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즐겨부르는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란 노래는 박정희 독재정권시대에 금지곡이었습니다. 유재석과 김원희가 진행하는 '놀러와' 추석특집에 세시봉 친구들, 즉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출연해 금지곡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서 '세시봉'은 1세대 포크송 음악인을 탄생시킨 청춘과 낭만의 장소를 말합니다. 로맨티스트 송창식은 수상가옥에 산다고 하니 여전히 낭만적이더군요.
아침이슬은 서정적인 시와 같은 가사였지만 당시 반공이데올로기로 지배하던 군사독재정권에게는 억압의 대상이었습니다. 조영남이 말한 금지곡이 된 이유는 가사에 등장하는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부분에서 '묘지'와 '붉게'라는 단어가 왜 나오냐는 것이었답니다. 작곡가 김민기는 노래 가사에서 묘지 대신에 대지라는 단어로 바꾸었지만 금지곡에서 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붉게'라는 단어가 레드 콤플렉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었지요.
지금도 대한민국 축구 응원단인 '붉은 악마'를 놓고 왜 빨간색 옷을 입느냐고 레드콤플렉스를 보이는 일부 극우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지난 60~70년대 금지곡 시대와 다를 바가 없다는데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시대를 30~40년 전으로 돌려놓는 이른바 좌빨(좌파 빨갱이) 레드콤플렉스의 유령이 2010년에도 도시를 배회하고 있는 셈이지요.
과거 독재시대의 금지곡 노래들과 그 사유를 살펴볼까요. 그 당시 시대에는 군사정권의 사전 검열이 법이나 다름없어 그 내용과 이유를 살펴보면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지금도 김제동이 정권의 압력으로 방송 예능에서 하차한 것이나 민간인 사찰 문제가 터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민주주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가 없던 시대인 셈이지요.
원래 금지곡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부터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최초의 금지곡은 아리랑과 봉선화였습니다. 1933년 5월 조선총독부는 '축음기 레코드 취체 규칙'을 이라는 만들어 우리 민족의 노래를 억압했던 것입니다. 그 때 일본의 조선총독부는 음반 네 장에 대한 최초의 발매금지 처분을 내렸는데 금지 목록 맨 첫머리에 올라와 있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었습니다. 아리랑도 부르지 못하게 하는 일제였던 것입니다.
일제 식민지 치하의 우리 민족에게 있어 아리랑은 삶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도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아리랑이 금지곡이 된 이유가 치안방해였습니다. 서울광장을 개방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치안 방해가 될 것이란 이유로 오세훈 강남시장에 폐쇄하는 것을 연상하게 합니다. 일제는 아리랑을 우리 민중들이 부르면 시위나 집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지요. 금지곡의 역사가 일제 식민지 시대라는 것이 아이러니 합니다.
그리고 1950년대의 금지곡에는 남인수의 '꼬집흰 풋사랑'이 있는데 그 이유는 해방 후 월북 작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남북분단에 따른 냉전 이데올로기 반공 체제의 시작이었지요. 박정희 독재는 이른바 건전가요만을 강요했습니다. 1960년대 당시 국민 최고의 애창곡이었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금지곡이 됐습니다. 동백아가씨가 일본 왜색이 짙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금지곡 동백아가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몰래 애창곡으로 불렀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금지곡 만들어놓고 혼자 부르다니 웃기지요.
김상국의 껌씹는 아가씨는 껌찝는 모습이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고, 이금희의 키다리 미스터김은 키다리 단어가 불편해 금지곡이었습니다. 박정희가 단신이라 롱다리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그리고 또 1960년대 쟈니리의 '내일은 해가 뜬다'는 현실 부정이 금지곡 사유였습니다. 내일은 해가 뜬다는 전인권이 부른 '사노라면'의 원곡입니다. 원래 구전가요를 곡으로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하지만요. 참으로 금지곡 사유가 놀랍지요.
1970년대는 긴급조치 유신독재가 강화된 후 금지곡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거짓말을 일삼는 독재정부 스스로 뜨끔해 사회불안을 조장한다며 금지곡으로 했지요. 요즘 세상도 거짓말이 난무하는 이명박 정부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장희의 '그건 너'도 박정희 군사정권을 지적하는 듯한 그건 너 때문이야란 가사가 이유였다니 황당합니다. 양심에 찔렸는가 봅니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금지곡이 된 것도 웃깁니다. 고래사냥이 포경수술을 의미한다는 이유였지요. 쥐 사냥으로 불렀다면 괜찮았을텐데요. 송창식의 '왜 불러'는 반항적이라는 이유였지요.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도 퇴폐적이란 이유였습니다. 놀랍게도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도 금지곡이었습니다. 군사독재는 아름다운 나라를 노래해도 금지곡이었다니 놀랍지요. 뭐가 그리 두려운 것이 많았는지. 유신독재가 박정희 찬가를 거부한 신중현에게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는 후문입니다.
게다가 신중현의 미인도 금지곡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꾸만 보고싶네 라는 가사가 선정적이란 이유였지요. 어이없는 금지곡 사유입니다. 무엇을 상상한 것일까요. 여기서 김민기가 나옵니다. 김민기 노래는 죄다 금지곡이었습니다. 김민기 작곡 양희은 노래 아침이슬이 금지곡이 되던 시대이지요. 당시 박지만이 대마초를 피우자 이런 것이 가수들의 영향이라면서 모두 감옥에 넣기도 했지요.
또한 한대수의 '물좀 주소'가 중앙정보부에서 자행하는 물고문을 연상해 금지곡이 됐지요.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는 지금 불행하니 행복의 나라로 가자라는 의미로 해석해 금지곡이 되었습니다. 정말 웃기느 짬뽕입니다. 금지곡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입니다. 금지곡은 전두환 군사독재시대에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소위 민주화 운동에서 불려지던 민중가요가 모두 금지곡이 되었지요. 님을 위한 행진곡, 늙은 군인의 노래 등 너무 많아 열거할 수가 없네요. 산울림의 김창완도 금지곡에 걸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그 당시의 모습이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을 좌빨이란 공격을 하는 시대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사회가 가장 악질적으로 변한 걸 꼽아보라면,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무조건 좌빨로 몰아가는 졸렬함일 겁니다. 저는 그게 왜 짜증나고 어처구니 없냐 하면, 사회지도층이라 자처하는 보수진영 인사들 중 본인은 물론이고 사돈의 팔촌까지 군대를 안 간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는 겁니다. 제 아버지는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되셨고, 저도 36개월을 속된 말로 박박 기다가 제대했고, 아들 둘도 병역을 마쳤어요. 그런데 3대째 나라 지킨 집안의 가장한테 좌빨이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가 먹히는 시대가 바로 '청맹과니의 시대'입니다. 아무나 좌빨로 몰아가며 진실을 못 보게 하는 것이 바로 진실 왜곡이자 진실을 눈 멀게 하는 '눈 빼기 작전'이죠. 오히려 그런 사람들(뉴라이트 등)이 광복을 건국으로 고치며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한 일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단군은 건국 안하고 대체 어디서 뭘 했다는 건가요?"
상식이 통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6.25전쟁 60주년 서울수복 국군의 날 행사로 광화문 세종로 등 도심을 교통통제한다고 합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 당시 행사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금지곡이 아니었던 송창식의 노래 '한번 쯤'을 들어 볼까요. 불통하지 말고 소통하자구요. 흑백논리나 레드콤플렉스도 없이 사랑이 넘실대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아요. 한번 쯤은 소년 소녀의 순수한 마음이 참 잘 전달된 노래였지요.
한 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붙여오겠지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와 가는데
왜 이렇게 망설일까 나는 기다리는데
뒤돌아보고 싶지만 손짓도 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봐야지
한 번쯤 돌아서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겠지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왔을 텐데
왜 이렇게 앞만 보며 나의 애를 태우나
말 한 번 붙여 봤으면 손 한 번 잡아 봤으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천천히 걸었으면
기다려 봐야지 천천히 걸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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