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보고싶던 영화 워낭소리를 봤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장모님, 그리고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모처럼 이번 영화를 장모님을 포함한 가족이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다지 영화를 즐기지는 않는 저에게도 이전부터 워낭소리는 반드시 봐야겠다는 의지가 충만했었습니다.  

독립영화라서 상영관이 많지않았지만,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집에서 가까운 프리머스에서 워낭소리를 상영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와 단 둘이서 볼까 생각했지만 이왕이면 장모님과 두 딸도 같이 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온 가족이 세대를 뛰어넘어 감동받은 영화였습니다. 3대에 걸쳐 감동을 전해준 소통의 영화였던 셈입니다. 우선 장모님은 영화를 관람한 후 저에게 "고마워"라며 고마움을 표시하셨습니다. 장모님 세대에는 그 만큼 공감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장모님을 내내 무엇인가 상념에 젖은 모습이셨습니다. 그 만큼 울림이 컸다는 것입니다. 장모님이 좋아하시니 저도 행복한 마음입니다.

가장 놀란 것은 둘째 딸이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10살이고 새 학기가 되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입니다. 둘째 딸은 영화가 끝난 후 "엄마 감동했어. 소가 죽을 때 눈물났어."라며 워낭소리 영화에 몰입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에서부터 워낭이 무엇인지 묻고, 영화관에서도 영화소개 전단지를 보면서 궁금증을 보여주던 딸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질만이 아닌 삶의 소중한 가치를 심어준 듯 하여 내심 기뻤습니다.

아마도 아이 때부터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뵙고 놀았던 기억들이 워낭소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방학 때 마다 시골에 가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던 두 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산과 들, 그리고 냇가 등 자연이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컴퓨터와 가게가 없지만 아이들은 더 소중한 추억들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아내도 영화를 보는 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 하나 하나에 반응하고 소의 눈물에도 슬픔을 나타냈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아내지만 저와 결혼 후 농촌과 시골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있던 터라 감흥이 컸던 모양입니다. 둘째 딸이 소의 다리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내에 물었는데 정확히 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내는 소 키우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소똥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워낭소리는 곧 저와 부모님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소를 키웠고 논과 밭을 경작했습니다. 나무 장작을 태워 밥을 하고 소죽도 끊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하는 일이 소꼴을 베고 나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최원균 할아버지의 절룩거리는 다리는 저희 어머님의 다리였습니다. 워낭소리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는 최원균 할아버지 부분에서 저는 눈물을 삼켰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임신했을 때 소꼴을 베고 머리에 이고오다 넘어졌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낫이 떨어졌는데 날이 선 낫에 무릎을 다치신 것이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도시에 돈벌고 가고 어머니 혼자였습니다. 혼자서 논밭을 일구고 소를 키우고 온갖 일을 다하셨던 것입니다. 평생 다리 하나를 불구의 몸으로 살아오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지금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험준한 산에서 표고버섯 재배를 하십니다. 나이드신 노인들이 산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고 힘든 일입니다. 이제 좀 산 일은 하지 마시라고 신신당부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최원균 할아버지의 고집은 저희 아버지와 닮았습니다. 워낭소리에서 할머니의 "에이고" 하는 한숨과 푸념은 곧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워낭소리의 여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장모님과 부모님 세대, 그리고 우리 부부 세대,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 세대가 함께 세대간 벽을 넘어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하더라도 더욱 고귀하고 소중한 것은 사람사는 공동체입니다. 오늘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한 것은 앞으로 계속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워낭소리는 보실 분들은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워낭소리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세대를 관통하는 소통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현재 우리 시대를 돌아보면 온통 소통은 없고 탐욕만이 가득한데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가족간의 소통과 사랑입니다.

‘유년의 우리를 키우기 위해 헌신했던 이 땅의 모든 소와 아버지들에게 이 작품을 바칩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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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cahn.tistory.com BlogIcon 행우니 2009.03.01 09:0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참 좋은 예쁜 모습입니다..^^*
    전 어제 장모님이 오셔서 생태탕과 소라 그리고 석화에 소주 먹었답니다.ㅎㅎ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3.01 1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모님과 함께 생태탕, 소라 그리고 석화에 소주를 드셨다니 멋진 가족의 하루가 느껴집니다. 저도 가끔 장모님과 외식가서 소주를 함께 하곤 합니다. 행우니님도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2. Favicon of https://highconcept.tistory.com BlogIcon 하이컨셉 2009.03.01 10:21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는 영화를 다 보지는 못하고, 하이라이트 부분만 편집한 동영상만 보았습니다. 그것만 보아도 정말 눈물이 나더군요 ... 시간되면 아이들과 다같이 봤으면 좋겠는데, 잘 안되는군요,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3.01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통은 어른들 끼리 워낭소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만,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되는 측면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이컨셉님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3. 신의손 2009.03.01 12:0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워낭소리의 주제는 일만하다가 늙어서 젊은소에게 받히고 힘없이 죽어가는 소와 머슴을 살면서 가정을 이루고 훌륭하게 아이들을 키워내고 지금은 금전적으로는 넉넉하지만 일만 죽어라고 하는 그렇지만 늙어서 귀도 안들리고 머리가 아프고 발가락이 썩어가는 즉 죽어가는 소와다를바없는 늙은부모님과 비교하는 그런 영화입니다.자식들에게 소를 팔아버리라는 재촉을 당하면서 난처해하는 할아버지와 여물을 먹으면서 젊은소에게 받히는 늙은소를 차례로 보여주는장면이 이영화에 주제입니다. 그소는 할아버지와 다를게 없는 인생인것이죠.우리들의 부모님들에 모습입니다.

  4. 속세에찌든나? 2009.03.01 13:3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사실 워낭소리 슬프다고 해서 울준비 하고 갔는데..제가 이상한건지 코미디영화인줄 알았는데.
    사실 찡한장면도 몇장면 있다만, 늙은소 끌고댕기는것도 눈살찌푸려지는데다가 엔딩이 어딘지도
    구분안갔습니다만, 제가 이상한건가요?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진리 탐구 탐진강 2009.03.01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농촌의 생활이나 할아버지 세대의 그 느낌을 조금 갖고 영화를 보면 더 실감이 날텐데 그런 부분이 없이 막상 영화를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 보입니다. 둘째 딸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고 합니다.

  5. Favicon of http://taisnlee.blue2sky.com BlogIcon taisnlee 2009.03.01 18:58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트랙백타고 왔습니다 ^^ 저도 트랙백을 걸려고 했는데 오류가 나서 걸어지지가 않네요.
    장모님과 가족분들이 함께 다녀오셨군요 ^^
    특히 장모님이 좋아하실만한 내용이라서 다행이었네요 ㅋ

    이런 류의 영화는 가족용 영화라고도 생각되지만 제가 봤던 극장에서 어린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주는 관램객이라서 아이가 공감했다는 말을 듣고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네요 ㅋ

  6. Favicon of https://bookple.com BlogIcon 아디오스(adios) 2009.03.02 04:2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멋진 글이네요 ^^

    저 어릴때도 마을 어르신께서 땡그랑 소리내는 소를 끌구 논일을 하러 가시는 모습을 종종 뵈었습니다
    논을 가는 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