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멤버들이 예능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았습니다. 우리가 명화나 명품 조각상을 보면 한번쯤 똑같은 포즈를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무한도전 7명의 멤버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살려 일곱 색깔 무지개와 같은 각자의 예술적 감각을 그대로 표현해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일종의 명화 패러디 화보였습니다. 무한도전 3월 달력의 컨셉트는 레인보우(무지개)에 맞추어 멤버들이 고른 7가지 색깔의 명화를 각자 캐릭터를 살려 화보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3월 달력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패션지 보그코리아 7월호 화보 촬영을 통해 패션모델로 나선 것이기도 했습니다.

빨간색을 선택한 노홍철은 마네가 그린 빨간 바지를 입은 '피리 부는 소년', 주황색을 고른 정준하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노란색의 유재석은 클림트의 명화 '유디트(Judith)', 초록색 정형돈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파란색의 하하는 모델 송경아와 함께 샤갈의 '브라이덜 커플'(The bridal couple), 남색의 길은 마그리트의 '겨울비'(Golconde)에 등장하는 중절모의 신사, 보라색의 박명수는 뭉크의 '절규'를 고난이도 표정연기로 도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은 모델 장윤주와 함께 함께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여신' 화보를 패러디했습니다.

박명수의 절규, 상황극의 대가답게 고난도 표정연기 '압권'

                            박명수의 '절규'와 뭉크의 명화 '절규. 비슷한 분위기 느낌이다.

사실 명화의 장면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이 상상한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7명의 멤버들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아 두 번 꼴찌가 되면 무한도전 달력 촬영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우선 박명수가 절규의 명화를 거의 100% 씽크로율 느낌으로 보여준 것이 재미를 주었습니다. 무한도전 달력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박명수는 역시 상황극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컨셉에 맞게 표현하는 연기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았던 터프가이 촬영에서도 박명수는 예상을 깨고 멋진 모습을 연출해 내 천상 연기자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유재석, 바른생활에서 팜므파탈 여인으로 변신 '놀라워'


무엇보다 지난 주 무한도전 달력 2월호 촬영에서 바른생활 이미지를 그대로 선보여 충격적인 꼴찌를 한 유재석의 변신은 가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유재석은 유디트의 팜므파탈적 여인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른생활 사나이의 이미지를 벗고 유디트의 몽환적 분위기를 표현해 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사진 전문가도 칭찬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유디트 명화의 모티브가 어떤 것일까요? 유디트는 1901년 구스타프 클림트가 캔버스에 그린 유화 그림입니다. 클림트의 명화로는 '키스'도 유명하지만 유디트는 표현하기 힘든 성경 속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클림트의 '유디트'는 어떤 명화일까?

유디트는 경외 성서인 '유디트서'의 여주인공으로 앗시리아 장군 홀로페르네스가 이스라엘을 유린할 때 이야기입니다.

기원전 2세기, 앗시리아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략하여 연전연승을 거두며 수도 예루살렘을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앗시리아군이 예루살렘으로의 진격 전야에 젊고 아름다운 과부 유디트는 침략자의 수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여 만취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가 잠든 사이 그의 칼로 목을 베어 죽인 후 그의 목을 들고 빠져나와 그 목을 이스라엘군의 성벽에 내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이 광경을 본 앗시리아 군대는 지리멸렬 퇴각하였고, 이스라엘을 구한 유디트의 용기는 오래 칭송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천주교의 구약성서 73권에는 포함돼 있지만, 마틴 루터가 삭제하는 바람에 개신교 구약성서(66권)에선 빠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 작품에서는 1899년, '팜므 파탈'의 전형적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가 성경의 인물 '유디트'를 위해 모델로 나섰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식적인 초상화가 아니지만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통해 아델리임을 확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목걸이는 부유한 제당회사 사장 페르디난트 블로흐 바우어가 아내에게 선물 한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유디트 작품을 보면, 유디트의 손은 처참히 잘려버린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에 살며시 놓여져 있고 밑을 바라보며 졸린듯 살짝 감긴 눈과 약간 벌어진 입술은 그녀를 감싸고 있는 에로틱한 향기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보티첼리, 도나텔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젠틸레스키, 루벤스 등 수많은 화가들이 유디트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러나 클림트의 유디트 만큼 독창성이 뛰어난 명작은 없었습니다. 클림트는 그녀의 애국심은 제외시키고 관능만 남아있는 유디트를 묘사했던 것입니다.

특히나 쾌락의 절정에서 눈이 풀리고 입이 살짝 벌어진 것을 보면 황홀한듯 관능적인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배경의 화려한 색채와 더불어 팜므파탈적인 매혹적이며 야릇한 분위기마저 더해 오묘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구하기 위한 대의 앞에 자기 희생을 감수한 고결함이나 성스러움과는 달리 여인의 강렬한 관능적 자태가 클림트의 유디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요.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그 강렬함이 있는 것입니다.

사실 유디트 이야기의 특성상 잘려진 적장의 목이 어김없이 등장해 감상하기 편안한 주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태생적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클림트는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홀로페르네스의 목은 화려한 배경 속에서 살짝 비껴가 있어 눈에 잘 띄지 않게 배치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같은 주제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패션 화보나 그림엽서에도 부담없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클림트의 유디트는 신념에 찬 여인이 아니라 오히려 선정적이고 음탕하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미술평론가들이 클림트가 에로티시즘을 통해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열었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인 듯 합니다. 어쩌면 클림트의 유디트는 오랜 동안 구국의 여인이라는 인식으로부터의 해방에 황홀함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림 상단에 돋아있는 글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참고로 17세기, 이탈리아 여류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가 그린 유디트는 매우 적나라한 장면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성서에 나온 이야기를 자신이 실제 당한 강간에 대한 분노를 투영해 만든 작품인데 매우 공포스럽고 괴기스럽기까지 합니다. 심약한 분들이 보기엔 무서운 작품이라 더 보기로 처리합니다. 

유재석이 유디트를 촬영하는 장면만 보면 하나의 예술을 예능으로 재미있게 소화한 것으로 지나칠 수 있지만 실제 명화 유디트 이야기에는 잔혹한 역사가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단지 팜므파탈적 여인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전쟁의 잔인함과 파괴된 인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입니다. 신성한 구약성서 이야기가 마틴루터의 개신교 성서에서 삭제된 것은 구국의 여인을 바라보는 후세들의 시선이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성서 이야기를 에로티시즘으로 승화시킨 클림트의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는 다양성이 유럽 문화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조심스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한편으로, 무한도전은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명화의 세계에서도 예술을 예능으로 발전시키는 창의성과 독창적 아이디어가 빛난다 하겠습니다. 하하가 애인과의 결별의 외로움을 승화시킨 샤갈의 '브라이덜 커플' 명화 패러디나, 노홍철이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을 천진난만한 소년의 이미지로 재해석한 모습도 무한도전만의 예술적 예능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예술적 예능 버라이터로 승화시킨 무한도전 빛나는 이유
 

무한도전은 어쩌면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아닐까요. 예능이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가위질당하는 현실, 그리고 정권의 눈 밖에 나면 밥줄이 끊기는 개그맨의 삶은 자유로운 예술혼에 대한 끊임없는 예술가들의 역사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무한도전이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레전드가 된 것은 바로 구태의연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예술가와 같은 창의성과 아이디어에 있다 하겠습니다. 비록 잔혹한 현실을 팜프파탈로 승화시킨 클림트의 명화처럼 상식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권위주의 세상을 비틀어 웃음과 감동으로 승화시킨 무한도전인 셈입니다. 유재석의 유디트는 바로 우리의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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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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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ourvillage.tistory.com BlogIcon 촌스런블로그 2010.06.20 08:3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예능을 예술로 격상시겼다는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3. Favicon of https://ttlyoung77.tistory.com BlogIcon 소소한 일상1 2010.06.20 09:0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탐진강님의 해박하고 다양한 지식에 매번 감탄합니다.^^특히나 유디트 이야기 유명한 명화로만 알았는데 배경을 알고 나니 더 신비하게만 느껴 집니다.

    탐진강님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항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트랙 하나 걸었어요.ㅎㅎ

  4. 2010.06.20 09:0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s://marketing360.tistory.com BlogIcon 미스터브랜드 2010.06.20 10:0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끊임없이 도전하는 무도팀에 항상 존경을 표합니다.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힘이 매번 보여지니 말입니다.

  6. Favicon of http://sys610.tistory.com/ BlogIcon 꽁보리밥 2010.06.20 10:1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무한도전같은 오락프로그램을 별로 안보는 관계로
    연예계 소식이 어둡습니다.
    덕분에 이런 프로그램도 있구나하 갑니당...ㅎㅎ

  7. Favicon of https://gamjastar.tistory.com BlogIcon 또웃음 2010.06.20 10:3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잘 배우고 갑니다.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

  8. 럽돈 2010.06.20 10:5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유디트 그림에 남자 머리가 있는거 글 보고 처음 알았네요.;;

  9. Favicon of https://nextgoal.tistory.com BlogIcon 티비의 세상구경 2010.06.20 11:2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무도를 통해서 명화를 패러더한것만 알았는데요 ㅎㅎ
    이런 잔혹한 이야기가 있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10. Favicon of https://mushroomprincess.tistory.com BlogIcon 버섯공주 2010.06.20 11:52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 워크샵을 가는 바람에 못봤는데 ㅠ_ㅠ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이 많네요. 유디트 작품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하나 더 알고 갑니다. 새삼 작품을 설명을 보고 다시 보니 섬뜻... ^^;

  11. Favicon of http://www.humornara.kr/ BlogIcon 유머나라 2010.06.20 12:0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대단한 멤버들이어요..

  12.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6.20 12:0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재방 챙겨보고 싶군요.ㅎㅎ
    잘 보고 갑니다.

  13.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2010.06.20 13: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명화 같이 멋집니다. 유재석은 유심히 보면 소외되고 내성적인 출연자를 배려하는 것이 참 좋더군요. 해피투게더에서 헤림을 챙기는모습보고 놀랐어요.^^

  14. Favicon of https://sarangcho.co.kr BlogIcon 사랑초 2010.06.20 14:01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무한도전은 지식이 많아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대단하세요 ^^;

  15. Favicon of https://happy-dailylife.tistory.com BlogIcon happy dreamer 2010.06.20 16:5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번에 나올 달력은 작품성까지 가미된 멋진 달력이 나오겠네요~
    요즘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16. Favicon of https://qq1010.tistory.com BlogIcon 렉시벨 2010.06.20 18:3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ㅎㅎㅎㅎㅎㅎㅎ 유재석 팜므파탈에서 정말 빵~ 터졌어요 ㅋㅋㅋ
    유재석 멋진데요 ㅋㅋ 팜므파탈 ㅋ

  17. BlogIcon mark 2010.06.20 23:2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완전 웃기는 군요. ㅎㅎㅎㅎㅎㅎ

  18. Favicon of http://raftwood.net BlogIcon 뗏목지기™ 2010.06.21 01:5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시의성 있으면서도 주제와 관련하여 폭넓은 내용을 다루시는 것을 보면서 늘 감탄하곤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9.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10.06.21 04:3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하하 무한도전 달력은 어느새
    콜렉션이 되어버린 거 같아요! >.<

  20.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10.06.21 11:3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와! 저 유재석의 표정은 가히 압권입니다. 무한도전은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왠지 이 편은 잼날것 같은...ㅎㅎ

  21. 하늘바람 2010.06.21 19:1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유디트에 대해서 잘몰랐는데 공부하고 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