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견은 계급이 하사라서 사병이 경례를 해야 한다?" 독일 군인들이 군견을 데리고 수색 중이다 제4땅굴 입구에는 헌트 소위의 충견묘가 있다
"군대에서 사병이 죽으면 개값만도 못하다?"
"군견에도 장교가 있을까요?"
"군견의 복무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과연 이러한 질문의 정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군대에서 군견과 관련해 실제 있었던 일화가 생각나 끄적여 봅니다. 저는 1980년대 후반에 입대를 했습니다. 영화 JSA를 봤다면 짐작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 전초 수색대였습니다. 강원도 최전방 철책을 넘나들며 수색 매복 작전을 하고 땅굴탐지 임무였습니다. 투입 전 훈련은 개인이 다룰 수 있는 모든 화기를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했고 특공무술을 비롯한 인간병기를 만들었습니다.
요즘과 같은 5월의 봄날에도 강원도 최전방에는 눈이 내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9월부터 눈이 내리기도 했으니 고작 3개월을 제외하면 나머지 9개월이 겨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칠흑같은 비무장지대 안에서 매복을 하게 되면 거의 11시간 이상을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많은 날들을 나라를 지킨다는 의지로 버텨 냈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수색 군견과 오소리의 혈투의 결과는?
몇년전 뉴스에 떠들썩했던 총기사고 현장이 바로 비무장지대에 있는 최전방 초소 GP라는 곳입니다. 감옥같은 생활이다보니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지만 간혹 대형 사건이나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지뢰 사고로 고참 한 명이 사망해 첫 휴가를 대전 국립묘지로 간 것도 그 같은 이유였습니다. 수색 소대 단위로 항상 움직여야 했기에 휴가도 소대 전체가 단체 휴가를 갔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군견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군견은 대개 독일산 세퍼드였습니다. 비무장 지대를 수색할 때 군견이 함께 들어가기도 하지만 군견이 지뢰 냄새를 맡고 흥분해 광분하다 밟을 수도 있어 자주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최전방은 길도 좁고 주변에 지뢰지대가 많아 매우 위험했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비무장지대 밖에 있는 중대본부에 하룻밤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그 날 밤, 군견병과 야간 경계 근무를 서야 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막사 곁에 묶어둔 군견 세퍼트가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밤 중인데다 군견이 아주 큰 소리로 짖어대 쩌렁쩌렁했습니다. 군견병이 잠시 다녀오겠다고 군견에게 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오소리 한 마리가 군견을 향해 공격을 하고 있었습니다. 군견은 묶여있어 오소리의 공격을 방어하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황당하게도 군견이 공격받자 막사에 키우던 작은 똥개 한 마리가 오소리를 향해 컹컹 짖으며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소리에게 똥개는 가소로운 존재였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세퍼트만 공격했습니다. 더욱이 웃긴 것은 오소리는 군견병이 곁에 다가와도 씩 한번 쳐다보더니 계속 세퍼트를 공격했습니다.
군견병은 주변에 있던 커다란 돌을 들어 오소리를 향해 던졌습니다. 한 차례 두 차례 돌을 오소리에게 던졌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 때 마다 오소리는 군견을 한번 노려볼 뿐 다시 세퍼트를 공격할 정도로 집요했습니다. 결국 몇번 만에 군견병이 던진 돌이 오소리의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했고 오소리는 즉사했습니다. 그 날 잡은 오소리의 쓸개는 나중에 중대장에게 상납(?)되었다고 합니다. 오소리가 덩치 큰 세퍼트에게 한 치 물러섬도 없이 공격하는 장면은 눈에 선합니다. 그래도 하찮은 똥개라도 의리로 세퍼트 군견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헌트 소위 충견묘에 안장되고 무공훈장 받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입니다. 1989년 여름에 4땅굴 징후를 저희 분대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시추공 작전을 통해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땅굴을 수직 관통했습니다. 그 다음해 독일제 갱도 굴착 장비로 역갱도 작업을 실시해 지하 4땅굴을 관통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지하 4땅굴 수색에 나서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소대의 군견병이 세퍼트와 함께 수색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하 4땅굴 수색에 앞장 서 가던 세퍼트 군견이 목함 지뢰를 밟아 죽고 말았습니다. 나무로 만든 목함 지뢰라서 지뢰탐지기에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퍼트가 지뢰를 밟아 죽었기에 수색병들은 모두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만일 4땅굴을 견학하게 된다면 입구에 충견묘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 군견이 바로 헌트 소위입니다. 헌트는 군견으로는 두번째로 인헌무공훈장을 받았고 우리나라 최초로 장교인 소위를 추서받았던 것입니다.
군견병도 4땅굴 작전의 공로로 인헌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군견병은 원래 소속이 춘천에 있는 군견대입니다. 수색대와 군견대 두 곳이 모두 소속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군견병이 그 후 군견대장에게 신고하러 갔습니다. 군견대장은 곧바로 군견병의 따귀를 날렸습니다. 군견병을 놀랐습니다.
"헌트를 죽이면 어떡해? 얼마나 비싼 줄 알아?"
그랬습니다. 군견 세퍼드가 군견대장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각종 훈련을 통과해 작전견 군견이 되면 연간 1,500만원 가량이 소요되고 군견 한 마리의 가격만도 1,000만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군견의 복무기간은 10년 가까이 됩니다. 군견이 되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복무를 하는 것입니다. 사병이 당시 30개월(현재 24개월)이었으니 군견은 평생 군인인 셈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군대에 1,400여 마리의 군견이 있다고 하니 군견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만 합니다.
군견의 종류는 수색, 추적, 경계, 탐지임무를 수행하는 독일산 세퍼트를 비롯해 추적속도가 뛰어나 수색, 추적,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벨기에산 벨지움 말리노이즈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에 공격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폭발물탐지를 담당하는 영국산 라브라도 리트리버가 있다고 합니다. 단연 세퍼트가 수색 군견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군견은 평생 군대 복무 후 군인으로 죽는다?
그러면, 군견이 제대하면 어찌 될까요? 군견은 관리수칙에 따라 사람의 나이 65세에 해당하는 9~10세가 되면 후각과 추적능력이 떨어지게 돼 안락사 시키거나 대학 등에 연구용으로 기증된다고 합니. 사회로의 배출을 차단하는 것은 군견이 시중에 나돌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군견에 군인으로 살다가 군인으로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겠습니다.
군견 3년이면 망원경을 볼 수 있다
그러면 4땅굴 수색 작전 시 공로로 인헌무공훈장을 받은 헌트 소위 군견 이외에 또 어떤 군견이 훈장울 받았을까요? 그것은 바로 1968년 1월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기습 공격하려다 실패한 사건 당시입니다. 당시 생포된 김신조 일당의 무장공비 사건입니다. 군견 리틴은 무장공비의 유기물 발견을 비롯하여 소탕작전에 큰 공을 세웠고 인헌무공훈장을 처음 받은 군견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처럼 공로가 뚜렷한 경우와 달리 천안함 사고 사망자에게는 안타깝지만 무공훈장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듭니다.
군견이 훈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군견이 일반 사병 보다 계급이 높은 하사라는 것이 맞을까요? 정답은 군견은 계급이 없습니다. 단지 사병에게 군번이 있듯이 군견에게는 견번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군인이거나 제대한 사람은 알겠지만 군인은 군번줄을 항상 목에 걸고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천안함 사고 관련 국회에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장성들과 장교들이 대부분 군번줄도 차고 있지않아 이진삼 의원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군견 보다 못한 경우입니다. 군번줄도 차지 않은 군인은 군교도소인 영창감입니다.
군견이 하사라는 계급에 대한 풍문으로 인해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떠돌고 있습니다. 군견 소대에 갓 배치받은 신병에게 고참이 장난스럽게 군기를 잡는 방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군견에게 개밥 줄 때는 반드시 경례를 한다! 충성, 00(군견 이름) 하사님 식사하시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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