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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월호 대참사로 착하디 찬한 어린 학생들이 불쌍하게 하늘나라로 떠나는 소식에 늘 우울하기만 합니다. 블로그에 글도 쓰기 힘듭니다. 이기적이고 안전불감증 사회를 만든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자책감이 앞섭니다. 이러한 일은 대한민국 국가 사회 전체의 자화상이자 축소판일지 모릅니다.

 

비정상과 몰상식이 판치는 세상은 바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어제(23일) 아침에 벌어진 일입니다. 아침 일찍 광역버스(좌석버스)를 탔습니다. 경기도에도 서울을 오가는 버스입니다. 조금만 늦어도 서울행 광역버스는 출근길 직장인들로 붐비고 교통체증으로 늦을 수 있기에 일찍 집을 나서야 합니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제가 버스를 타는 곳은 차고지에서 아주 멀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앉아서 광역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물론 퇴근길에는 입석으로 서서 와야 합니다.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광역버스에서 한참을 서서 퇴근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왜 힘든데 광역버스를 타느냐구요? 지하철도 있는데. 저도 지하철을 타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광역버스가 그나마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지하철은 아예 없습니다. 자가용도 있지만 운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교통체증에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광역버스를 탈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광역버스를 타는 승객 중에는 저 같은 직장인들이 많겠지요.

 

아예 입석을 안태우는 버스도 있습니다. M버스입니다. 어느 날 다른 곳으로 아침에 나갈 일이 있어 첫 출발지로 가서 M버스를 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의 50미터에 이르는 거리로 사람들이 줄 서 있었습니다. 모두 출발지로 와서 타는 것입니다. 아침에 M버스 타는 일도 전쟁입니다. 만약 광역버스가 입석으로 하게 되며 차고지나 출발지로 모두 몰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부터 입석금지입니다."

 

운전기사가 외쳤습니다. 광역버스를 기다리던 출근길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의 경우 차고지에서 가까운 정류장 이외에는 대부분 서서 타야 합니다. 좌석버스이지만 절대적으로 배차 버스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광교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경우 출근길 배차 간격이 20분 내지 25분 정도입니다. 버스 한 대를 놓치면 곧바로 지각입니다. 직장인들이 필사적으로 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노선당 버스가 10대가 안되니 배차 간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데 몇 정거장을 지나면서 운전기사는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어느 정류장에서 여성 승객이 왜 그냥 지나가느냐 문을 붙잡고 항의했습니다. 운전기사의 말에 그 여성은 따져 물었습니다.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기사 : "어제 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와 어쩔 수 없습니다."

여성 : "미리 안내도 없이 갑자기 승차거부하면 어쩝니까? 여기 모든 분들 지각합니다."

 

기사 : "그래도 안됩니다. 회사에 항의하세요."

여성 : "일단 타겠습니다. 모두 타세요.

 

용감한(?) 직장 여성의 행동으로 조바심을 내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 여성은 버스에 함께 올랐던 사람들과 버스 회사와 정부에 항의하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정류장도 버스가 그냥 지나치려 하자 그 여성은 "버스 멈추세요"라고 항의했습니다. 운전기사는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류장에서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운전기사는 입석금지란 말을 반복했습니다.

 

"기사님, 저 분들 모두 지각합니다. 태워주세요."

 

여성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는 버스에 앉아 있던 터라 남의 일처럼 듣고만 있었습니다. 순간 여러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고속도로 구간을 지나가는 광역버스가 입석을 태우는 일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졸지에 지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까지도 아무 일없이 탔던 사람들입니다. 사전에 공지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교통수단도 없습니다. 영문도 모른 체 사람들은 버스를 탈 수 없는 셈입니다.

 

어쩌면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제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좌석에 운좋게 앉아있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조용히 있을 뿐입니다. 정류장에서 언제 설지 모를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불쌍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여성때문에 입석이라도 탈 수 있었던 사람들마저 조용합니다. 여성 혼자서 고군분투 중일 뿐. 함께 항의하자고 했던 사람들마저 그 사이 배신(?)했던 것입니다.

 

"버스 태워주세요. 사전에 예고나 안내도 없었잖습니까? 대책도 없이 이러면 어쩝니까?"

 

저는 운전기사에게 외쳤습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태웠습니다. 저는 그 여성을 도와주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밖에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앉아있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으로서 인지상정일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이기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싫었습니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야 기득권을 가졌으니 굳이 입석을 태울 필요가 없겠지요. 저도 입석 때문에 출근길 늦어질까 생각해 버스 기사에게 빨리 가라고 재촉할 뻔 하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을 먼저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지각하든 상관없으니까요. 그러나 한 여성의 용기로 함께 입석이라도 탄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더군요. 그래서 그 여성에 동조해 불쌍한 출근길 직장인들을 태우도록 했던 것입니다.

 

좌석버스에 입석을 태우지 않는 것이 원론적으로 맞습니다.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서민들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운전기사가 모는 고급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정부 고위 관료나 국회의원, 고위 임원 및 사장 등은 모릅니다.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안전이 우선이고 광역버스에 무리하게 승객을 태워서는 안됩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안전벨트를 꼭 매야 합니다. 사고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 67조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지나는 광역버스 탑승객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하기에 입석 탑승이 불가능합니다. 이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정상인 듯한 규칙에 또 다른 비정상이 있습니다. 광역버스에 대한 정상적 규칙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출퇴근 시간에 승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배차 버스가 가능해야 합니다. 허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버스 회사들은 적자를 감수하고 버스를 더 증차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러한 지원을 해주지도 않습니다. 광역버스로 출퇴근하는 전쟁을 치르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알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 트위터에 '갑작스런 입석금지 출근길 대혼란'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랬던 순식간에 리트윗 수가 수백개가 넘었습니다. 아마도 갑자기 입석금지 상황에 놀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사전에 언론에 나온 적도 없었고 정부 발표도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광역버스가 입석을 태우는 일은 잘못된 관행이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뾰족한 대책이 없었기에 그렇겠지요.

 

나중에 이 일은 뉴스 기사로 나왔더군요. 이번 사건은 KD운송그룹이 예고없이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직행좌석형(빨간색) 광역버스의 입석 탑승을 금지해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당시 일부 승객들은 버스 회사, 정부기관, 경기도 등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기도는 지침을 전달하지 않았고 권한도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었던 것일까요? 사연은 이렇다고 합니다. 국내 버스 운행을 관장하는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2일 오후 판교와 수지, 용인 등 경기 동남부에서 서울 사이를 오가는 운수업체들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이 지역 광역버스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속도로 입석 운행에 대한 대책 마련 회의를 하자는 용건이었습니다.

 

국토부의 전화를 받은 후 KD운송그룹이 과민하게 반응했습니다. KD그룹 측은 22일 오후 11시에 23일 첫 차부터 고속버스 경유 노선의 입석운행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각 영업소와 운전기사들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KD그룹은 지금까지는 고객 편의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입석운행을 했지만 세월호 사건도 있고 안전 문제도 있어서 결정한 일이랍니다. KD그룹은 7개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직행좌석형 광역버스 62개 노선 800여 대의 입석 탑승을 금지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승객들의 항의가 쇄도하자, 국토부는 23일 지자체·운송업체 등과 함께 직행좌석버스의 고속도로 입석운행 제한과 관련하여 전세버스 투입, 광역급행버스(M-Bus) 증차 등 방안을 부랴부랴 검토했습니다. 오늘(24일)도 회의를 재개최하여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랍니다. 일단 대안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수도권 이용객들의 교통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단속 대신에 운송회사에 고속도로 운행 중 안전속도 유지를 지시하는 등 안전운행에 대한 계도·홍보를 실시하여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로 유도할 듯 합니다. KD그룹은 입석금지를 계속 할까요? 아마도 아침이면 알겠지요.

 

그런데 아직도 의문인 것은 버스 운전기사는 "정부의 공문"이 와서 입석금지를 했다고 말한 점입니다. 정부는 대책회의 하자고 전화를 했을 뿐이라는데요. 무엇이 진실일까요? 그리고 광역버스에 '입석금지' 표시를 아침에 붙였다고 했는데 안붙인 버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나중에 일부 버스에는 붙어진 듯 합니다. 사전 예고없는 어딘가의 탁상행정 전시행정에 서민들만 힘듭니다.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리고 지켜져야 합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를 빙자해 서민들만 힘들게 하는 전시행정이 남발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안전과 더불어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대책이 함께 강구되어야 합니다. 모두 힘을 모야 위기를 이겨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혼자만 잘살기 보다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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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