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살고 있는 철책선 GOP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철책이 사라진다면 비무장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자연생태공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 비무장지대가 평화를 상징하는 생태공원으로 세계인들이 찾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비무장지대에는 고라니, 멧돼지, 담비, 열목어, 구렁이 등 수많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금강초롱을 비롯한 엄청나게 많은 식물들이 태초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직접 오갔던 비무장지대 현장에는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 등 절경들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아무튼 평화통일이 되어 천혜의 자연공원 비무장지대가 일반에게 공개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지나간 20여 년전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근무했던 수색소대는 철책 부근의 후미진 산 속에서 별동대처럼 단독 소대단위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훈련과 땅굴 탐지를 하던 시기입니다.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고 내부반에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소대장의 긴급 비상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철책선이 뚫렸다. 적들이 침투한 것 같다. 소대원 전원 수색 준비!"

우리 소대원들은 긴장감어린 눈빛으로 전원 막사 앞에 완전 군장으로 신속하게 집결했습니다. 위장복에 방탄조끼를 걸쳐입고 각각 자신의 임무를 부여받고 나타난 소대원들은 3개 수색분대로 새로 편제됐습니다. 저는 당시 M16 소총에 망원경을 장착한 저격수였습니다. 수색분대는 분대장, 저격수, M203 유탄발사기 사수, M60 기관총 사수 및 부사수, 무전병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수색작전에 앞서 투입전 제식동작이 시작됐습니다.
"앞에 총! 노리쇠 후퇴 전진!"
"탄창 장착!"
"탄알 일발 장전!"
"작전 개시! 투입!"

각 분대는 철책선이 뚫렸다는 지역의 후방으로 신속히 이동했습니다. 그 때 당시, 소대장은 우리 사단 바로 옆의 00사단 GOP 철책선 일부가 뚫어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북한군이 철책을 뚫고 침투했다는 상부의 추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소대는 인근 00사단과 가까운 곳에 있어 수색에 추가로 나섰습니다.

수색 매복 중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과 동료 전우들 뿐이었다


실제 북한군과 마주칠 지도 모를 위험한 작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늘상 비무장지대에서 수색과 매복 작전을 수행했던 터라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수색과 매복은 오직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무서운 긴장감을 다스리고 언제 닥칠지도 모를 위험에 대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자신과 동료 전우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팀워크가 중요했습니다.

어두운 산 속의 오솔길을 지나 각각 분대는 주요 지점에 매복을 서기로 했습니다. 일단 작전에 들어가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눈빛과 손짓으로 모든 작전이 수행됐습니다. 실제 비무장지대에서의 매복은 밤새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눈만 뜨고 전방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아무 것도 절대 먹어선 안되고 심지어 오줌도 별도 오줌통에 소리없이 싸서 마개를 닫아야 했습니다. 어떤 소리나 냄새 등은 자신을 적들에게 노출할 수 있어 금물이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늘 전쟁상태 상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매복에 들어간 지 2시간 여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대장으로 철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무슨 연유인지 설명은 없었습니다. 밤새 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던 소대원들은 한편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도 아쉬운 듯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 날 밤이 지났습니다. 소대장은 끝내 수색 매복 작전이 왜 중단됐는지 이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상부에서 이유를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땅굴 탐지 수색조가 각각 주요 땅굴탐지 작전지역에 투입됐습니다. 매일 수색로를 따라서 시추공에 대한 특이사항을 조사하는 임무였습니다. 오후 수색조는 주로 산악지대 쪽을 방향을 잡았습니다. 멀리 북한 쪽에서 대남방송이 들렸습니다. 항상 매일 있었던 방송이라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들었습니다. 중동부전선이라 남과 북의 철책이 가까운 곳은 직선거리 600미터에 불과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내용이 특이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00사단 00연대 00부대 소속 000입니다. 어제 저녁에 북으로 넘어왔습니다. (계속)"
이럴 수가. 그렇습니다. 어제 저녁에 철책이 뚫린 것은 북한군의 소행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옆 사단의 어떤 남한 병사가 철책을 뚫고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철책을 수류탄을 던져 뚫고 북으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시 북으로 간 병사는 모 대학에 재학 중 최전방서 근무하다가 어떤 이유인지 불만을 품고 북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 부근은 남과 북의 철책이 가까운 곳이라 거리상으로 몇 백 미터만 가면 서로 닿는 곳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북한으로 월북하자마자 대남방송을 통해 직접 자신의 신분을 설명하는 그 병사였습니다. 물론 북한측에서 요청을 강요했을 수 있습니다. 남북 대치의 철책에서 벌어진 아주 희귀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미 20년이 넘는 옛날 일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 당시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당시는 소대원끼리 어쩌면 황당한 일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철책의 분위기나 모습도 과거와 다를 것 같습니다. 철책을 뚫고 넘나드는 일도 없을 듯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름끼치는 사건인 것 같습니다. 남북 분단의 역사에서 일어나는 비극인지도 모릅니다. 빨리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이 되어 동족끼리 서로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대치하는 일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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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tsori.net BlogIcon Boramirang 2009.09.25 07:4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얼마전 방문한 임진강 남방한계선 GP에서 본 철책의 모습은 긴장감이 사라졌더군요. 침묵만 흐르고 있구요. ^^

  2. Favicon of http://starculture.tistory.com BlogIcon 아이러니♡ 2009.09.25 07:5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3. Favicon of https://fmpenter.com BlogIcon 바람나그네 2009.09.25 08:1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오홍 글 잘 써 주셔서 푹 빠졌다 갑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되세요 ^^

  4. 2009.09.25 08:1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blog.daum.net/moneyball BlogIcon 배리본즈 2009.09.25 08:1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재미있는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6. Favicon of https://semiye.com BlogIcon 세미예 2009.09.25 08:1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분단의 장벽이 멋훗날 역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은 오겠죠.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7. Favicon of https://yureka01.tistory.com BlogIcon 유 레 카 2009.09.25 09:0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간간히 그런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ㅋ
    저도 gp에서 수색 매복 자주 나갔었거든요 ㅋㅋ

  8. Favicon of https://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09.09.25 09:1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실제로 그런 일도 있군요..
    얘기만 들었는데....

  9.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09.25 09:3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언제나 통일이 오려는지.........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10. Favicon of https://jicheol.tistory.com BlogIcon 김지철 2009.09.25 10:2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북의 침투가 아니라 남한 병사의 소행이었군요. 반전이 있네요.ㅎㅎ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야할텐데.. 요즘들어 지난 10년간 쌓아왔던것을 잃어가는것같아 마음이 좋지 않네요..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09.09.25 10:2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헉...우리쪽에서 월북하는 군인들도 잇었군요...

  12. Favicon of https://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09.09.25 10:5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남북이산가족이 전개되는 시점에서 글을보게되니..이런저런 상념들이 스쳐가네요...
    사람이 해서 안될짓꺼리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쟁같아요..
    후유증이 평생대를 이어가는거 같지요?

  13. Favicon of http://kousa.tistory.com BlogIcon 미국얄개 2009.09.25 12:1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놀라운 사실은 대학 2년 때 전방교육을 갔을 때였죠.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대남 방송을 하는데, 학교이름, 인원수, 기타 인적사항을 줄줄 외우고 있던데...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숙제랍니다.

  14. Favicon of https://greensol.tistory.com BlogIcon 여행사진가 김기환 2009.09.25 12:5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한 바탕 난리가 났었겠는데요.
    사단장 짤리고, 연대장 짤리고...줄줄이 사탕으로...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okyhok BlogIcon 김윤희 2009.09.25 13:1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20년 전의 일인데... 요즘은 그런 일이 드물것 같습니다... 정말 목숨을 건 월북이네요~ 놀랐습니다.

  16. Favicon of https://lux99.tistory.com BlogIcon 기브코리아 2009.09.25 17:3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빨리 통일이 되서 세계에서 가장 멋진 자연생태공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17. Favicon of https://sapientis.tistory.com BlogIcon 백두 대간 2009.09.26 01:0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월북해라', '월남해라'
    이런 권유 방송도 많았잖아요.

  18. Favicon of https://jennifer-decker.tistory.com BlogIcon nopi 2009.09.26 01:1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어렸을 적 전방에 살았을 때는 그런 긴장감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는데...
    크고 나서야 제가 그런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네요

  19. 앗싸 2009.09.26 14:5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본문중에 오타가 M203이 M60으로 두번이나 들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