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당초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초반에다가 높은 지지율로 인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습니다. 고작 10% 수준의 정당 지지율로 최악의 상황이었던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인 새정치연합과 제3지대 합당(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깜짝 카드를 내세워 전열을 가다듬었습니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지분을 5대 5로 동등하게 갖는다 것부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5%를 넘나드는 새누리당의 지지율과 60%가 넘는 박근혜 지지율 앞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한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는 친노 문재인계, 손학규계 등 기존 기득권 세력의 텃세 앞에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도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와 민주당 강경파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안철수가 내세운 새정치는 기득권 구태 정치판에서 싹이 잘려 나갔습니다.

 

국민과 약속한 공약이 현실론을 내세운 기득권 앞에서 되레 공격받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득권 정치꾼들은 안철수가 너무 순진하다고 몰아세우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진보언론마저 정치공학을 내세워 안철수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목도했듯이 기레기(기자+쓰레기)들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기도 했습니다. 오직 진보 대 보수 대결을 부추기는 이분법 싸움판의 우리 정치문화는 한 치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 와중에, 지방선거를 1달여 앞두고 터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방선거 분위기가 급반전됐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10대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300여명의 탑승객은 차디찬 바닷속으로 침몰한 세월호 속에 갇혀 그대도 수장됐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정권 심판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그렇게 참사 정국 속에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새누리당에게 불리하게 전개됐습니다. 선거 막판에 상황이 다급해지자 새누리당은 '박근혜 지켜달라'는 플래카드나 박근혜 사진까지 동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당표 등이 총동원돼 '도와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구걸을 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과거에도 어려운 상황이 되면 도와달라는 읍소작전을 여러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가족들이 살려달라고 할 때 외면했던 박근혜 새누리당의 거짓과 위선 앞에 또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세월호 담화문 발표시 악어의 눈물이었던 '박근혜의 눈물쇼'도 이를 본 노인들이 불쌍하다고 여길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듯이 말이지요.

 

 

결국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의 결과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과 서울, 강원 등과 충청권 모두에서 승리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영남을 석권하고 경기, 인천, 제주 등에서 이겼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새정치연합이 9곳에서, 새누리당은 8곳에서 당선된 결과였습니다. 지역주의가 무너질 수 있을까 기대됐던 부산의 오거돈과 대구의 김부겸은 새누리당을 넘지 못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광주에서 선거운동 기간 중 무소속 후보에 고전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크게 이겼습니다. 어쨌든 지역주의 장벽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전시, 세종시, 충북, 충남 등 충청권 전부를 석권한 것이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경기도를 지키고 인천시를 탈환한 것에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경기도와 인천시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의 경우는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 무려 13곳을 차지해 진보민주진영의 압승이었습니다. 17곳 중 보수는 경북, 대구 등 단 3곳 뿐이었고 중도가 1곳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과 비교해도 당시 문재인의 득표에 비해 2014년 지방선거는 훨씬 많았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박지원 의원과 정청래 의원 등 새정치연합 일부가 경기, 인천의 패배가 안철수 탓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공격했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광주에 전략공천을 한 후 윤장현 후보에 올인하느라 경기와 인천에 소홀해 패배했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면 그런 점이 있기는 합니다. 당대표이기에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안철수 대표에게 화살을 돌리기는 적절치 않는 점도 있습니다. 우선 경기도는 김진표 후보의 후견인인 손학규가 선대위원장으로 총책임을 맡아 선거를 책임진 지역입니다. 인천은 송영길이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친노계의 도움을 받아 선거를 치렀습니다.

 

일부 극렬 계파 진영론자들은 선거에 이긴 지역은 문재인이 잘해서이고, 진 지역은 안철수의 잘못으로 규정짓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안철수가 오지않는 것이 도움이라는 황당 주장도 합니다. 그런데 왜 경기와 인천은 안철수가 도움을 덜 주어 졌다는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들 주장대로 라면 문재인이 전지전능하니 이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일방적인 남탓만 하다보니 논리의 오류가 생기는 것입니다. 누구 잘못을 떠나 새정치연합 모두가 먼저 조직 전체를 위해 헌신하고 서로 반성부터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전략기획위윈장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올해 2월 경까지만 해도 내부조사에 의하면 지방선거 전패가 예측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야권통합을 과감히 이루면서 외연확대에 성공, 국민들의 선택이 용이한 구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에는 지방선거 전패가 예상될 정도로 매우 힘들었는데 안철수 대표의 힘이 컸다는 의미입니다. 안철수가 신당을 만들려 하자 그렇게 통합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통합 후에는 또 안철수를 물어뜯는 모습에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합니다.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아 지속인 안철수 죽이기에 혈안이 일베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요.

 

최원식 위원장은 경기와 인천에 대한 안철수 책임론에 대해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근거없는 해석"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안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3인과 공동행사를 준비하며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후보들이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3인의 합동유세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소극적이었다"며 선거전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결국 김진표과 송영길 캠프에서 오히려 안철수의 지원 유세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선거에 패배하자 안철수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려는 이중플레이가 역겨운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기도 패배에 대해 김진표 후보라는 인물 자체부터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진표 보다는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인물로는 더 참신하고 경쟁력이 있었다는 논리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광주 대신 경기도에 전략공천을 밀어붙였다면 더 낫지 않았나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경기도에 전략공천을 했어도 안철수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자들이 또 다른 트집을 잡지 않았을까요? 경기도를 새정치연합이 이기지 못해 아쉬운 것은 모두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정치패거리 진영 이익집단의 논리로 안철수에게 '묻지마, 남탓타령'을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최 위원장은 인천시장 패인에 대해 "상대 후보측의 네거티브 공략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고 높은 지지율에 방심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송영길은 처음부터 줄곧 새누리당 후보를 앞섰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철수의 도움에 미온적이었습니다. 송영길 전 시장의 참모가 안철수 대표를 인터넷에서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글을 쓴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송영길 캠프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심각한 자살행위입니다. 전쟁 중 내무반에 총질을 해대는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이적행위를 방치한 송영길도 문제가 많습니다. 송영길의 패배는 후보 자신의 책임이 큰 셈입니다.

 

그렇다면 6.4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있어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성과가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2012년 총선이나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보면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트위터에 어떤 분이 올린 선거 결과 그래픽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실시돼 당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가장 중요한 지역인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 대전까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에 내줘야 했습니다. 2012년 치러진 총선 결과는 그야말로 참패였습니다. 2012년은 이명박 정권에 신물이 난 민주주의 위기 상황이었기에게 야당이 이길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친노 강경파들이 주도한 총선은 민주당의 몰락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과 이번 2014년 지방선거를 비교해보면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사실 2012년 총선은 안철수 현상이 시작된 시기였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분위기의 국민들을 대변했습니다. 안철수 현상 후 민주당은 지지율이 반등했고 문재인이 대권 후보로 등장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등 쇄신과 혁신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시늉 뿐이었지요. 그런데 민주당은 그 마저도 하지 않았습니다. 절대 질 수가 없던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변화를 거부하다 참패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라 그래도 과거에 비해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키웠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안철수 대표 체제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은 서울은 물론 강원, 호남 등에 이어 충청권 전체에서 승리했습니다. 인천을 내준 대신 새누리당이 차지했던 대전, 세종시 등을 차지한 셈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 보다는 더 나은 결과입니다. 물론 안철수 대표가 전체 판세를 감안한 전략을 짜고 지원을 적절히 했어야 합니다. 안철수 대표는 그러한 자성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재인 손학규 등 대권주자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선대 위원장을 맡았지만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문재인은 당론을 무시하고 통진당과의 단일화를 언급하는 등 당대표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손학규는 광주는 누가 이겨도 괜찮다는 해당행위의 발언도 했습니다. 당과 같은 조직은 규율이 중요합니다. 전쟁인 다름없는 선거기간 중 조직을 '콩가루집안'으로 만드는 분열을 조장하는 자는 최악입니다. 당 전체 보다는 계파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도록 근본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였습니다. 극단적 네거티브 대결 시대를 넘어 정책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표본을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보여주었습니다. 부산이나 대구에서 지역주의 탈피의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조금씩의 변화입니다. 진보민주교육감 대세 시대를 연 것도 바람직합니다. 전통적 군사문화인 하드웨어 카리스마가 지배하던 정치가 안철수 등장 이후 소프트 시대로 변화 가능성도 보여주었습니다. 국민들도 변해야 합니다. '나를 따르라'식 권위주의 카리스마 리더십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수평적 소프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남탓 보다는 내탓이오'라고 먼저 말하는 세상도 그 변화의 시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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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리 탐구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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