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그나마 술자리 문화가 달라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굳이 술이 아니더라도 여가를 즐기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많아진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대개 남자들은 선배들이나 상사의 술자리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직장인의 경우 직장 상사나 거래처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퇴근 시간이면 빨리 귀가하고 싶은 것은 직장인 누구나 당연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술자리에 참석하게 됩니다. 결혼한 기혼 남자는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책임감으로 더욱 직장 일에 충실하기 위해 불편한 술자리마저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운명인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술자리로 인해 발생한 직장인의 비애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모 대기업에서 한창 열심히 일하던 대리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회사의 승진이 발표됐습니다. 그런데저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P선배가 차장 승진에서 누락됐습니다. 직장에서 진급 실패는 상당한 스트레스입니다.

직장 승진에서 탈락한 선배를 위로하기 위한 술자리가 화근

그 날, 저의 직속 선배인 O과장이 P를 위로해 주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당연히 인간된 도리로 P 선배를 위해 술 한잔 같이 하자는 요청을 거절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다정다감한 P선배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부서 일행은 승진 누락으로 침울한 P와 함께 회사 근처에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한참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10시가 넘어 술자리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O과장은 P선배와 한잔만 더 하자고 했습니다. P선배도 한잔 더하고 싶은 것 같아 자리를 옮겨 시내 번화가로 향했습니다. 모처럼 시내 진출이었습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조명이 흔들리는 길거리를 걷는데 삐끼 한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오늘 새로 오픈한 술집인데 양주 한병을 공짜로 드리니 이리 오세요


잠시 고민하던 O과장이 잘 아는 곳도 없으니 그냥 새로 오픈한 곳에서 한잔만 가볍게 하고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P선배도 피하지 않아 삐끼를 따라갔습니다. 정말 신규 오픈한 단란주점이었습니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지 손님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일행 중 막내였던 저는 선배들의 성화에 노래를 불렀습니다. 양주 몇잔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고조되고 P선배도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우리나라 폭탄주로 대표되는 술자리 문화는 새해에는 개선이 돼야 한다 

그런 와중에
마담 아가씨는 자리에 앉아 연신 양주를 따라서 건넸습니다. 마담도 몇잔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술잔만 기울이던 P선배도 무대에 나가 노래를 했습니다. 노래는 흘러간 블루스 곡이었습니다. O과장은 저와 마담에게 눈짓을 하며 무대에 나가 춤을 추라고 했습니다. 마담도 적극적으로 제 손을 끌었습니다. 이 날은 P선배를 위한 날인 만큼 노래부르는 P선배 근처에서 그다지 재주가 없지만 열심히 춤을 췄습니다.

그렇게 그 날은 12시 넘어 술자리가 끝났습니다. 저는 사실 양주를 싫어했습니다. 양주가 몸에 잘 안맞는지 양주만 마시면 몸도 안좋고 그 다음 날 비몽사몽이 되곤 했습니다. 어쨌든 P선배를 위로하는 술자리가 끝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습니다. 제가 귀가해야만 잠이 드는 아내는 그 날도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찬 물 한잔을 마시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냉랭한 아내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아침이 됐습니다. 아내는 항상 그랬듯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전날 마신 양주 때문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저는 양주만 마시면 다음 날 두통이 몰려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말을 시키면 냉랭하게 짧은 답변만 했습니다. 왜 그런지 몰랐지만 그냥 출근을 했습니다.

저녁이 되고 퇴근해 집에 왔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냉랭한 얼굴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좋지 않네."
"(잠시 쳐다보며)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우리 이혼하자."

청천벽력같은 아내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날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왜 그래. 어제 선배들과 술 한잔 했는데. 아무 일 없었어."

아내는 세탁기에서 와이셔츠를 꺼내 들고와 제 앞에 내려놨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이거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은재가 교빈의 와이셔츠에 립스틱 자국을 남기는 장면에 놀라기도 한다

이럴 수가. 저는 흰 와이셔츠의 가슴 부근에 분홍립스틱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전날 밤을 복기해 봤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마담과 블루스를 춘 것이 문제였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담 아가씨가 와이셔츠에 립스틱 자국을 남긴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영문도 모른 체 귀가해 와이셔츠를 벗고 잠이 들었나 봅니다.

저는 당황해 아내에게 전날 일을 소상히 이야기했습니다.
"어제 회사 승진에서 누락된 P선배가 있어 위로하기 위해 단란주점에 갔는데 거기서 그런 것 같아. 어떤 마담가 블루스 한번 췄는데 거기서 묻었나 봐. 미안해. 몰랐어."
"정말이야?"

"생각해 봐. 내가 알았다면 와이셔츠에 립스틱이 그냥 묻어 있었겠어."
"그래. 이번만 내가 참겠어. 다음에 또 그러면 진짜 이혼이야."

술자리 문화를 바꾸는 것은 직장 상사부터 솔선수범해야

그제서야 아내는 화가 풀렸습니다. 아내는 현모양처 타입이지만 어떨 때는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사실 그럴 때는 무서운 여자입니다. 그 이후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과 같이 다소 위험한(?) 곳은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거래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제가 다른 회사로 옮겨 부서의 장이 되고 나서는 약간이라도 오해가 될 만한 술자리나 접대는 갖지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글로는 짧게 언급했지만 당시는 아찔한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이 선배들의 눈치 보지않고 술자리를 간단히 끝낼 수 있어 좋습니다. 남자들이여, 술이 원수라고 하듯이 과음이나 폭음은 자제해야 겠습니다. 우리나라 술문화도 건전하게 달라지고 있고 가족 중심의 생활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회사에서도 상사들이 먼저 과거와 같은 무리한 술자리는 없애도록 솔선수범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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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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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fmpenter.com BlogIcon 바람나그네 2010.01.10 08:2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무리한 술자리는 항상 문제를 나게 만드는 것 같아요 ㅎ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되세요 ^^

  2. Favicon of https://greensol.tistory.com BlogIcon 여행사진가 김기환 2010.01.10 08:2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오우..정말 가슴이 뜨끔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내들... 다른 건 그냥 넘어가도 저런 건 용서하지 못하더군요..

  3. Favicon of https://lalawin.com BlogIcon 라라윈 2010.01.10 08:3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풀어주려고 마련한 자리가
    집에서는 더 큰 문제를 만들었네요....ㅜㅜ

  4. Favicon of https://phoebescafe.tistory.com BlogIcon Phoebe Chung 2010.01.10 08:3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제 남편은 단란 주점이 뭔지도 몰라요. 한국에만 그런 문화가 있답니다.
    저의 남편이 립스틱 묻히고 들어오면 그건 진짜 심각한 문제가 되는거지요. 하하하
    만약 그런 여자 생기면 ...저 악력기로 팔운동 시작한거 아시죠? 흐흐흐...

  5. Favicon of http://www.hyongo.com BlogIcon 칸타타~ 2010.01.10 08:4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직장 상사의 음주문화가 그 직장의 음주문화의 기준이 됩니다.
    그러니 윗분들이 잘 이끌어주셔야 아랫사람들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자리에 모여 즐기고 편하자고 마시는 술인데 감당 못할 후유증을 남겨서 좋을 건 없잖아요.

  6. Favicon of https://o-canada.tistory.com BlogIcon 엉클 덕 2010.01.10 08:4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것 같습니다.
    저도 언젠가 술먹고 버스에서 잠들었는데, 깨어나서 집에 가려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다라구요. 나중엔 알았지만 내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꼬마숙녀들이 내 얼굴에 립스틱을 심하게 장난했더라구요, 그것도 모르고 술김에 잠만 잤으니....

    잘 읽었습니다...^^

  7. Favicon of http://waarheid.tistory.com BlogIcon 펨께 2010.01.10 08:5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이구 하마트면 큰일날뻔 했네요.
    사모님이 그래도 참아주신것 같아요.ㅎㅎ

  8. Favicon of https://juneymedia.tistory.com BlogIcon 쥬늬 2010.01.10 08:5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그래도 요즘은 주위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바뀌었네요. 단란주점은 왠만해서 안갈려고 하고
    가더라도 원하는 사람끼리 가게되니.. 비지니스상 간다면 어쩔수 없겠지만,
    현실이 비지니스상 그런곳 간다는것도 참 웃기죠.. 하지만 변하고 있는것은 사실인듯 합니다.

  9.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10.01.10 09:2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삐끼...
    대학생때 친구들과 어울려 강남역에서 술마시다가
    삐끼에 걸려서 된통 당했던 우울했던 기억이...ㅠㅜ

  10.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10.01.10 10:0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치명적인 증거를 남기셨군요.
    정말 큰일날 뻔 했습니다.
    우리의 술문화는 언제나 좀 바뀌려나.....
    그것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오겠지요. 아마도.

  11. Favicon of https://neodol.tistory.com BlogIcon 너돌양 2010.01.10 11:3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구 아빠가 와이셔츠에 립스틱 묻히고 올 때마다 짱구엄마에게 한방 먹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12. 경험자 2010.01.10 12:0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희 남편도 저런일이 있었더랬죠.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돌리기 전에 소매와 깃은 손빨래로 먼저 애벌빨래를 하는데.. 허걱! 립스틱.. 묻어 있던 위치로 봐서 대충 어떤 포즈였을지도 답이 나오고..
    립스틱도 쉽게 지워지거나 번지지 않는 종류였던지 정말 빡빡 문질렀는데도 잘 지워지지도 않고..
    다른여자의 흔적이라 생각되니 얼마나 기분이 나쁘던지.. 그 립스틱을 지우지 않으면 그 여자랑 남편이 연결되어 있을것 같은 생각때문에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남편도 높은분들과의 술자리에서 어쩔수 없는 블루스였다고 어떻게 묻었는지 모르겠다고 ㅡㅠㅡ"
    담부턴 흔적 남기고 오면 니죽고 내산다라고 엄포를 놨었죠.
    립스틱 자국에 저런 기분이였는데.. 남편의 외도로 마음 고생하시는 분들.. 정말 상상도 하기 싫네요.
    남편 여러분들~ 아내만 사랑해주세요! 추운날 고생하시는 대한민국 남편들 화이팅!!! ^^

  13. 맑은물방울 2010.01.10 13:5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많이 밀릴때도 묻기도 하죠. 예전에 어떤 남자분 옷에 립스틱이 묻은 걸 보고 당황하시더라구요. 그 여자 분도 그렇고..그래서 저도 지하철 탈때 괜히 사람많으면 입술이 오그라들어요. 혹시 제 립스틱이 다른 남자분 옷에 묻어서 오해살까봐요.

  14. Favicon of https://yueun77.tistory.com BlogIcon 안녕!프란체스카 2010.01.10 20:5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하하하 정말 식겁하셨겠어요^^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이에~~
    저도 남편이 만약 립스틱 뭍히고 오면 그냥 참지 못할것 같아요~~ ㅋㅋ

  15. Favicon of https://skagns.tistory.com BlogIcon skagns 2010.01.10 23:41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ㅎㅎㅎ 정말 깜짝 놀라셨겠네요.
    정말 조심해야지요~ 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

  1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1.11 14:04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ㅎㅎ술자리 문화...
    정말 바꿔야 합니다. 공감 공감......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