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대의 하루 적설량을 나타낸 서울 및 중부지역의 대폭설은 여러가지 기막힌 사연도 속출했습니다. 엊그제 폭설로 인해 새해 첫 출근하던 직장인들에게는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던 셈입니다. 이번 폭설로 인해 황당하고 안타까운 두 가지 사연을 소개합니다.
제가 들었던 가장 황당한 사연은 출근을 무려 6시간에 걸쳐 했던 K씨의 이야기입니다. K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용인의 집을 나섰습니다. 용인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로 향하는 통근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갑작스런 폭설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 늦더라도 출근에는 크게 지장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다른 대중교통 수단에 비해 통근버스는 중간에 정차하지 않고 곧바로 회사로 달리기 때문에 오히려 안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출발 후 몇 분이 지나자 보기좋게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용인에서 서울행 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하는데 아예 버스가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고속도로를 향해 진입하려는 차들이 몰려 버스가 거의 꼼짝도 못했습니다.
벌써 9시 출근 시간을 넘겼지만 통근버스에 탄 직장인들은 고속도로에 진입한 이상 금방 쌩쌩 달려 회사로 갈 수 있을 것이란 작은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장, 고속도로가 폭설로 인해 통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꼼짝없이 도로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긴급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빨리 고속도로 통제가 풀리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슈퍼맨이 나타나 자신들의 버스를 들어다 회사 앞에 사뿐히 내려놓아 주길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영화에서나 있는 장면일 뿐이었습니다. 할 수없이 통근버스는 국도로 들어가 거북이 걸음이지만 안양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거기도 정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줌이 마려운 사람들은 중간에 도로에 내려 급한 일을 봐야 했습니다. 그러다 겨우 안양 근처에 들어섰을 때 이미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습니다. 서울까지 버스로 가다가는 퇴근 무렵에나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이미 출근을 포기했습니다. 다시 수원으로 버스를 돌려 집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K는 그래도 출근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도중에 내려 가까운 곳의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지하철은 평소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달려 주었습니다. 생고생 끝에 서울 직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때 시간은 오후1시였습니다. 무려 6시간에 걸쳐 출근을 한 것입니다. 동료들은 K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이제 퇴근하세요. 출근하는데 6시간 걸렸으니 퇴근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해요."
얼마나 K는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웃지 못할 K의 사연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Y씨의 에피소드입니다. Y는 일본 여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는 분입니다. 연말 연초 장기 휴가를 사용해 모처럼 일본의 처가에 들러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K의 장인 장모는 한국인 사위를 욘사마로 부른답니다. Y로 시작하면 욘사마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폭설은 일본 공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 공항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공항과 비행기 편이 문제였습니다. Y는 폭설이 내린 4일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정 시간에 비행기가 도착하기 않아 출발이 2시간 연기됐습니다. 곧 비행기가 출발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이 있어 더욱 기다림은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결항이면 기다리지는 않을 터인데.
그러나 2시간이 지나도 비행기는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비행기가 일본 공항에 도착해야 출발이 가능한데 한국에서 출발이 늦고 기상 상태로 인해 연착되고 있었습니다. Y 부부는 결국 일본 큐슈 공항에만 꼬박 5시간을 무료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되어 갔습니다. 폭설은 해외 여행객들에게도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준 셈입니다.
사실 저도 10여년전 홍콩에 출장을 갔다가 태풍이 불어 공항에서만 6시간 이상을 무작정 대기한 적이 있어 그 고통을 이해합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 구석에 기대어 기다리는 심정은 국제 미아 난민이나 노숙자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Y는 그래도 무사히 아내와 어린 딸이 한국에 올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습니다.
여기에 등장한 K나 Y의 이야기는 이번 폭설로 인한 피해 사례에서 일부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K와 함께 출근도 못하고 도로에서 5시간 이상을 꼼짝없이 기다리다가 되돌아간 수많은 직장인이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결항되어 아예 하루를 포기한 여행객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계약 건이 있는데 폭설로 바이어를 만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폭설은 어떤 이에게는 아름다운 싸리눈이었지만 다른 이에게는 악몽과 같은 기억이 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대자연 앞에 나약한 존재에 불과한가를 일깨워준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는 강추위 한파 동장군이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를 강타할 것입니다. 건강을 잃지 않도록 단단히 방한복을 챙겨입어야 겠습니다. 눈길과 빙판 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 걸어야 겠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우리나라는 작년에는 2센티의 눈에도 서울이 마비되는 아수라장이 벌어졌고, 새해 시작부터 폭설에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자연 현상인 눈이야 그렇더라도 제설작업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국가들은 제설작업을 쉴새없이 한다고 합니다. 약 3000여대의 제설장비를 보유한 러시아 모스크바의 제설작업은 도로에 쌓인 눈을 밀어내면서 트럭에 곧바로 옮겨 싣는 컨베이어 벨트 차량을 가동해 순식간에 눈을 치워버립니다. 우리나라는 장비가 부족해 군병력이나 공무원 이외에도 눈치우기 알바를 모집해 제설작업을 하는 원시적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눈치우기 알바는 6시간 근무에 5만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러시아의 제설작업 장면을 동영상으로 살펴 보세요. 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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