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군사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젊은 20대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젊음의 끓는 피로 똘똘뭉친 대학생들이 선봉에 서서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서 싸워 이룩한 민주주의 역사였습니다. 국민이 직접 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뽑게 된 것입니다. 불과 23년전 1987년의 일입니다. 1987년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난 대학생들의 민주화항쟁은 6.29선언으로 국민들이 직접선거 투표권을 갖게 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지방자치단체 시장과 도지사 그리고 지방의회 의원도 직접 선거로 선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이 자신의 주권, 즉 참정권을 갖고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시작된 것은 불과 15년전, 1995년입니다.
선진국에 비해 아주 짧은 민주주의 역사입니다. 오늘은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이어 또 다시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시민들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그 날입니다. 잔인무도한 공수부대의 총칼 앞에 민주주의는 붉은 꽃잎처럼 핏빛으로 물들고 말았습니다. 해마다 5월의 태양은 광주의 영혼들에 빚진 민주주의 역사처럼 이글거리며 타오릅니다.
그리고 작년 5월 23일에는 민주주의 역사의 한복판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전두환 독재정권을 붕괴시키는데 앞장 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피와 눈물의 비극의 역사이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것이 미국에 의해 주어지면서 친일 반역자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비극의 역사가 되었듯이 지금의 민주주의도 젊은이들에게는 마치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열악한 환경을 스스로 도전하고 극복하지 않는 인생은 결국 노예나 마찬가지입니다. 소중한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 보다는 돈 앞에 양심과 도덕을 내팽개치는 현실은 곧 일제시대 노예시민으로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소위 88만원 세대는 투표율이 고작 20%대에 불과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6월 2일 지방선거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20대 청년층은 40%가 투표참여를 밝힌 반면 60대 이상 노인층은 80% 이상으로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해 20대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 열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투표에 참가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스스로 역사의 주인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20대 대학생인 후배 Y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투표 참여 캠페인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고 주변 친구들도 꼭 투표할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20대 젊은이들이 나서 투표참여 독려 캠페인을 벌이다보니 톡톡 튀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투표에 참여하자는 구호 수준이었지만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를 패러디해 젊은이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색적 캠페인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6월 2일 투표하지마! 그들이 웃을거야.'
대학가나 강남역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시내에서 볼 수 있는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역설적인 투표참여 캠페인입니다. 영화 배트맨의 악역 조커가 등장해 섬뜩한 표정과 괴기스런 그림으로 지나가는 젊은이들과 유권자들에게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반어법 식으로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투표하지 마... 그들은 할거야.'
'6월 2일 투표하지 마... 그들이 8번 웃을거야.'
'투표따위 하지마.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원만도 하지마.'
'뭐가 그리 심각해? 너는 그 날 투표하지 않았잖아? 그러나 아무 것도 원망하지마.'
대학생들은 포스터를 보고 꼭 투표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역발상의 내용이라고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 동안 잊고지냈던 소중한 가치와 주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후배 Y도 "친구들과 함께 꼭 투표할 겁니다. 반값 등록금 공약을 믿었던 대학생들이 원망스러웠어요. 이제 대학생들도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라며 투표참여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6월 2일 기권하면 개고생, 투표소에서 쿡~해!'
요즘 젊은이들의 분위기에 맞게 유행어를 패러디하기도 합니다. 모 통신업체 광고를 패러디한 '6월 2일 기권하면 개고생, 투표소에서 쿡~해!'는 재미와 상상력을 보여주는 투표독려 캠페인입니다. 시내에서 갑자기 젊은이들이 부상당한 채 쓰러져 있는 듯한 모습으로 6월 2일 투표를 알려주는 플래시몹 형태의 기발한 투표독려 캠페인도 있습니다.
'6월 2일 투표 약속하시고 꼬옥 안아주세요'라는 문구의 개념찬 투표인도 나타났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프리허그 형식을 빌어 투표독려 캼페인을 벌이는 것입니다. 장안의 화제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유행어였던 빵꾸똥꾸 유행어를 패러디한 '6월 2일 투표안하면 빵꾸똥꾸'도 눈에 띕니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키스도 없다(No vote, No kiss)'며 연인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 캠페인도 등장했습니다. 시민단체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던 '선거를 하지 않으면 섹스도 없다(No vote, No sex)' 투표참여운동을 응용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거에 참여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시민을 비롯한 지방선거 후보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패러디해 만든 온라인 트위터 모임 대한민국자식연합(대자연)은 영화 '아바타'를 패러디해 "니가 자꾸 투표 안 하고 그르믄 '애가타'"라는 문구의 포스터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바타'의 명대사인 'I see you'를 'I see you in June, 2nd'로 바꿔 6월 2일 지방선거에 모두 함께 참여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투표 안 하고 도망가는 자, 투표시킬 수밖에 없는 자, 2010년 6월 2일, 두 남자의 목숨을 건 추격전이 시작된다! 추표 -도망표를 쫓다.' 추노를 패러디한 추표도 인상적입니다. 대통령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엑 반성하라고 하자 이에 패러디로 응답하며 투표로 반성하자는 역설의 패러디도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국민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고도의 살신성인의 말씀이었는지 모릅니다.
젊은이들의 감각과 창의력이 어우러진 패러디는 점차 진화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투표를 독려하는 독창적 패러디가 인상적이라 하겠습니다. 기존에는 무조건 선거 투표에 참여하라고 강요로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역설과 패러디로 재미를 가미해 보다 효과적인 방식의 투표참여 독려 캠페인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그림은 기린님과 별밤네님이 만든 캐릭터입니다. 이쯤 되면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에는 투표를 안할 수가 없을 듯 합니다. 올해 5월과 6월은 과거 민주화 역사와 더불어 새로운 민주주의 진화의 시기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지 6월 2일 투표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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