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송된 '청춘불패'와 관련 인터넷 매체에 f(x)의 빅토리아의 표정을 다룬 기사가 하나 올라왔는데 제목과 내용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지적하고자 합니다.
해당 문제의 기사는 마이데일리에서 처음 내보낸 것이었습니다. 기사는 "'벌레 질색' 빅토리아, 쩍벌녀로 등극?…입크기 '굴욕'"이란 제목과 함께 '빅토리아가 입을 쩍 벌린 모습으로 때아닌 굴욕적인 상황을 연출했다'며 빅토리아가 사마귀를 우연히 발견하고 놀란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벌레에 놀라 입을 크게 벌리고 놀란 모습을 언론매체가 이 쩍벌녀니, 굴욕이니 하는 단어 표현을 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네티즌이나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애교스런 별명을 만들어주는 것은 다소 이해할 수 있지만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연예인 표정을 갖고 왜곡된 표현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빅토리아가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청춘불패의 장면은 이러했습니다. 청춘불패의 멤버들은 땡볕 아래서 논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빅토리아도 천진하고도 진지한 모습으로 벼 사이의 잡초인 피를 솎아 내며 열심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지요. 빅토리아는 송은이와의 대화에 열중하던 중 갑자기 눈앞에 있는 사마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입을 크게 벌린 장면이 화면에 잡혔던 것이지요.
해당 기사는 이 부분에 대해 "평소 벌레를 천적으로 생각하는 빅토리아는 입을 최대한으로 벌리며 쩍벌녀의 위용(?)을 드러내며 거의 기절 직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포착당해 다른 출연진들을 폭소케 했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쩍벌녀의 위용(?)이라니. 기자의 국어 수준이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습니다.
마이데일리에 실린 빅토리아 모습
굴욕의 사전적인 의미만 봐도 전혀 상황이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굴욕[屈辱]이란 사전적 의미로 '남에게 억눌리어 업신여김을 받을 경우'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빅토리아가 사마귀로 인해 놀라는 상황과는 전혀 맞지않는 표현인 셈입니다. 해당 기자가 저런 상황을 맞았을 경우 굴욕이라고 표현한다면 화가 날 것입니다. 적절한 표현이어야 공감을 하지 않을까요?
또, 쩍벌녀에 대한 단어도 그렇습니다. 쩍벌녀는 일반적으로 쩍벌남에 빗대 말 그대로 여자가 다리를 심하게 벌리고 앉아있어 남에게 불편하개 해 피해를 주는 경우를 이릅니다. 가령 지하철에서 어떤 남자가 다리를 심하게 벌리고 앉아 옆사람들에게 다리가 닿아 기분이 좋지않게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표현이 쩍벌남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여자가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 다리와 무릎을 벌리고 앉아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민망하고 눈살이 찌푸려지겠지요. 이러한 경우가 쩍벌녀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는 벌레에 놀란 빅토리아의 입 표정을 마치 쩍벌녀라고 잘못된 표현을 했습니다. 전혀 상관없는 경우를 언론사가 과장 오도해 표현한 경우입니다. 해당 언론사가 낚시질을 하더라도 상황에 맞게 표현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황당한 표현은 비판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언어 남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빅토리아가 중국인 출신 f(X) 걸그룹 멤버 정도밖에 모릅니다. 그렇다고 빅토리아를 짱개라서 괜찮다는 식으로 인격 비하 표현을 하는 네티즌들의 댓글도 문제가 많습니다. 남의 불행을 악용해 타인에 대한 비하나 인격모독을 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 부족하다 하겠습니다.
깝권 조권이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 모습(이데일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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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경우를 보면 유재석은 '1인자''메뚜기', 박명수는 '2인자' '박사장', 하하는 '꼬마', 노홍철은 '돌아이', 정형돈은 '미친 존재감', 정준하는 '쩌리짱' 등 별명이 있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이라서 친근하면서도 캐릭터를 잘 알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지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는 '야동순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별명은 연예인의 이미지를 고착화시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기능도 하지만 박명수처럼 끊임없이 프로그램 성격이나 캐릭터 성격의 변화에 따라 별명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방식으로 별명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예인 별명이 하나의 트렌드인 시대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번 빅토리아 쩍벌녀 같은 경우는 언론이 잘못된 언어를 부추긴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은 바른 언어생활을 선도해야 할 사명과 책임감이 있습니다. 찌라시와 같은 언론매체라는 대중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 자정작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연예인의 별명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예인과 별명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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