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온 나라가 아직도 꽁꽁 묶인 동토의 거북이 공화국입니다. 정부는 도로의 눈을 다 치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도로는 폭설의 후폭풍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이나 사람들의 보행은 살얼음 위를 위험천만하게 미끄러져가는 심정입니다.

엊그제 자동차 한 대가 도로 평지의 눈구덩이 빠져 헛바퀴만 도는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한 사람이 차 뒤에서 힘껏 밀고 운전자는 그 장소를 빠져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인과 함께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눈 속에 뒷바퀴가 공회전만 하고 눈 쌓인 도로를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자동차 후미에서 밀어서 안되자 앞에서 밀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허사였습니다.

이제 폭설이 내린지 4일이 지났지만 서울 도심의 이면 도로는 곳곳에 지뢰같은 함정들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저는 지인과 함께 자동차를 구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한 사람은 운전을 하고 나머지 3명이서 자동차 뒤에서 밀었습니다. 그러나 눈구덩이에 빠진 다마스 차량은 헛바퀴만 돌 뿐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세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평지 눈구덩이 도로에 빠진 차량 구출작전에 시민들이 나섰다

점점 팔과 다리가 풀리기 시작하고 지쳐갔습니다. 그러나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다시 한번 젖먹던 힘을 다해 차량을 밀었습니다. 영차~영~차. 우리는 박자를 맞춰 차를 밀었습니다. 드디어 차량이 조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차를 밀었습니다.


결국 차량이 눈구덩이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운전기사와 동료 한분이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었지만 다른 사람을 도왔다는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누구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저도 이미 폭설로 인해 도로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얼마 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로에 쌓인 눈이 그대로 남아있어 차량 한 대가 눈구덩이에 빠져 옴싹달싹 못하고 있다

차량은 그렇게 위기에서 벗어나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제 손에는 흑탕물과 기름때가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어봤지만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바지와 구두도 엉망이었습니다. 순간 세탁비라도 받아야 했나 하는 마음이 살짝 스쳐지나갔습니다.

도시 도로의 제설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폭설은 피할 수 없지만 도로 위의 눈은 왜 여전히 남아 있을까요. 서울시와 정부도 열심히 제설작업을 했지만 굼뜬 것 같습니다. 도로를 말끔하게 치우지 않아 여전히 도로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 날은 택시를 타고 시내를 지난 적이 있는데 교통 정체 현상이 심각할 지경이었습니다.


눈구덩이에서 탈출한 운전자가 차를 바라보고 있다. 오른 쪽은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기름 때 장면.

사상 최대의 하루 적설량을 기록한 후 서울과 중부지역은 도시가 너무 오래 마비상태인 것 같습니다. 일부 풀리기는 했지만 출퇴근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장난 지하철도 발생하고 도로는 빙판이나 폭설 후 눈덩이가 남아 있어 통행이나 보행이 힘들기만 합니다.

그런데 항상 늑장대응이나 뒷북 행정은 시민들에게 책임전가인가 봅니다. 정부 산하 기관 중 하나인 소방방재청이 '내 집이나 건물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규정을 만든다'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 월급 보다 많은 과태료를 물게 한다는 발상은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눈폭탄 맞은 여파가 남아있는데 과태료 폭탄을 던진 셈입니다.

눈 안치우면 과태료 100만원? 국가에도 집단소송 가능한가?

눈치우기 캠페인이나 의식 제고를 해야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과도하고 정작 국가가 해결할 일을 왜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합니다. 눈을 치우면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해야지, 안 치우면 과태료 부과 압박은 발생부터 문제라는 것입니다. 정부의 방향이 한참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의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에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문제에 관해 전국 남녀 1천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7.4%가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눈이 오면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 외출 중 눈오면 눈치우러 집에 돌아가야 하나?
- 폭설이 계속 내리면 하루종일 눈만 치우고 있어야 하나?
- 눈 치우고 나갔는데 또 눈 내리면 다시 집에 와야 하나?
- 공동 다세대 주택과 공동주택은 연대책임으로 과태료를 나누어 내나?
- 눈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해도 되나?
- 회사 출근했는데 눈 내리면 돌아와야 하나?
- 맞벌이 부부는 눈내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의 집 앞 마당의 눈을 치우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눈을 치우는 문제를 국가가 과태료를 물게 하면서 강제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것 같습니다. 누구의 발상인지 어이없고 황당한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캠페인이나 의식 전환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차량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요? 국가가 그 피해를 보상해 주나요? 인도 보행 중 넘어져 골절상이나 사상자는 정부가 배상하나요? 이번과 같은 폭설로 인한 도로 마비 등으로 시민들 피해는 정부가 배상해 줄까요? 시민들도 국가에 집단소송하면 배상해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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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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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dentalife.tistory.com BlogIcon dentalife 2010.01.08 08:1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을 때 과태료 물리는 건 미국 따라가는 것 같아요. 그닥 좋은 생각은 아닌듯...

  3. Favicon of https://eczone.tistory.com BlogIcon Zorro 2010.01.08 09:0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자신의 집앞의 눈을 안치우면 과태료를 문다....
    좀 아닌거 같네요.. 혹시 집에 있다가 눈오는지를 모른다면..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면.. 외출했다면.. 머 이런경우도 일괄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해야할까요? 탐진강님 말씀대로 캠페인이나 의식전환으로 해결했음 하네요.. 그러나저러나 고생하셨네요;;;

  4. Favicon of https://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10.01.08 09:0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캐나다의 경우는 자기 집앞 드라이브 웨이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요.
    혹시 눈을 치우지 않아서 눈길에 보행자가 미끄러졌다해도 집 주인에게 책임이 있다더군요.

    이런 경우 어떻게 배상을 해야 하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어요.

  5. Favicon of https://yureka01.tistory.com BlogIcon 유 레 카 2010.01.08 09:1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그러고 보면 도시에 눈이오면 거의 제앙수준 되었군요.
    제설작업을 지자체가 못하면 개인에게 과태료 물리고 ㄷㄷㄷㄷ
    그럼 어떤 집에 사는 사람 아파서 못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이런사람에게도 과태료 물려야 하는지...

  6. 2010.01.08 09:2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7. Favicon of http://nettenna.tistory.com BlogIcon 넷테나 2010.01.08 09:2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집 앞 눈치우는 것 과태료 때문에 말이 많네요..
    우리네 정서에 안맞는 정책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캠페인으로도 충분히 될텐데요.
    이럴 땐 또 기가막히게 잘 뭉치고 정이 넘치자나요. 근데 과태료따위로 원천봉쇄한는 것 같아서..

  8. 뜸쓰 2010.01.08 09:4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글쎄요..이번 폭설 때 실제 집앞 골목 나가보면
    여기 글쓴분 및 댓글 다신 분들이 가지고 계신
    시민의식에 대한 개념들이 잡히지 않으신 분들이 더 많이 보이더라고요

  9. OLDBOY 2010.01.08 09:5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전 돈 좋아하는 정부가 눈이 좀 쌓이면 눈이 내리는 중인데도 안치웠다고 과태료 매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오버겠죠? 가까운 곳에 눈 버릴곳이 없어서 집 한 구석에 눈이 모여 있으면 과태료 매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오버겠죠?

  10. 서글픈구름 2010.01.08 10:4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뭐 없는 사람들 모여 있는 동네가 자기 집앞 눈은 훨씬 더 잘 치우더군요...돈좀 있다는사람들 거들먹거리기나 하지 눈오면 손도 까딱안하고는 다른사람이 치워주기만바라고(돈써서 사람불러서라도 좀 치우면 될것을)하는것을 보면 벌금을 내라고 해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치우면 벌금내시오 하는 이번 이야기는 참 게을러빠진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이라는 생각밖에는 안듭니다.

  11. Favicon of http://www.downsoho.co.kr BlogIcon 다운소호 2010.01.08 10:4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어느정도는 공감하면서도 그래도 눈이 많이 오면 집앞에 나와서 치웠으면 하는..ㅠ.ㅠ

    과태료보다는 계도를 먼저하고하지..아~~그래도 안치운곳도 많다고하니..

    보면 대다수 집앞에서 눈을 안치우드라고요..

    눈좀치워주지 어려운것도 아니고

  12. 떠비 2010.01.08 11:0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눈앞 치운후 사진촬영으로 나중에 잘못된 과태료 나오면 제시할때 필요하겠군요. 새벽에 휙보고 가서 과태료 안물린다고 장담못하니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도로 제설작업이 안되서 사고났다면 소방방재청에서 늦장대응이 문제이니. 첫 번째 보상은 그쪽에서 해줘야할것 같구요. 그리고 지자체에서 인력이 충분히 동원해서 빨리 제설처리해줘야 하는데 안했기 때문에 2번째 보상 책임이 있을것 같네요.

  13. Favicon of http://www.smpark.kr BlogIcon 풀칠아비 2010.01.08 11:0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좋은 일 하셨네요.
    눈 안 치우면 내야 하는 과태료 생각하니, 세상이 정말로 점점 더 각박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아파트 앞의 눈 치울 생각도 하지 않은 저도 할 말은 없지만 말입니다.

  14. Favicon of https://boskim.tistory.com BlogIcon 털보작가 2010.01.08 11:1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맞벌이 부부들 큰일이군요.
    눈 오면 누가 치우죠?
    과태료가 100만원 나온다는데 결근이라도 할지..........

  15. Favicon of https://ceo2002.tistory.com BlogIcon 불탄 2010.01.08 12:2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점점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네요.
    아이들과 언젠가 짱구는 못말려라는 유선방송에서 하는 TV만화를 본적이 있는데
    그 상황을 보니 일본에서는 과태료를 부가하는 것은 아닌데 눈이 오면 각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눈을 치워야 하더군요.
    우리들도 그런 문화로 자리를 잡아야지 과태로로 해결하는 것은 조금 그렇네요.

  16. Favicon of https://marceloyoo.tistory.com BlogIcon marcelo yoo 2010.01.08 12:3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제가 사는 이곳 브라질에선 상상 못하는 폭설이라,,,하긴 니곳도 지금 물난리로 많이 죽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겨울에 더이상 사고 없길 바라는 바입니다. 현재 이곳은 영상 32도입니다...덥죠.

  17.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10.01.08 12:5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국가야 합법적인 조폭이니까요 ^^;;;

  18. Favicon of http://ihoney.pe.kr BlogIcon 허니몬 2010.01.08 13:2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생각하기 전에,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지 생각해!!' 라고 생각하는걸까요?

    ㅡ_-);; 그러기에는 나라를 운영하는 이들이 너무 개차반들이 많아서 문제지요.
    뭐, 1가구마다 제설장비(눈삽이나 석가래)를 제공이라도 해주고 저러면 조금이라도 덜 투덜거리겠는데, 이건 뭐, 해준 것도 없이, 물에 빠진 사람 구해냈더니 '보따리 내놔!! 안내놓으면 고소할거야!!' 라고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법제정을 굉장히 좋아하는 지금 정부입니다. ㅡ_-);;
    자신들은 법도 제대로 안지키면서, 자기들한테는 해당사항 없다고 생각없이 법제정하구 그러는구만요. 군대에서 눈도 안치워본 양반들의 행태가 참 거북스럽습니다.

  19. 이누기 2010.01.08 16:3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얼마전..고속도로 톨게이트간 통과속도로 과속처벌 하겠다는 안건도 있었는데 말이죠..전 그럼 어마어마한 정체로 늦게 통과되면 통행료 할인해 주나? 라는 생각을...그것등과 같은 법인듯 합니다..
    이해가 좀 안되는 정부네요..눈치우다가 내땅이니 네땅이니..내집벽이니 네집벽이니..하는 다툼을 많이 봐서 더더욱 어쩌자는..법만 만들면 땡인가요..

  20. Favicon of https://lux99.tistory.com BlogIcon 기브코리아 2010.01.08 18:44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과태료 얘기 보고 ㅠㅠ

    탐진강님 말씀처럼 보상금을 줘야 맞는거지 과태료라니 ㅜㅜ

    눈속에 빠진 차량 다마스 ^^

    한 4년 타봐서 잘 알지요

    눈오면 쥐약인데 ㅋㅋ 비록 옷은 버렸어도 흐믓하셨겠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21. Favicon of http://www.indianabobs.com BlogIcon 인디아나밥스 2010.01.09 00:1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집앞에 눈을 치우게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좋은데
    그걸 꼭 벌금을 물리겠다는 생각에 저도 불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