렁이에게 밤새 온 몸이 감겨서 죽을 듯한 꿈을 꿨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소대원 전원이 같은 꿈을 꿀 수 있는지 무섭기만 했습니다. 구렁이가 요물이라고 했는데 정말 사실이구나 하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건 구렁이 복수다"라고 고참 한명이 말했습니다. 모두가 공포에 떨었습니다.

악어도 통째로 잡아먹는다는 비단구렁이와 태국의 소년 친구(?)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소대원 한 명 두 명이 갑자기 체해서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저도 체해서 한 동안 하늘이 노랬습니다. 거의 모든 소대원이 함께 체했습니다. 어떻게 동시에 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그 당시 처음 발생한 단체 급체 사건이었습니다.  왕고참이 말했습니다.
"어제 잡은 구렁이의 복수가 틀림없다. 엄청난 크기와 포스가 비범치 않았다."
"그러면 앞으로 복수가 계속 될까요?

"모를 일이다. 구렁이는 잡지 말자.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은 왕고의 충고에 따라 그 날 이후 구렁이를 보더라도 피해다녔습니다. 사실 전초 수색소대는 비무장지대를 출입하기 때문에 여름이면 매일 구렁이를 보다시피 했습니다. 우리 수색소대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곳이라 비무장지대나 인근 산악지내는 구렁이들의 낙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길가에서 구렁이를 보고서도 모른 체 지나가곤 했습니다. 구렁이는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 순한 동물이었습니다.

구렁이와 관련된 수색소대의 일화는 그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날 초대형 구렁이 사건을 겪으면서 구렁이와는 가급적 상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너무 무서운 한 여름밤의 구렁이 꿈과 급체 사건으로 공포에 떨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초대형 구렁이의 창고 탈출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구도 없는 구렁이가 밀봉된 포대를 두개나 뚫고 어떻게 감쪽같이 탈출했는지. 구렁이는 영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구렁이에 대한 설화가 많은 이유일 것입니다.

요즘 농촌이나 산촌에도 구렁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포획을 했기 때문에 거의 씨가 마른 것입니다. 비무장지대는 천연 자원의 보고입니다. 앞으로 통일이 된다면 비무장지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남겨두어도 좋은 곳일 듯 합니다. 수십년간의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곳은 비무장지대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머루 다래를 따먹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구렁이와 살모사의 차이
구렁이는 알을 낳아서 새끼를 부화시키고, 살모사는 새끼를 그냥 낳습니다. 구렁이는 기본적으로 매우 크고 길지만 살모사는 길이가 짦은 편입니다. 구렁이는 독이 없지만 몸통으로 휘감아 조이는 힘이 엄청나고 살모사는 독이 있어 물리면 치명적입니다. 특히 까치살모사는 신경독과 출혈독을 모두 갖고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구렁이의 머리는 타원형으로 생겼지만 살모사는 약간 삼각형 모양입니다. 여름철에 물가나 풀과 잡목이 우거진 곳에서는 독사에 주의해야 겠습니다.

국내산 황구렁이의 알낳은 모습(좌)과 국내산 까치살모사의 공격 직전 장면(우)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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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nermic.tistory.com BlogIcon 유쾌한 인문학 2009.06.20 11:31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허 진짜 구랭이는 요물이네요.. 저의 할매도 구랭이는 절대 잡지말라고 했었죠.
    그나저나 역시 그근처는 동물의 왕국이네요.

  3. Favicon of https://dpstory.tistory.com BlogIcon D_p 2009.06.20 12:1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강원도가 고향이라 뱀은 참...지겹도록 봤죠. 경기도 살던 때에는 집앞 2m거리에 살모사가 살고 있기도 했고... 개구리로 유인해서 낚아다가 어른들이 고아드셨답니다.
    구렁이는 그야말로 촌 동네 아재들 말 들으면 '구렁이 담넘어 가듯' 그냥 지나치라는게...

  4. 프란체 2009.06.20 13:0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는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봄에 위장막 말려놓고 걷으려고 했는데 살모사 새끼가 위장막에 있었습니다 위장막하고 색깔이 비슷해서 감쪽같이 위장막 같았는데 움직여서 알았죠 제가 고참에게 뱀이 있다고 알렸죠 고참이 잡아서 선임중사에게 가져다 주었더니 페트병에 소주를 담아서 뱀술한다고 뱀을 집어 넣었죠 그리고 땅에 묻었는데 그날밤에 꿈을 꿨는데 낮에 봤던 그 뱀이 제가 자고 있는 바로옆 내무실벽에 붙어서 기어다니는 꿈을 꿨지 뭡니까 너무도 생생해서 꿈을 꾸고 나서 내무실에 뱀이 들어온줄 알았을정도였죠 다음날 아침에 갑자기 오른쪽 팔이 내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마비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저는 3개월동안 군병원에 후송되어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죠 지금은 나았지만 7년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그 뱀이 억울하게 죽어서 원한을 저에게 내렸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뱀꿈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그리고 그뱀을 잡고나서 몸에 이상이 왔었고요 이후로 뱀은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글쓴이님의 경험을 너무나도 공감하여 글 남깁니다

  5. Favicon of http://blog.daum.net/whitedove BlogIcon 처음처럼 2009.06.20 13:2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흐흐...
    사진보고 한번 기함하고...
    글 읽고 두번 놀라고 갑니다^^

  6. Favicon of http://delijuice.net BlogIcon delijuice 2009.06.20 14:2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어휴. 후덜덜한데요 @_@

  7. Favicon of https://arthome.tistory.com BlogIcon 몸부림 2009.06.20 14:4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듣기만해도 후덜덜하는데 직접 본다면 어떨지--;; 왜이렇게 갈수록 파충류와 곤충이 싫어지는지 모르겠네요. 전 최근에 본 뱀이 30cm인데ㅎㅎㅎ

  8. dudvkd 2009.06.20 14:4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전초 부대면ㅎㅎ 저도 양구 문등리에서 근무했는데...ㅎ 759gp 저도 사격하로 가는 도중 구렁이가 아닌 독사가 도로 가운데 또아리를 틀고 있더군여..고참이 개머리판으로 죽이긴 했지만..ㅋ 강원도 양구 참 뱀 많긴 많아요..ㅎ

  9. Favicon of http://blog.daum.net/huj36 BlogIcon 사랑과 행복 2009.06.20 17:1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탐진강님 첨 왔어요.
    항상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촌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학교를 가고 집에 올 때 산으로 다녔죠.
    그래서 뱀을 보면서 자랐어요.
    여자라서 그런지 뱀이 무섭다는ㅠ.ㅠ
    독사는 앞이 세모이고, 독사가 아니면 둥글죠.
    하여튼 그 때 뱀을 만나면 참 무서워 한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글 잘보고 가요~~~^^

  10. Favicon of http://www.indianabobs.com BlogIcon 인디아나밥스 2009.06.20 18:3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오~!! 글을 읽으니 오싹 한데요.^^
    역시 구렁이는 영물이라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헛말이 아닌가봅니다.

  11. Favicon of https://2proo.net BlogIcon 2proo 2009.06.20 19:0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으... 저희 시골 할아버지댁에서도 마당에 가끔 뱀들이 나타나는데
    시골분들은 절대 구렁이는 안잡으시더라구요. 다른 뱀들은 잡는데 구렁이만큼은...
    옛날 설화나 전설만해도 구렁이는 음.. 신기가 있다고 해야하나? 영물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귀한 존재로 여기고 특별대접했던걸로 기억해요..

    그나저나 정말 신기한 복수군요. 으~~~

  12. Favicon of https://nigasa.tistory.com BlogIcon 니가사 2009.06.20 19:4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오호....전설의 고향이네요 .

    전 뱀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불가능한 일일 것 같은데
    군대에서도 행정병이었고...야간 근무를 안 섰거든요.-_-;;

  13. Favicon of https://waarheid.tistory.com BlogIcon femke 2009.06.20 20:1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구렁이는 동물원에서 본것밖에 없는데 사진보니 무시무시합니다.
    다리가 다 후들후들 떨리네요.ㅎㅎ
    비무장지대 빨리 세계자연유산지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14. sbs2tv 2009.06.20 20:4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집안에 구렁이가 있으면 복을 불러온다거나 조상님 혹은 부모님의 환생이라거나 산을 지키는 산신님이라거나 돈을 불러오는 복덩이라거나(담벼락쪽이었나..) 불교 쪽이나 도교쪽에 가까운 설화들이 대부분인데 모두 좋은쪽이었죠 물론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보통 이무기 설화도 구렁이가 모태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옛부터 귀한 존재로 여겼죠 속담에서까지 구렁이가 들어갈만큼..

  15. Favicon of https://book-mania.tistory.com BlogIcon 취비(翠琵) 2009.06.20 22:0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구렁이는 집을 지키는 신의 하나로 신령스러운 힘이 있다고 하죠^^

  16. dream 2009.06.21 10:4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구렁이는 옛 부터 영물로 통햇습니다 그래서인지 구렁이는 잡지 않는답니다..
    좋은 경험을 하셨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17. Favicon of http://blog.daum.net/chamkkaegoon BlogIcon 참깨군 2009.06.21 16:4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믿을 수 없는 경험들을 하셨군요. 같은 꿈에 단체 급체까지... 어휴...

  18. 뜨 내 기 2009.06.26 09:4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구렁이는 영물이라고 하죠 햐 물론 그런 기담이 많지만

    그래도 역시 믿기 어렵네요 정말 실화인가요 ? @_@

  19. 실화다 2009.06.28 18:1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는사람 두 내외가 밤마다 머리두개 달린 구렁이에게 시달리는 꿈을 꾸었는데...무녀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 . 집안 내력 뒤져보니,조상 중에 집 구렁이를 잡아 먹었던 그 이후로 후손들 죽은 사람 여럿.. 오늘 날에 꿈에서, 실화다

  20. 아 날씨 따닷하다,, 2009.06.28 19:5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구렁이는 이쁘고 순하지요...잡으면 곤란해 집니다...

  21. 짜근너구리 2017.08.27 22:0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 국민학교 시절때 그때가 국민학교3학년 때 벌써 40년 훨씬 지났네용 저도 그때 구렁이 봣네요 우물까에 물 마시러 가다가 물 먹으려 순간에 구렁이기 우물구가에 구렁이가 엄청난 녀석이 앉아 있더라고 ㅠㅠ물이고 뭐고 댑따 담박질~~~~쉬지도 않고 책가방 신발주머니 다놓고 왔던 시절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