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겨울방학이 끝난 후 학교에서 시험을 봤던 모양입니다. 회사에 퇴근 후 돌아온 아빠에게 작은 딸 아이가 옷 갈아입으라고 츄리닝 바지를 가져다 줍니다. 대개 큰 딸이 아빠의 츄리닝을 먼저 가져다주곤 했는데 큰 딸은 자기 방의 책상에서 뭔가 공부를 하는지 내다보지도 않습니다.

작은 딸은 아빠 주위를 맴돌더니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빠, 학교에서 최우수상 받았어요."  
"응, 그래, 참 잘했다."

바지 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지폐를 꺼내 특별 용돈을 작은 딸에게 주었습니다.
작은 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갑니다.

아내가 살짝 눈치를 줍니다.
"큰 딸도 용돈을 주지, 그래."
"무슨 상이라도 받았어?"

그러자,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던 큰 딸이 작은 딸에게 무언가 말을 합니다. 열린 방문 사이로 두 딸의 대화가 들립니다.
"나도 상 받았잖아."
"언니, 그건 다 받는 거잖아."

두 딸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래도 상은 상이잖아."
"묵묵히 상."

거실에서 두 딸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나는 말했습니다.
"큰 딸도 상 받았구나. 아빠에게 상 좀 보여줄래."

큰 딸이 보여준 상은 '묵묵히 상'이었습니다.
"그렇구나. 참 훌륭한 상이다. 잘 했다. 특별 용돈을 줄게."

큰 딸도 그제서야 얼굴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큰 딸의 학급 담임 선생님이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모두 상을 주었던 것입니다. 같은 반 아이 중에는 공부 잘해서 상을 받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 모두에게 각자의 장점을 적어 상을 주었던 것입니다.

[묵묵히 상의 문구 내용]

'위 어린이는 학교생활에 있어 나서지 않으면서 자신의 역할에 묵묵히 수행하는 태도가 예쁘기에 상장을 주어 칭찬합니다'
선생님이 상장에 쓰신 문구입니다. 아내에 의하면 큰 딸이 학교에서 묵묵히 다른 아이들을 잘 돕는 점을 칭찬한 것이라 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보통 공부 잘 하시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더 갖는 것도 인지상정입니다. 큰 딸의 담임 선생님은 사려깊고 지혜로운 마음 씀씀이로 모든 학생들을 감싸 주었습니다. 저도 반성을 하였습니다. 만일 작은 딸의 '최우수상'만 칭찬하고 말았다면 큰 딸이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담임 선생입니다.

어찌보면, 작은 정성일 수 있지만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반 학생들 40여명에게 일일이 각자의 장점을 찾아 상을 하나씩 준비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이런 실천을 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내 얘기를 들어보면, 평소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로 칭찬하기도 하고, 그 날 마다 학생들이 각자 자신 생활 중에서 반성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도표를 만들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세심히 관찰하고 도와주는 역할도 잘 해주었다고 합니다.

[묵묵히 상과 최우수상]

작은 딸이 받은 '최우수상' 보다 큰 딸이 받은 '묵묵히 상'이 더 값지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자식이 모두 소중하듯이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은 소중합니다. 자상하게 아이들의 장점을 살려 상을 주고 기를 죽지않게 배려해 준 선생님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은 부모나 선생님이나 매 한가지 역할입니다.

단순히 성적만으로 아이를 칭찬하려 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학교 선생님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피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도 한 가지 깨달음을 주신 선생님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 칭찬을 자주 해주어야 겠습니다.

"담임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참고]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작)
강우석 감독의 대표적 영화 중 하나인데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성적 순위와 입시 지옥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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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09.02.22 20:4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참 훌륭한 선생님이네요~ 초등때 누구나 다 상을 받을수 있다는 독려가 가장중요한데~ 실천을 하시네요~

  2. Favicon of https://hanbyoul.tistory.com BlogIcon 오빠는 알고있다 2009.02.22 21:46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희는 중학교때인가 각 애들마다 특징을 잡아서 상장을 만들어주고 했었는데 ㅋㅋ 그때저는 성실상을 받았다는.. ㅋ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2.22 2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창 시절에 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고 뭔가 새로운 도전정신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때론 역경을 이기는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사랑이 곧 아이들의 미래를 만드는 셈입니다.

  3. 2009.02.23 01:3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참 좋은 상이네여 ^^ ~~~ 저런 샘이 많은 세상이 되길... 저런 분이 진정 인정 받는 세상이 되길....

  4. 학생 2009.02.23 04:1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 저런 선생님을 만나고싶었어요..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2.23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 학생이신 듯 한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덕목을 많이 배우면 좋겠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는데 미래에 꿈꾸는 일을 위해 많이 배우기 바랍니다.

  5. hide 2009.02.23 09:1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좋은 선생님과 부모님을 만나서 따님은 행복하겠습니다. ㅎㅎㅎ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6. 대성 2009.02.23 11: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우리아들은 고1인데 이번에 우리아들이 1힉년 마치면서 "우리반의 마스코트상: 이라고 받아왔는데 좀의외였습니다. 왜냐면 우리아이담임이 자기는 마음에 안들었는지 좋은 이야기는없고 불만만 가득찬 이야기를 자주했었는데 이런상을 만들어 주니까 저도 서ㄴ생님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이 있었어 아들말에 가끔맞짱구도 했었는데 좀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선생님죄송하네요 그런우리아들에겐 멋있다고 칭찬을 좀했네요

  7. 예비교사 2009.02.23 14:2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위에 [대성]님 말씀대로, 학부형들께서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만 단편적으로 듣고 교사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체벌 문제가 터지면 당장에 쫓아가서 교사 뺨때리고, 멱살잡고 하는거죠. 자기 아이가 밖에서 맞고 들어왔는데 어느 부모가 속상하지 않겠냐만은, 그게 누구 잘못이었으며 교사가 어떤 마음, 생각이었는지 먼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부모의 교사 폭력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또 늘어나고 있는 이 때에 그 잘못을 교사에게만 돌리는 현실을 사회 전체를 퇴보하게 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 이 셋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학부모가 뒤에서 방관하거나, 전적으로 아이들 편에서 교사와 적대관계가 된다면 그건 아이에게 오히려 해가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2.24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비 교사이신 듯 합니다. 처음에 생각하신 것과 같이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이 되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초심을 잃지말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8. 샘물 2009.02.23 14:4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쁜 선생님, 이쁜 딸, 이쁜 엄마.흐뭇.....

  9. Favicon of http://iklo.egloos.com BlogIcon 스팟 2009.02.23 15:0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좋은데요. 천편일률적 사고에서 벗어난 분이네요.

  10. Favicon of http://design-marketer.tistory.com BlogIcon 미스태평양 2009.02.24 17:3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우와~ 완전 따뜻한데요 ^^ 묵묵히 상!! 저도 딸아이에게 이런 기발한 상 줘야겠는걸요~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2.24 17: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졌고 따뜻한 마음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큰 딸이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는 것도 부모나 선생님의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11. Favicon of http://mwisong.tistory.com BlogIcon 뮈송 2009.02.25 15:1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상을 주기위해 선생님께서 쏟은 관심이 느껴지네요.
    저 상을 보니, 제 초등학교 6학년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 때 담임 선생님께서 연필깍기 대회를 열었는데, 연필을 깍던 순간도, 심사를 하던 순간도 모두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2.25 2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이 40명을 한명 한명 관심을 갖고 관찰해 상을 만들어주신 정성을 생각하면 대단할 뿐입니다. 마음이 있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뮈송님도 초등학교 시절에 좋은 추억이 있었나 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