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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8 정월대보름 쥐불놀이하다 죽을 뻔한 사연 by 진리 탐구 탐진강 (17)


음력 1월 15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밝음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다채로운 민속이 전해져 옵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불에 타 죽을 뻔한 어린 시절의 사건이 생각나곤 합니다. 아마도 내 나이가 9살 정도일 때였던 것 같습니다. 산골짝 시골 마을이었는데, 정월 대보름에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저녁에 쥐불놀이를 했습니다. 낮에는 자치기나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깡통에 구멍을 뚫어 철사줄을 매달아 쥐불놀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어느새 저녁이 되고 보름달이 뜨면 아이들은 동네에서 가장 큰 논으로 가서 쥐불놀이를 신나게 했습니다. 가끔 실수로 불꽃이 아이들의 머리에 붙어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쥐불놀이를 하는 장면은 정말 멋졌습니다. 불이 붙은 깡통이 원을 그리며 돌아가기 때문에 여러 아이들이 동시에 깡통을 빙글빙글 돌이면 불꽃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쥐불놀이 재미에 흠뻑 빠져 놀았습니다.

쥐불놀이를 하려면 먼저 몇가지 준비를 해야 합니다.
1. 빈 깡통에 못으로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바람이 통하도록 합니다.
2. 그리고 깡통을 불에 타지않는 철사줄로 연결을 합니다. 그 후 깡통에 불붙은 나무를 가득 담습니다.
3. 쥐불놀이 준비가 끝나면 넓은 공간이 있는 논으로 이동을 합니다. 
4. 그리고 깡통을 빙빙 돌리면 불붙은 나무에서 불꽃이 튀면서 멋진 장관을 보여줍니다.
쥐불놀이의 동그라미와 풍년 소망. 쥐불놀이를 돌리노라면 왜 불꽃 동그라미들이 생겨날까. 원융무애(圓融無碍), 원만하게 융통되는 장애 없는 세상 만들고 싶어서이리라.

[참고] 해마다 첫 쥐날[] 또는 정월대보름 전날 농촌에서 논밭 두렁 등의 마른 풀에 불을 놓아 모두 태우는 풍습으로, 논두렁태우기라고도 합니다. 이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고 들판의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을 비롯한 모든 잡충()을 태워 없앨 뿐만 아니라 타고 남은 재가 다음 농사에 거름이 되어 곡식의 새싹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과 오랫동안 쥐불놀이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쥐불놀이를 하다가 힘이 들어 잠시 쉬고 있는데, 동네 형이 뒷마당에 짚단을 쌓아둔 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동네 형의 제안에 그 형의 동생(제 친구) 그리고 나를 비롯한 세 명은 뒷마당의 짚단 더미 속을 열심히 판 후 그 짚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짚단들이 뽕나무에 여러개 걸쳐 있어서 지푸라기를 헤치고 구멍을 파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어느새 짚단 더미 속에서 아지트를 마련한 세 아이들은 뽕나무에 호롱등(유리로 둘러싸인 등잔불)을 걸어놓고 잠시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동네 형이 "불이야"라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빠져나갔습니다. 얼떨결에 잠이 깬 저와 친구는 짚단 더미 속에서 헤매다가 가까스로 빠져 나왔습니다. 짚단 더미는 벌써 불길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하루종일 피곤해 잠시 짚단 더미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쉰다는 것이 셋 다 잠에 빠졌는데 호롱불 또는 쥐불놀이하다 남은 깡통의 불씨가 짚단으로 옮겨 붙은 모양이었습니다.)
[호롱등 사진]

짚단 더미에서 빠져나온 저와 친구는 무서운 마음에 아무 곳이나 숨기로 했습니다. 저는 장독대 뒤에 숨었습니다. 머리를 만져보니 불길에 타버려 이상한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장독대에서 살짝 뒤마당을 살짝 내다보니, 동네 어른들이 물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서 짚단 더미의 불을 끄고 있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 속에 있을 것이라면서 놀라서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무서웠습니다.

어느새 짚단 더미의 불도 꺼졌습니다. 어른들은 다행히 아이들이 그 안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동네 마을에는 "OO아" "OO아"를 외치며 아이들을 찾는 어른들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한참 동안을 장독대 뒤에서 숨을 죽이고 숨어있던 나는 어른들에게 결국 발각이 되었습니다.

머리카락이 홀라당 새까맣게 타버리고 얼굴마저 까맣게 재가 묻어있는 나를 본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너무나 무섭고 놀란 마음에 한참 풀이 죽어있는 나에게 어머니는 크게 혼을 내지는 않으셨습니다. "다시는 불 장난하지 마라"며 한마디 말씀만 하셨습니다. 하마터면 짚단에 붙은 불길에 휩싸여 죽을 뻔한 정월대보름의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그 날 벌어진 짚단 더미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억이 나곤 합니다. 당시는 아무 생각없이 짚단 더미를 헤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잠이 깨지 않았었거나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농촌이나 시골 마을에서 쥐불놀이 만큼은 허락된 유일의 불장난입니다. 문제는 쥐불놀이 만이 아니라 그것에서 벗어나 불장난을 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불놀이하는 것은 위험한 장난입니다. 어린 시절 당시 사건의 세 명은 이제 모두 어른이 되었고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위험한 불장난을 하지 않도록 아이들과 늘 함께 조심해야겠습니다. 쥐불놀이를 하더라도 어른들이 곁에서 지켜봐주며 행여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돌봐 주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아이들과 쥐불놀이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정월대보름은 가족과 함께 즐겁게 여러 나물들이 곁들여진 오곡밥도 먹고, 부럼도 까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축복을 기원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