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열심히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대강 살펴보니 '민방위...'라고 시작돼 스팸인 것 같아서 바로 휴대폰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가요? 민방위대원에게 보내는 내용인 것입니다. 순간 '이상하네, 내가 아직도 민방위대원인가?' 곰곰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민방위대원이 아니었습니다. 제 나이가 우리나라 기준으로 45세이니 이미 민방위대원 편성에서 제외된지 한참 지난 상태였습니다. 현행 민방위대 편성 복무 연령은 만 40세이기 때문입니다.

민방위대원 편성 연령은 만 40세 까지   

이건 분명히 잘못 보낸 문자메시지였을 것입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남자가 군대 다녀와서 예비군을 지나 민방위가 되면 청춘도 끝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민방위 마저 편성 해제되면 그 때는 해방감도 들지만 한편 기분이 우울하기도 합니다.

여자가 폐경기가 될 때 느끼는 감정같이 남자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자책감도 조금 느끼게 됩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는 국방의 의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치는 통과의례이지만 한편 민방위가 끝나면 시원섭섭함과 허전함도 드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유심히 쳐다보게 됐습니다.

"민방위대원 제설작업 4시간 참여시 2010년도 교육면제 - 신청문의 각동 주민센터"


혹시 아직도 민방위대원으로 편성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면 과거 민방위 훈련이나 소집에 빠진 적이 없었는지 돌이켜 보기도 했습니다. 민방위 소집 훈련은 받지 않은지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민방위 졸업한지 4년여 만에 다시 재소집을 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혹시나 군대 시절 작업의 귀재였던 저를 알아보고 복귀를 명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냥 모른 체 하고 문자 메시지 보낸 곳으로 전화를 해볼까 장난스런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잘못 보낸 문자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문자 이야기를 하니 '다시 민방위대 재입대 입소를 축하한다'고 놀리며 한바탕 폭소가 터졌습니다.

'민방위대 재입대 축하' 한바탕 폭소 

나중에 뉴스를 찾아보니 고양시가 민방위대원을 동원해 이면도로와 인도 등에 쌓여있는 눈을 치우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대책이라고 합니다. 직장민방위대와 지역민방위대에 문자를 발송해 폭설에 따른 제설작업 자율 참여자를 문자로 모집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자율 동원 참여자에게는 올해 받아야 할 4시간 짜리 민방위 교육을 면제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문자 메시지가 폭설 이후 도로나 인도에 여전히 쌓여있는 눈을 제거해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 긍정적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저와 같이 이미 민방위가 끝난 사람에게도 잘못된 문자를 보내는 것은 한 남자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제대로 확인도 하지않고 무차별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듭니다. 조금 황당한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잊고 지냈던 민방위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혼자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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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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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jdi 2010.01.09 12:1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추운데서 4시간 눈퍼나르니...그냥 4시간 교육받겠다. 비상소집은 아침에 잠깐 출석부만 제출하면되고.....

  3. Favicon of https://phoebescafe.tistory.com BlogIcon Phoebe Chung 2010.01.09 12:1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남자들한테 다 보낸게 아닐까요. 하하하...
    민방위라서 저 문자 받은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웠을것 같아요.^^

  4. Favicon of http://kimki.tistory.com BlogIcon 깐깐김기 2010.01.09 12:54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45세면 민방위아닌가요???

    ....
    저는아직군대도 안가서 ㅜㅜ

  5.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10.01.09 13:0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나이를 5살이나 젊게 해주었으니
    감사의 답문이라도 보내는 것이...? ^^;;

  6. Favicon of https://dentalife.tistory.com BlogIcon dentalife 2010.01.09 13:3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ㅎㅎ 정말 황당한 일을 당하셨네요. 전 동원다녀온 이후로 해외생활이라... 민방위는 아직 못해봤네요. 지금 귀국하면 아직 민방윈데 ㅋㅋ

  7. Favicon of http://smallstory.tistory.com BlogIcon 윤서아빠세상보기 2010.01.09 15:4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그냥 가셔서 좀 젊게 사셔도 될듯 했는데 ㅎㅎㅎ

  8. Favicon of https://somupa.tistory.com BlogIcon 교수a 2010.01.09 16:0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황당하셨겠군요ㅎㅎ
    전 군대를 늦게 가서 아직도 예비군이 한참 남았다는ㅜㅜㅎㅎ
    믹시 추천이 오류가 나서 다음뷰 추천만 날리고 갑니다^^

  9. 2010.01.09 17:5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10. Favicon of https://filios.tistory.com BlogIcon 필리오스 2010.01.09 19:1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ㅎㅎ 민방위재입대에서 터졌네요. ㅎㅎ 그나 저나 자율참여자..저건 나름 괜찮네요.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inucom BlogIcon 연꽃 2010.01.09 21:2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민방위 소집.....아이구 부러워라......
    그런 문자도 안오고...통지서도 없고....대한민극은 나를 잊고 세금고지서만 보내고....
    행정의 착오라고 하겠죠.
    아님 봉사.....
    건강하세요.

  12. Favicon of https://joalog.com BlogIcon Joa. 2010.01.09 21:5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요즘 눈이 장난아니다보니 군인들이 고생이 많더라구요.
    문자 황당하셨겠어요 ㅎㅎ

  13.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10.01.09 22:2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황당한 이야기네요. 웃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소가 나오네요.

  14. Favicon of https://shinlucky.tistory.com BlogIcon 신럭키 2010.01.10 00:3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2010교육면제라.. 저라면 무조건 ㄲㄲㄲ 이네요 ㅋ

  15. Favicon of https://ceo2002.tistory.com BlogIcon 불탄 2010.01.10 00:3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마 동사무소에서 실수한 듯...
    그래도 민방위 나오라는 문자를 저도 받았으면 해요.
    그만큼 젊다(?)는 이야기잖아요. 하하하...

  16. Favicon of https://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10.01.10 03:1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고양시에서 나름 머리를 쓰긴 했는데.. 미숙했군요..
    덕분에.. 재밌는 포스팅도 하시고.. 즐겁게 넘기심이 어떠실지요.. ㅎㅎ

  17. Favicon of https://badjunko.tistory.com BlogIcon 못된준코 2010.01.10 03:3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ㅋ...폭설 때문에 별 방법을 다 쓰는군요.
    암튼 당황스러웠겠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8. Favicon of https://st-raphael.tistory.com BlogIcon 모던토킹 2010.01.10 16:1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덕분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군생활까지 추억하게 되네요.
    폭설 다음날이 입대한지 딱 17년째 되던날.
    아직 민방위라는게 남자역할을 느끼게 해준다는 새로운 희망을 안고 갑니다. ^ ^

  19. fusionk 2010.01.11 02:0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 고양시에 사는데 받지못했다는... 음.. 아마 전부에게 간것은 아닌듯합니다...

  20. Favicon of http://sungbok.com BlogIcon BOK2 2010.01.15 20:0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글 내용이랑 딱히 상관없는 말이긴 합니다만, 전역해도 여전히 군대 꿈을 꿉니다ㅠㅠ

  21. jdin 2010.04.14 21:3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오늘로서 드디어 민방위훈련 4년차 교육을 마치고 인터넷에서 긁적긁적 대다가 탐진강님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실제 나이로는 마흔의 나이가 되었으나 아직도 민방위를 떠날 수 없는 입장이기에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몇년간의 유학시절기간 때문에 그러한 듯 합니다.
    [혹시나 군대 시절 작업의 귀재였던 저를 알아보고 복귀를 명한 것은 아니겠지요?]
    이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뿜었습니다.
    ㅎ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많이 쓰시고 항상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