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황당한 자막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이름이나 태극기와 같이 중요한 사항을 잘못 내보낸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애교로 봐주기에는 실수가 단순하지는 않은 것이지요.
어제 아시안게임 방송 중 MBC가 대한민국을 '대만민국'으로 잘못 표기하는 자막실수를 했습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조별리그 C조 한국-팔레스타인 경기가 끝난 후 화면에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다음 경기 일정에 대해 예고하는 자막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자막이 떴습니다.
방송 내용은 대한민국이 중국 대 말레이시아 전 경기에서 이기는 국가와 16강전을 치른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으로 표기되어야 할 자막이 '대만민국'으로 잘못 표기되는 실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 이름이 대만민국이라고 둔갑한 일입니다. 나라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것은 큰 실수입니다.
온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은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나 나라이름은 국가의 자존심이라는 점에서 작은 실수라도 망신이 아닐 수 없겠지요. 대한민국을 대만민국이라고 잘못 표기한 사례는 신문 기사에서도 일부 발생한 적이 있더군요. 조선일보가 지난해 9월 '김동길, 세종시 대통령이 이기지 못하면 대만민국 망해'라는 제목을 달아 망신살이 뻗친 적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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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편집을 하다가 제목을 잘못 단 실수였겠지요. 머니투데이도 '급등주 비재, 대만민국 최고의 급등 풍월주를 찾아라'라는 제목의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만민국으로 오기한 경우입니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빨리 바로잡는 노력도 필요한데 아직도 잘못된 제목이 포털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수로 오타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신속히 수정하는 조치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실 방송 자막 실수는 생방송인 경우에는 사전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미리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지요. 결국 자막 담당자가 각별한 긴장감 속에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겠지요. 한 사람의 실수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생방송은 숙련된 담당자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큰 실수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 당시 SBS는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는 상황에서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내보내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그래도 녹화방송은 사전에 자막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방송 전문가에 의하면 여러차례 자체 심의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차단할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방송 제작 편집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방송 촬영 : PD와 카메라맨이 촬영
2. 원본 방송 테이프 스크립트 : 작가 또는 AD가 담당
여기서 스크립트란 편집할 때 편하게 하기 위해서 테이플 돌리면서 말을 받아 적는 것입니다. 이때 신간부호(Time Code)도 같이 표기합니다.
3. 가편집 : 작가가 스크립트한 것을 PD 가 화면을 이어붙이는 화면구성 작업입니다.
4. 종합편집 : PD 및 편집기사가 담당
여기서 자막을 넣는 작업을 합니다. 통상 편집감독, 자막담당, 음향담당, PD 등 3인 1조 내지는 4인 1조로 함께 종합적인 편집 작업을 합니다.
5. 써치 : 본 방송을 내보내기 전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자막실수나 화면실수가 있는지 편집된 테이프를 돌리면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화면실수는 재촬영을 하기도 하지만 큰 실수가 아니면 그냥 방송된다고 합니다. 옥의 티가 발견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자막실수나 음향 실수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 작업이므로 거의 100% 수정됩니다.
<사전 편집뉴스지만 인니(인도네시아)를 '언니'로 자막실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사전 녹화방송에서도 자주 자막 실수가 있어 왔습니다. KBS 뉴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이멍박'으로 잘못 표기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명백한 실수였지요. KBS '남자의 자격'에서는 수세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름은 세미요... 성(性)은 수'라는 자막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성(性)'은 '성(姓)'이 맞습니다. 한자로 이름 성(姓)을 써야 하는데 성품 성(性)으로 자막 오기를 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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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대부분 사전에 제작 편집을 거쳐 자막실수를 막을 수 있다한자 잘못 표기는 다른 방송 '라디오스타'에서도 있었습니다. 김흥국이 2010 남아공 월드컵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던 중 그의 독특한 결혼식 사회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MC들은 김흥국에게 서로 즉석 사회를 요청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김국진, 김구라 등은 사자성어를 부탁했고 김흥국은 '일체유심조'라는 불교용어를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본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지을 조(造)가 사용되지만, 2차례 등장한 자막의 글자는 지을조(造)가 아닌 '조나라조(趙)'가 등장했습니다.
또 방송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자막에 넣는 실수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DJ DOC의 리더 이하늘과 제작진이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개코를 언급하는 장면에서 사진을 그룹 2NE1의 CL(씨엘)로 잘못 내보냈던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이 CL의 사진은 원래 사진이 아니라 네티즌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합성한 사진으로 알려져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합성사진을 방송에 버젓이 쓴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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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개코가 아닌 씨엘의 합성사진이 나와 황당한 상황이 있었다얼굴 사진 실수는 '무릎팍도사'에서도 있었습니다.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출연해 2010 남아공 월드컵에 관련한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MC 강호동은 이정수 선수의 동점골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헤발슛'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때 자막에는 축구선수 이정수가 아니라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쇼트트랙 이정수 선수 사진이 방송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무릎팍도사에서는 배두나가 출연한 방송에서 광고주의 명단이 담긴 자막을 10초간 노출하는 방송사고를 낸 바도 있습니다. 방솧사고 후 공식사과를 했지만 잇단 사고가 안타깝습니다.
방송 자막사고는 스포츠 생중계에 간혹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난 2008 북경올림픽 개막식 당시 방송에서 가나가 입장하는 장면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가나의 소개 자막에는 '예수가 최초로 기적을 행한 곳'이란 어이없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성경에서 예수가 최초로 기적을 행한 곳은 이스라엘 갈릴리 지방의 '가나(Cana)'인데 아프리카 가나 국가로 잘못 생각한 것이겠지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것은 심각한 실수였지요.
엉뚱한 선수 소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BS 중계에서는 최성용의 몸무게를 29kg으로 표기하지 않나, 조재진을 23kg으로 표기한 적도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아닌데 20kg대 몸무게로 프로 축구선수를 표기하다니 황당한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과 어떤 나라와의 경기에는 '후반 3 : 1 일본'이란 자막이 표기돼 후반이란 나라 이름이 있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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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에서도 선수 소개나 나라 이름 소개를 잘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이렇듯 방송 자막실수는 비일비재합니다. 그냥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사안도 있지만 중대한 실수라서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자막 술수 중에는 한글 맞춤법에 어긋한 사례도 자주 있어 왔습니다. 방송은 우리나라 한글에 대한 표준어나 맞춤법을 정확히 구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맞춤법 자막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터넷 댓글 중 참고가 될 한글 맞춤법이 있어 몇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쁘다(x) → 예쁘다(o)
사겨(x) → 사귀어(o)
바꼈다(x) → 바뀌었다(o)
삼가하다(x) → 삼가다(o)
왠만하면(x) → 웬만하면(0)
둘러쌓여(x) → 둘러싸여(o)
사랑스런(x) → 사랑스러운(o)
우리말 표준어 맞춤법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방송사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겠습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언어습관을 갖도록 하는데 맞춤법 하나도 매우 소중한 것이니까요. 교육적 차원에서도 방송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방송사가 아나운서를 비롯 방송인을 채용하는 것도 우리말에 대한 올바른 사용이 필수적 시험항목 중 하나인 이유일 것입니다.
방송사들은 심각한 자막사고가 발생하면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막실수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작은 실수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실수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사람의 실수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통해 근본적 개선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자막도 과거에 비해 이제는 방송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전문적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방송편집 및 심의 시스템에서 걸러줄 수 있는 체계적 장치의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방송 전문가들은 사전 제작방송의 경우는 자막실수를 거의 100%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생방송도 사전에 예상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심각한 실수는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을 대만민국이라고 자막에 표기하는 실수는 발생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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