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깜짝 놀란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작은 딸이 방에서 나오면서 베개에서 작은 벌레를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딸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아이의 말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저희 아파트는 바로 옆이 산과 들이라서 가끔씩 작은 곤충이 창문이나 현관 문을 타고 날아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작은 딸에게 그게 뭔지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생긴 벌레였니?"
"아주 작아서 잘 안보이는데 조금씩 움직여요"
문득 드는 생각은 얼마 전에 시골에서 햅쌀이 올라왔는데 혹시 쌀벌레 종류인 바구미는 아닐까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당장 아이가 잡았다는 것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작은 딸은 휴지에 작은 벌레를 쌓아서 휴지통에 버린 상태였습니다. 휴지를 펼쳐서 살펴봤더니 정말 아주 작은 벌레였습니다.
그것은 이 종류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머릿니가 발견된다는 말인가 생각했습니다. 작은 딸에게 다시 물어 봤습니다.
"머리가 가렵지 않니?"
"요즘 머리가 자주 가려워요."
작은 딸의 증상을 들어보니 확실히 머릿니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내에게 작은 딸의 머리를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머리에서 몇마리의 머릿니와 서캐(알)가 발견됐습니다. 작은 딸과 함께 방을 쓰는 큰 딸의 머리도 살펴봤습니다. 큰 딸은 거의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약국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가 머리가 가렵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약사는 '머릿니'라고 했습니다. 약사는 '머릿니 제거 샴푸'를 곧바로 내놓았습니다. 약사는 최근 아이들의 머릿니 때문에 약국을 찾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미 많이 감염되어 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편으로 이런 사실을 접하고 황당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머릿니에 감염되고 있다면 학교나 교육청에서 학부모들에게 주의보를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일단 아내는 두 딸의 머리를 단발로 잘랐습니다. 두 딸은 머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졸지에 단발 머리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머릿니 제거 샴푸를 머리에 골고루 발랐습니다. 그 후 저는 세면실에서 아이들의 머리를 샤워기로 깨끗이 헹군 후 감겨주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다행스럽게도 머릿니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이들 머리에 대한 우선 응급 조치가 끝난 후 아이들이 사용하던 이불을 비롯해 집안의 침대 커버나 베개 등을 전부 세탁기로 넣었습니다. 가깝게 사는 장모님이 와서 아이들 머리는 물론 집안의 비상 상황(?)을 정성껏 돌봐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