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막내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형, 애 낳았어."
"축하한다. 너도 아빠가 됐구나."

"고마워. 딸인데 애가 너무 예뻐."
"잘 키워라. 애 엄마에게 서운하지 않게 잘 보살펴라."

"친정에 한 달 정도 몸조리하러 갈 거야."
"그러냐. 한달 동안 독수공방하겠네."

그 후 막내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막 탄생한 아이의 사진이었습니다. 막내는 너무 신기한 듯 연신 애 자랑을 하면서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이제 막내도 결혼 후 애까지 낳았으니 가족들끼리 모이면 더욱 화기애애할 듯 합니다.

막내 삼촌부부가 애를 낳았다는 소식에 기뻐한 것은 부모님 뿐만 아니라 저희 두 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 두 딸을 제외하고 그 동안 동생들이 전부 아들만 낳았던 터라 막내가 딸을 낳았다는 소식에 더욱 좋아했습니다. 두 딸아이는 가족 모임을 하면 자신들이 아이와 놀아주겠다면서 즐겨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막내의 아내, 제수씨가 친정에 한달간 머무른다는 이야기에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막내, 너도 모계사회의 일원이 되는구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도 장모님이 첫 애를 보살펴 주셨습니다. 지금도 장모님은 저희가 사는 아파트 바로 인근에 살고 계십니다.

어제 지인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였습니다. 선배 C는 근처에 처가가 있다고 했습니다. 선배 C는 미혼인 후배 K에게 결혼생활을 편하게 하는 법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내에게 장인장모 식사를 사주라고 말하면 좋아."
"왜 그렇죠?"

"결혼 생활의 지혜인데 아내에게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장모님에게 잘하면 자연스럽게 아내도 좋아하게 돼. 지금은 다시 모계사회가 된 것 같아. 아내에게 열번 잘하는 것 보다 장모님에게 한번 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야."
"그렇군요. 저는 개콘에 나오는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 이야기가 너무 가슴에 와닿아요."

"그렇기는 한데,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잖아. 현명한 방법은 장모님을 잘 모시는 거야. 장인장모를 잘 모시면 아내는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고마워 한다고. 반찬이 하나라도 달라질 거야. 아내에게 야단칠 때도 왜 장인장모에게 제대로 못하냐고 하면 아무 소리도 못한다니까."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선배 C이 이야기에 상당 부분 공감이 갔습니다. 저도 장모님이 가까운 곳에 살고 계셔 도움이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평상시 잘 못하는 편이지만 장모님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만사 제쳐두고 가장 먼저 해결해 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고마워 했습니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양육을 처가 또는 친정에 맡기는 비율이 친가나 시댁 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친정 부모님에 대해서는 경제적 부담도 적고 심리적으로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육아 문제같은 것을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이유라는 것입니다. 육아에 대한 외할머니 역할이 커지면서 가족 문화도 외가 위주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남자의 입장에서도 아내가 마음이 편하면 아이나 가정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도 편하기 때문에 처가와 가깝게 지내게 되는 듯 합니다. 대체로 장모는 사위에게 음식 하나라도 더 해주려 하는 마음이 강한 편입니다. 장모의 사위 사랑이 곧 가정의 평화라고 해야 할까요? 아내도 대개 친정 엄마와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사이이다 보니 장모를 잘 모시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우리사회는 물론 전세계가 신모계사회로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든지, '딸이 왕 재산'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부부들도 딸을 선호하고 딸 키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아들은 사춘기가 되면 남남으로 변하고, 군대 가면 손님으로 변하고, 장가가면 사돈이 된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들은 여권신장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과 배려를 해야 할 것이고, 여성들은 남성들을 구시대 가부장제의 유물 같은 대상자에서 협력대상자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할 것입니다. 여성의 책무 또한 무거워진 셈입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함께 손잡고 행복을 가꾸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막내 남동생도 앞으로 장인장모와 더욱 가까워질 듯 합니다. 소위 신모계사회는 아이의 육아를 처가에서 맡게 되면서부터 변하게 된 풍속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곧 결혼 후 남자와 여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장모에게는 아이의 육아가 고통스런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 돌보는 일이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외손주 양육에 사생활을 빼앗기는 장모의 반란도 있다고 하니까요. 

사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점점 장모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모계사회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막내 남동생도 가족 모임에 나타나면 장모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가 되겠지요. 아들이 부모를 모시는 시대는 가고, 딸이 부모를 모시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것일까요?

 *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을 클릭해 추천해 주시는 따뜻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 탐진강의 트위터는 @tamjingang 이오니 팔로우를 통해서도 쉽게 글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10.05.20 08:3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기를 업고 주무시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깝게 보이네요..

    언제부터인가 우리집두 그렇게 변했으니..

  3.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10.05.20 08:3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와 제 동생도 외할머니께서 다 키워주셨어요 ^^
    장모님 짱! ㄷㄷㄷ

  4. Favicon of https://sepaktakraw.life BlogIcon 모피우스 2010.05.20 08:3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가족과 같은 마음을 갖고 양쪽 어른들에게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10.05.20 10:5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그래요^^;; 저희남편이 저한테 잘하는것보다 저희엄마아빠한테 잘해주는것이 좋지요^^;;
    그런데.. 낯간지러운지..썩~ㅋㅋ

  6.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2010.05.20 10:5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우리집도 알게모르게 친정엄마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고있죠..^^
    가까이 엄마가 있으니 더 편할때도잇지만
    어쩔땐 많이 미안하기두해요

  7.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10.05.20 10:5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들5형제중 막내로 자랐고 지금은 딸딸이 아빠인 저로서는 공감안할래야 안할 수 없습니다. ^^;;;

  8. Favicon of http://www.golsundigi@hanmail.net BlogIcon xkfh 2010.05.20 11:2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난 아기 테어나고 전화 했더니...타박 하던데..그날은 정말 잊을수가 없더군요.이렇게도 사는사람 있어요...자기 자식만 사랑이고 남은 ㅎㅎ.아예~~저질로 보는 부모도 있답니다.ㅋ

  9. Favicon of http://www.saygj.com BlogIcon 빛이 드는 창 2010.05.20 11:4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 어렸을때 잠시 외할머니댁에서 지냈던 적이 있는데
    잠시나마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이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ㅎㅎ

  10. Favicon of https://kissthedragon.tistory.com BlogIcon 인생이란 즐거운 롤러코스터 2010.05.20 11:5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후옷~이거 웬지~ 저는 약간 오싹하네요~ ^^:

  11. Favicon of https://yemundang.tistory.com BlogIcon 예문당 2010.05.20 12:0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전 아들만 둘인데 어쩌죠. T.T
    아들에 대한 유머 엮고 갑니다~

  12. 우주요정 2010.05.20 12:4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외가가 더 좋아아요...더 따뜻하게 대하고 너무좋아요...어릴때 외가에 대한추억은 정말 나에게 하나의 큰추억으로 자리가 잡혀있어요..가만히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행복하고 지금도 외가식구들은 너무나 인간적이신분들이조..~^^ 모계사회가 더 평화롭고 따뜻하고 인간적인것 같아요~~

  13. .0. 2010.05.20 12:5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맞는말씀. 저도 친정엄마에게 나중에 맡기려고 생각중입니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친정에가도 일시키는일 별로 없죠.
    하지만 며느리는 아직도 주방에서 일하랴..설겆이하랴..시댁가면 가만히 앉아쉬기보단
    일하다오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며느리가 많이 받잖아요.
    때문에 고부간의 갈등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면 시누가 딱 친정에붙어서 아예 함께사는것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아이계획은 아직없지만, 아이갖거나 낳더라도
    딱 친정에 붙어서 살아야겠습니다.
    그래야 여자는 스트레스가 없지요~ 그러면 남편에게도 반찬만 달라진답니까
    남편이 우리 친정에만잘한다면 뒤통수도 이뻐보일겁니다.ㅋㅋ
    남편은 적은돈으로 아이맡기니 좋고,
    맞벌이에 살림이 피고 부자되니 좋고,
    와이프 바쁠땐 장모가 대신 챙겨주고 뒷바라지해줘서 좋고,
    고마움에 장모에게 한번잘하면,
    와이프는 자기 뒤통수만 봐도 좋고ㅋ
    이래저래 좋을 겁니다. ㅎㅎ

  14. Favicon of https://mushroomprincess.tistory.com BlogIcon 버섯공주 2010.05.20 13:1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맞는 말씀!!! +_+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teriouswoon BlogIcon 테리우스원 2010.05.20 13:5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공감합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연약한 아내의 가정을
    잘 돌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사료됩니다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16. 불광동참기름 2010.05.20 14:2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장인장모님도 부모님일 터 더 가깝게 다가서고 배려해드리면 나머지 부가가치는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부가가치를 생각하고 장인장모님을 대하는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요.
    아내가 내 부모님께 신경써주기를 원하는 만큼 아내도 자기 부모님께 신경써주기를 원합니다.
    저번에는 '나중에 장인장모님 내가 모시겠다'했더니 눈물을 흘리더군요.
    미처 말은 못하지만 어찌 딸이라고 부모님 걱정을 안했었을까요.
    조금만 더 다가서세요 ㅎㅎ

  17.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2010.05.20 15:5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는 아들이 장가 가면 손주,손녀 다 키워 주기로 약속했는데 ..만 3살까지는 제가 그후에는 장모가 이렇게 수정안을 세워야겠어요. ㅠㅠ

  18. Favicon of https://22st.net BlogIcon 둥이 아빠 2010.05.20 16:5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맞는 말은 맞아요.. 하지만, 장인어른이라는 단어가 아무래도 조금은 거리감이
    없지는 않은거 같아요..

  19. Favicon of http://sys610.tistory.com BlogIcon 꽁보리밥 2010.05.21 08:31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젠 딸들이 권력(?)을 쥐고 막강파워를 발휘하는
    시대가 왔음을 다들 인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장모님을 위하는 것은 내 가정의 기본입니다..ㅎㅎㅎ

  20. Favicon of https://mellowzin.tistory.com BlogIcon this zin 2010.05.25 12:5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글을 우리 신랑이 봐야할텐데요 ㅋㅋ
    이 무뚝뚝한 아저씨는 저희 엄마하고 있으면 아주 땀을 뻘뻘 -_-+

    아, 진짜 보여주고 싶네요. 세상이 이렇다고~~ ㅋ

  21. Favicon of http://blog.paran.com/hsk0504 BlogIcon 한석규 2010.07.22 21:2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잘 보고 갑니다^^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